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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Oct 27. 2022

두번째 지구는 없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

이 책 두 권! / 조수미_다부초 교사

  올해 3월, 학교를 옮기고 학생들에게 받은 여러 가지 질문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선생님, 염색약은 환경에 안 좋지 않을까요?”

  “아, 그래? 거기까진 생각을 안 해봤네. 앞으로는 염색 안 해야겠다.”

  그때부터 매년 습관처럼 유지하던 갈색 머리를 끊기로 했다.


  급식에서 떠먹는 요구르트 후식이 나온 날, 잔반통 옆 한쪽에 라벨을 떼어내고 깨끗이 씻어서 쌓아둔 용기들을 보고 당황했다. ‘아, 여긴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구나.’ 나도 아이들 눈치를 보며 주섬주섬 라벨을 떼어내고 수돗가로 가서 용기를 씻어 곱게 포개놓았다. 신기한 마음에 기념사진도 찍었다.


  우리 학교 아이들, 선생님들, 부모님들은 환경문제에 꽤 민감하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분리수거를 실천하며 선생님들과 부모님들은 각종 행사에 텀블러를 챙겨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하는 수업과 삶을 실천하며, 함께 모이는 자리마다 조금 더 불편하더라도 조금 덜 쓰레기를 만들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실천은 어렵지만 나 또한 자연스레 환경문제에 꽤 민감해지는 중이다.


  1학기에 아이들과 연극관람 체험학습을 갔다가 공연 시간을 기다리며 교보문고에 들렀었다. 기후 위기에 관한 주제로 책을 전시해둔 공간을 발견했다. 많은 책 사이로 두 권의 책이 내 손을 이끌었다. 그 책들이 바로 오늘 소개하려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옷장」이다. 두 책의 공통점은 일단 제목에 ‘지구’라는 낱말이 대놓고 들어가는, 지구의 위기를 알리고 함께 해결하자고 외치는 책이라는 것, 그리고 내용에 걸맞게 친환경 소재의 종이와 잉크를 사용해 출판한 책이라는 것, 무엇보다 추천하고 싶은 이유인 책 분량이 적은 것이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결하고, 쉬우며,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문장 없이 핵심만 정리해둔 책.



  우선 「두 번째 지구는 없다」는 유명 방송인 타일러 씨가 쓴 책이다. 워낙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외국인이다 보니 한글책인데 옮긴이도 없다. 읽으면서 한국인 못지않게 한글을 쓰는 만큼 한국인 못지않게 한국의 자연환경을 아낌이 느껴졌다. 다른 나라의 환경문제에 대해 바른 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 내어 현실을 알려주고 변화를 촉구해주어 고마웠다.


우리는 점점 큰 상자를 잊어가고 있다.
우리가 갇힌 인공이라는 작은 상자 바깥을 전혀 상상하려 하지도 않는다.
수도를 열면 물이 쏟아지지만,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하지 않고,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러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공기가 숲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하는데,
사실 가장 많은 산소가 만들어지는 곳은 바다이다.
바다에서 작은 플랑크톤이 번식하며 산소를 배출하는데,
그게 우리가 숨 쉬는 산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걸 알고 있으면 바다가 더러워져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할 수 없다.
 
- 두 번째 지구는 없다 / 타일러 라쉬
 프롤로그 중에서 -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환경문제는 아는 만큼 느낀다. 아는 만큼 불편해야 한다. 그래서 알려고 하기부터가 쉽지 않은가보다.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에게 환경 책을 추천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기의식이 생긴 사람이라면 이 책이 문제를 쉽게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추천하고 싶다.     


  이 책으로 문제를 인식했다면 다음 책은 실천 편으로 추천하고 싶은 「지구를 살리는 옷장」이다.

  분리수거나 에너지절약, 일회용품 줄이기와 같은 작은 실천 외에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 크게 변화시키는 방법들을 알려주는 책이라 읽는 내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일단 제목의 ‘옷장’이라는 단어에서 나오듯 옷과 관련한 내용이 꽤 나오는데, 책을 쓴 작가 두 분이 디자이너이다. 한 분은 원래부터 환경문제에 민감하여 채식을 실천하는 등 나름대로 자연을 지키고자 했으나, 정작 자신의 직업인 옷 만드는 일을 할 때는 동물성 옷감을 대체할 방법을 찾지 못해 모른 채 해왔다고 한다. 다른 한 분은 뒤늦게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겼을 때 식생활을 바꾸는 건 쉽지 않지만, 화장품이나 의류를 바꾸는 게 더 쉬울 것 같았다고 한다.


  그런 두 디자이너가 만나 함께 실천해나가고 친환경 옷감으로 옷을 짓기 시작하고 자신들의 변화한 삶을 책으로 엮어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 생생하고 희망차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나도 그들이 실천하듯 자연을 위해 내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고픈 욕망이 생겼다.

    

시작이 어렵지, 그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서로 출발 지점은 달랐지만, 이 방향이든 저 방향이든
결국은 실천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보다는
그냥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고,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삶이란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일 뿐 아니라
동물과 사람, 환경을 착취하지 않으면서
내 생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기도 하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 / 박진영, 신하나
프롤로그 중에서 -


  우리는 모두 아주 잘 알고 있다, 두 번째 지구가 없다는 것을. 


  작은 시도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큰 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불편한 진실을 알고 난 후에도 여전히 망설이고, 이내 그 망설임을 자책하는 어른들과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와 우리 가족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으니, 각자가 그냥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시도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불필요한 염색을 끊고 텀블러를 사용하고 옷을 깨끗이 관리해서 좀 더 오래 입는 것. 나는 이렇게 소소한 실천을 시작해본다.


2022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가을
1. 시론
2. 이슈 & 포럼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두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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