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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학생’을 향한 평가 혁신: 교실의 변화들

특집1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수업의 과정 속에서 학생의 성장을 촉진하는 평가, 생각의 힘을 기르는 평가, 교사들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학교 이야기


최근 몇 년간 중·고교 현장에서는 조용하지만 매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육부가 서·논술형 평가 강화, 과정중심평가 확대, 2028 대입 개편을 내세우기 전부터 교사들은 이미 자기 교실 안에서 ‘평가를 다시 설계하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 특집은 현장에서 수업과 평가를 고민하는 교사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리고 지금처럼 생성형 AI의 교실 속 활용에 대해 고민스러운 이 시점에서 교사들이 어떤 고민으로 수업을 다시 바라보고 있는지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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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평가는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묻는 것이 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고민은 교과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그 중심에는 동일한 물음이 있었다.


“아이들은 왜 배우고 있을까?”

“AI가 교실까지 범람하는 지금,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는 경험을 어떻게 만들까?”


국어·수학·미술 교사들은 이 질문을 중심에 두고 평가의 방식뿐 아니라 수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짜기 시작했다.


2. 교과별로 터져나온 ‘진짜 고민들’

■ 국어 수업: AI가 글을 대신 쓰는 시대,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국어 교사들은 근원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AI가 글을 쓰는 시대에 학생이 글을 쓴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학생이 스스로 생각을 만들어내는 경험은 어떻게 보장할까?”

“AI 피드백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즉 글쓰기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제는 글을 쓸 때 AI를 도구로 활용하더라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글을 쓰는 방법론이 아닌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면서 호기심을 이끌어 내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

이때 학생의 생각하기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부족하더라도 스스로 완성하는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스로 완성해보지 못한다면AI의 도움도 AI를 통한 재구성도 결국 ‘자신의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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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글을 쓰고, AI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의 질문 전략을 세우면서 성찰하는 과정을 겪었다. 이 모든 수행 과정은 학생들의 활동으로 기록되며 과정중심 평가가 되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AI의 의견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자신의 관점을 유지하며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한 평가기준에도 다음 요소가 포함되었다. ▲ AI 피드백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능력 ▲ 근거 기반으로 판단하고 수정하는 능력 ▲ 자기 질문 전략과 성찰의 과정 기록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국어과의 평가 사례는 표현능력 + 사고 과정 + 근거제시+ 자기 검토능력을 포함하는 종합적 사고력 평가로 확장되고 있었다.


■ 미술수업: 이미지는 쏟아지지만, 표현의 주체는 사라질 수 있다.

생성형 AI는 누구나 몇 초 안에 아름다운 이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미술 교사들은 오히려 이 상황에서 “학생의 표현이 사라질 위험”을 느꼈다. 그래서 미술 시간의 목표는 “AI가 만든 이미지를 멋지게 활용하기”가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인식하기”로 바뀌었다. 즉 표현의 주체성 회복이 중심이 되었다.


학생들은 AI로 참고 이미지를 만들고 그 이미지를 해석하고 자신의 언어와 의도를 담아 다시 손으로 구성하며 최종 표현물에 ‘자기 해석’이 남았는지를 스스로 평가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활동의 핵심은 AI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이미지와 의도를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이다.

평가는 작품의 완성도보다 이미지 관찰력, 표현 의도 설명, 재구성 과정, 성찰의 깊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즉 미술 수업의 평가는 ‘어떻게 그렸는가’가 아니라 “왜 이렇게 그렸는가”를 묻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 수학수업: 반복 실험을 AI가 대신해주자, 학생은 ‘원리’를 보기 시작했다.

수학 확률 단원의 사례를 보면, 수학 실험(주사위 1,000번 던지기, 확률 시뮬레이션 등)을 AI로 하면 학생들은 계산의 고통을 건너뛰고 패턴과 원리에 집중하게 되었다.

수업에서 학생들은 다음을 수행했다. ① 직접 동전을 던져 실험 ② AI에게 동일한 실험을 여러 조건으로 요청 ③ 두 실험의 차이와 수렴 패턴 비교 ④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났는가?”를 말로 설명 ⑤ 조건 변화(시행 횟수, 확률 조작 등)에 따른 결과 비교


학생들은 “왜 이 결과가 의미가 있는가?”,“어떤 조건이 달라지면 결과는 어떻게 변할까?”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토론하며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평가는 다음 능력을 측정한다. ▲ 조건을 바꾸어 결과를 예측설명하는 능력 ▲ 그래프 표를 활용해 사고를 언어화 하는 능력 ▲ 확률 개념과 탐구 활동을 연결하는 능력


즉 수학과 평가는 정답을 맞추는 능력이 설명, 근거, 비교, 해석, 추론이라는 학생의 사고 흐름 전체를 본다.

3. 교사들이 직접 말한 “지금 우리가 평가를 고민하는 이유”

교사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① AI가 만들어 준 ‘좋아 보이는 결과물’이 학생의 사고를 가릴 수 있다

글·이미지·전술 설계 등이 모두 AI로 만들어지는 시대, 겉으로는 완성도가 높지만 학생의 사고는 비어 있는 상태일 수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과정중심평가를 통해 학생의 사고 흔적을 따라가는 방식을 강화하고 있었다.

② 기술이 도구일 뿐이라는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교사들은 입을 모은다.

“기술이 중심이 되는 순간, 수업의 본질은 금방 사라진다.”

그래서 수업은 다시 근본 질문으로 돌아간다.

▲ 무엇을 이해했는가? ▲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 ▲ 다른 해결 가능성은 무엇인가?

▲ AI의 답은 왜 이럴까? 틀릴 가능성은?


평가란 이 질문에 대한 학생의 사고 흐름을 읽는 과정이 된다.


③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설계하기 위해

AI 기반 도구는 학생의 학습 과정을 기록하고, 교사는 그 흐름을 분석해 학생에게 더 깊은 다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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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사는 말한다.

“AI 시대의 진짜 변화는 기술이 아니라 학생의 성찰 능력입니다.”


인공지능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 평가는 정답을 찾는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지식을 암기하는 능력보다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 결과물보다 과정 속 성찰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이 변화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정책이 아니라 교사들의 교실에서 먼저 시작되고 있다.

학생의 생각을 꺼내고, 질문을 확장시키고, 성찰이 학습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하는 교사들.

그들의 작업이 쌓여 우리 학교의 평가와 수업은 지금 조용하지만 강력한 혁신의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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