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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혁신이 넘지 못했던 두 가지 장벽

특집2 / 이형빈 교수_가톨릭관동대학교

평가 혁신이 어려운 이유

평가 혁신은 어렵다. 다른 혁신 교육의 영역도 어렵지만, 평가 혁신은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학교의 역사는 ‘민주적 학교운영’로 시작했다. 이 바탕에서 교사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했고, 학생은 ‘학생자치 활동’에 참여했다. 교사와 학생의 참여가 활발해지면, 학교교육의 두 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 축은 ‘학생생활교육’이고, 다른 한 축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이다.

학생생활교육의 혁신은 ‘학생인권’ 보장부터 시작했다. 학생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함으로써 학생생활교육 혁신이 출발했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기 시작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을 위해 ‘긍정적 행동지원’도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사회정서 학습’까지 관심의 폭이 넓어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을 통해 이러한 실천들이 체계적으로 통합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교육의 본령은 ‘교육과정-수업-평가’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등의 담론과 실천을 통해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교사의 자율적 전문성에 의한 ‘교육과정 재구성’, ‘배움중심수업’, ‘과정중심평가’ 등의 용어는 이제 상식이 되었다.

‘교육과정-수업-평가’는 하나의 흐름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수업, 평가 영역별로 변화의 속도와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이중 상대적으로 변화가 쉬운 것은 ‘수업’이다. 수업은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도 어느 정도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수업 나눔을 통한 공동체적 노력도 있어야 수업 혁신이 성숙된다.

수업보다 교육과정의 변화가 더 어렵다. 교육과정 재구성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교과 혹은 동학년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2월에 진행되는 교육과정 워크숍, 학기말과 학년말에 진행되는 교육과정 평가회를 학교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게다가 교육과정 재구성은 한층 높은 교사 전문성이 요구된다.

평가의 변화는 더더욱 어렵다. 평가가 바뀌려면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더욱이 평가는 입시와 관련이 있다. 교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입시, 상대평가 앞에서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평가 제도가 바뀌려면 국가 차원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또한 제도 변화와 함께 교사의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절대평가가 적용되고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여전히 상대평가적 문화와 관행이 남아 있다.

물론 그동안 평가가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수행평가, 서ㆍ논술형 평가가 꾸준히 확대되었다. ‘과정중심평가’나 ‘성장중심평가’라는 용어도 이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무성한 담론과 실천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고등학교 상대평가와 중간고사ㆍ기말고사와 같은 일제식 지필평가이다. 아무리 과정중심평가를 강조해도 일제식 지필평가의 벽에 부딪히게 되고, 아무리 성장중심평가를 강조해도 상대평가의 한계를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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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고등학교 절대평가

평가의 기본은 절대평가이다. 평가의 목적은 학생의 교육목표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모든 학생이 목표에 도달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육학 기본서에서도, 우리나라 국가 교육과정에서도 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평가는 곧 시험이요, 시험을 보고 나면 성적을 매겨 석차를 산출하는 것이 당연하고 생각한다. 아주 뿌리 깊은 관행이다. 절대평가가 제도적으로 완전히 정착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이런 상대평가적 관행과 문화는 남아 있다. 초등학생도 평가를 보고 나면 서로의 성적을 비교하고, 중학교에서는 학생의 석차를 암암리에 알려주기도 한다. 이를 ‘내면화된 상대평가’라고 할 수 있다. 절대평가가 제도적으로 정착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도 기존의 문화와 관행을 극복하지 못하면 평가 혁신은 어렵다.

중학교의 경우 2012년부터 성취평가제라는 이름으로 절대평가가 도입되었다. 이때 고등학교 역시 성취평가제가 들어왔으나 절대평가 도입은 계속 유예되어 왔다. 성취평가제에 따라 성취도를 ‘A, B, C, D, E’로 산출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과목별 석차등급 역시 산출하였다. 상위 4%까지는 1등급, 11%까지는 2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일부 과목에는 절대평가가 도입되었다. 체육ㆍ예술 교과와 교양 교과에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것에 더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진로선택과목’에도 절대평가가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고전 읽기(국어), 기하(수학), 영미문학 읽기(영어), 사회문제 탐구(사회), 융합과학(과학) 등의 과목에서는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게 되었다. 교사들은 진로선택과목에 절대평가가 도입되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한다. 교사가 마음껏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수 있고, 학생참여수업을 활발히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 시기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모든 선택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예고를 해 한층 기대를 높였다. 절대평가가 해야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산다. 학생들이 내신 등급을 신경 쓰지 않고, 소신껏 과목 선택을 할 수 있다. 학교도 다양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교육과정-수업-평가 혁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시기 이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었다. 사회 교과와 과학 교과의 ‘융합선택과목’에만 절대평가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2015 교육과정 시기보다 2022 교육과정 시기에 절대평가 적용 과목이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앞서 말한 고전 읽기(국어), 기하(수학) 등의 과목은 다시 상대평가로 전환되었다. 물론 석차 9등급이 석차 5등급으로 완화되었으나, 경쟁의 체감도는 완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절대평가 도입을 뒤엎고 상대평가를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매우 약했다. 교사들의 고교학점제에 대한 비판이 ‘최소성취수준 보장 지도’, ‘다과목 지도’에 집중되었고, 정작 교사와 학생 모두를 힘들게 하는 근본적 문제, 경쟁교육의 몸통인 상대평가에 대한 저항은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 된 일인가. 교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절대평가 3과목을 담당하는 것이 상대평가 2과목을 담당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지 않을까? 기계적인 문제 풀이 수업을 하고 석차등급을 매기느라 신경 쓰는 것보다, 교사 스스로 재량을 발휘할 수 있고 학생과 소통할 수 있는 절대평가 과목을 맡는 것이 훨씬 보람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새 우리는 상대평가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적어도 2015 교육과정 수준은 지켜야 한다.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만큼은 절대평가를 해야 한다. 이 과목은 말 그대로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 범교과적 융합 과목이다. 수능에도 반영되지 않는 과목이다. 상대평가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과목이다.

현재 고등학교 내신 평가는 2028 대입안과 연동되어 있다. ‘대입 4년 예고제’를 고려해 본다면, 현재 중2 학생부터 새로운 내신 평가 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교육부 훈령을 개정하면 된다. 모든 과목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진로선택과목과 융합선택과목부터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는 거창한 혁신이 아니라 현행 유지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대입 변별력 확보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기우에 불과하다. 고등학생이 이수하게 될 과목 수는 48과목에 달한다. 절대평가를 적용하더라도 대입에 이 과목을 두루 반영한다면 충분히 변별할 수 있다.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은 내신 성적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교육과정 이수 내력,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정성적 평가도 반영된다. 대학에서 정성적 평가 역량을 강화하도록 정부가 유도하면 된다. 현재의 ‘고교교육 기여 대학’ 사업을 강화하면 충분하다.

고등학교 교사들의 평가 역량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른바 ‘내신 부풀리기’에 대한 우려이다. 교사의 자율성과 전문성 사이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교사 전문성이 선행되어야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영원히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교사에게 자율성을 주어야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생긴다.

정부의 지원과 교사의 노력이 함께 가야 한다. 교사의 노력이 더 본질적이다. 교사가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평가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손쉬운 오지선다형 평가 뒤에 숨지 않고, 익숙한 문제풀이식 수업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을 해야 된다. 교원단체가 앞장서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고, 절대평가에 필요한 교사 전문성을 발휘하겠다는 약속을 동시에 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업무경감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신장할 기회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차원의 ‘평가지원센터’를 설치해, 여러 자료를 축적하고 양질의 연수를 제공하며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막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고등학교 절대평가 도입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의 주체는 교육당국, 교사, 학부모, 학생, 대학 등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교원단체가 먼저 사회적 합의 도출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가 주체가 되어 절대평가 도입에 따른 전문성 및 책무성 방안을 마련히겠는 선언을 한다. 학생과 학부모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공교육 신뢰 구축에 노력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교육당국은 국가 교육과정 개정, 대입제도 개편, 고교체제 정비, 교사 전문성 지원 등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약속한다.

제도 개선 이전에도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입시 제도가 바뀌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암묵적 비관주의를 극복하는 일이다. 물론 입시문제는 학교나 교육계의 논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인 문제이다. 여기에는 학벌구조, 고용문제, 사회양극화 문제 등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공교육의 근본적인 혁신은 이루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입시 때문에 평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입시 때문에 평가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담론이 “그렇기 때문에, 입시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실천적 인식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 담론이 “어쩔 수 없이, 주입식 수업과 일제식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자기합리화 논리로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제도의 변화는 정부나 몇몇 학자들의 의사결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조건에서 가능한 평가 혁신의 최대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조건일지라도 수행평가를 아니 할 이유가 없고, 피드백을 아니 제공할 이유가 없으며, 석차등급이 아닌 석차를 공개할 이유도 없다. 현장에서의 구체적인 실천과 변화의 흐름이 제도의 변화를 근본적으로 견인한다. 고등학교 현장에서 고만고만한 평가가 지속된다면,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할 명분도 약해진다. ‘거시적 구조에 대한 냉철한 인식’과 ‘일상적 실천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모여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기에 이탈리아의 사상가 그람시(Gramsci)의 “지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라는 유명한 말은 평가 혁신을 모색하는 교사들도 늘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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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식 지필평가를 넘어 ‘진단평가-형성평가-총괄평가’로

해방 이후 단 한 번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선다형 문항 위주의 중간고사ㆍ기말고사, 일제식 지필평가이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모둠활동 등이 사라지고 시험 범위에 맞춰 진도를 일제히 나간다. 교사는 문제 출제에 바쁘고, 학생은 시험을 대비하러 학원에 나간다. 시험을 보고 나면 배운 내용은 잊어버리고, 갑자기 수업 분위기는 흐트러진다.

교육부의 평가 지침 중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라는 조항은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일제식 지필평가를 보아야 하는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우리 교육계의 무의식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전제를 바꾸지 않고서는 다양한 평가 혁신의 담론과 실천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없다.

“수행평가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관행대로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른다. 일제식 지필평가가 중심을 이루는 가운데 수행평가가 주변적으로 결합되어 있어, 수행평가마저 과정중심평가, 성장중심평가의 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다형 평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학생들은 기본적인 지식을 외울 필요가 있고, 교사는 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선다형 평가를 꼭 일제식 정기고사의 형태로 치를 필요는 없다. 교사가 필요한 경우 그때 그때 확인하면 그만이다. 선다형 평가는 오히려 형성평가에 어울린다.

논술형 평가를 일제식 정기고사 방식으로 보는 것도 어색하다. 짧은 시험 시간에 학생들이 충분히 숙고하며 논술문을 작성하는 것도 어렵고, 교사가 이를 채점하여 피드백을 주는 것도 어렵다. 논술형 평가는 오히려 수업의 과정에서 수행평가 방식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지필평가를 이대로 둔 채 수행평가 비율을 무작정 확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자칫 ‘과제형 수행평가’의 함정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필평가는 지필평가대로 보고, 이에 더하여 수행평가마저 보기 때문에 수행평가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기 쉽다. 단편적, 일회적 수행평가로는 학생의 깊이 있는 배움을 확인하고 이를 촉진하기 어렵다.

애당초 교육부 지침에서 평가를 ‘지필평가/수행평가’로 구분한 것이 오류이다. 여기서 지필평가는 사실상 ‘일제식 정기고사’, 수행평가는 ‘그 외 방식의 평가’를 의미한다. 교육학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교육학에서는 평가의 유형을 평가의 시기와 역할에 따라 ‘진단평가-형성평가-총괄평가’로 나눈다. 이 원리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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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수행평가나 논술형 평가의 문제는 학생이 배우고 익힐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행평가는 너무 번잡하고, 논술형 평가는 너무 어렵게 다가온다. 수행평가나 논술형 평가는 학생의 깊이 있는 배움과 고등 정신기능을 요구한다. 따라서 학생이 충분히 배우고 익힐 기회를 주고, 이를 교사가 확인하는 단계가 중간중간 있어야 한다. 학생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교사의 피드백을 통해 이를 보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것이 형성평가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형성된 지식, 기능, 태도를 바탕으로 논술평 형가, 보고서 평가, 포트폴리오 평가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총괄평가이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독서를 하고 이에 대해 독후감을 쓴다. 독서 경험을 바탕으로 토론을 진행하고, 토론 결과를 바탕으로 논술문 초안을 작성한다. 학생은 교사의 피드백을 받아 논술문을 수정한다. 이것이 곧 형성평가의 과정이다. 이렇게 충분히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고, 써 보는 과정을 통해 논술문 작성에 필요한 역량을 기른다. 이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완성된 논술문을 작성한다.

한 학기의 평가의 흐름은 이렇게 진단평가-형성평가-총괄평가의 긴 호흡으로 차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교수학습과 분리된 중간ㆍ기말고사, 충분히 배우고 익힐 기회가 없었던 수행평가로는 어렵다. 현재의 수행평가만이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수행평가는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아예 지필평가, 수행평가라는 이분법적 개념이 사라지는 것이 좋다. 현행 교육부 지침은 다음과 같이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과학습의 평가는 지필평가와 수행평가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삭제)

○ 진단평가-형성평가-총괄평가의 흐름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 과정 및 결과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시행한다.

○ 평가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평가방법(선다형, 구술형, 서술형, 논술형, 포트폴리오, 프로젝트, 실험ㆍ실습, 토의ㆍ토론, 연구보고서 등)을 활용한다.

○ 평가의 시기, 횟수, 방법 등은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의 흐름에 따라 학교와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새로운 평가는 새로운 상상력을 요구한다. 낡은 관행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도 필요하다. 하지만 평가 혁신은 교사 개인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학교 단위에서 함께 해야 하고, 교육당국의 제도 개선에도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 당시 형식적으로나마 ‘교사가 참여하는 교육과정’을 얼핏 경험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학교 교육과정 만들기’를 함께 한다. 하지만 ‘평가 계획’에 대한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해 본 적은 없다.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상대평가가 사라진 학교를 상상해 본다. 중간고사ㆍ기말고사 관행이 사라진 학교를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 미래를 지금 이곳에서 해 볼 수 있을 만큼 시도해 본다. 그때 우리는 평가에 대해 어떤 상상력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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