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한국 교육 개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2022년 8월 5일(금)부터 1박 2일간 새로운학교네트워크 활동가 워크숍이 세종 해밀초등학교에서 열렸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연수로 이루어지다가 오랜만에 오프라인으로 이루어진 워크숍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새넷 선생님들이 모처럼 한자리에서 만났다. 하지만 2022년 교육감 선거 이후 처음 이루어지는 활동가 워크숍으로써 지역단위 교육활동을 성찰하고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새로운학교 교육 운동의 나아갈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는 고민이 큰 자리이기도 하였다.
2000년대 초․중반 작은 학교에서 시작된 자생적 학교 살리기 운동은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운동으로 정착되었고, 이는 경기도교육청에서‘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정책화되면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새로운학교의 자생적 학교 운동이 정책화되었지만, 학교 운동을 주도했던 교사의 헌신과 열정을 추동하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관 주도의 정책은 현장의 운동성을 저하시키고, 학교 교육의 정상화 이후 교육의 다양화로 나가는 것에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다.
최근 4차 산업혁명 등 디지털 혁명 이후 기존 한국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의 개편이 가시화되었고, 학벌로 대변되었던 학력의 개념을 넘어 창의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OECD의 Education 2030: The Future of Education and Skills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사회에서 잘 살고 보다 나은 사회로 만들어 가기 위해 변혁적 역량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 구조의 불확실성에 커짐에 따라 기존 학력 프레임에서 벗어난 교육 패러다임에 대한 변화에 대한 이슈가 대두되었지만 정작 2022년 교육감 지방선거는 어느 때보다 교육정책은 사라지고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갇힌 선거가 되었다. 2009년을 시작으로 2018년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4개 지역이 혁신 교육을 표방하는 교육감이 당선되었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혁신학교=공부 안 시키는 학교=학력 저하’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진보 성향 교육감과 보수 성향 교육감 비율이 비슷하게 되었다. 이에 이제는 다시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교육원리를 바탕으로 새롭게 나아갈 방향을 성찰할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활동가 워크숍은 전 청와대 교육비서관,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을 지냈던 이광호 선생님을 모시고 ‘한국 교육 개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한국 교육 개혁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교육 개혁의 흐름과 정치 권력의 연관성을 보면서 교육 개혁의 문제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는 국가가 경제 성장을 주도하였고, 권위주의 정치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절에는 교육 개혁 역시 국가에 의해 ‘단호하고 전격적인’ 개혁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중장기적인 전망에 기초한 교육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고, 거대 양당 체제로 고착된 정치체제에서의 진보와 보수 간의 교육정책 논의는 한계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진보 진영의 주장은 경쟁 완화와 교육재정 확대이다. 입시 및 평가체제 개선, 교육복지 확대, 대학 체제 개편 등은 20년간 바뀌지 않은 의제이다. 진보 진영의 경쟁 완화 주장은 최근 공정성 논란이 더욱 거세지면서 일반 국민(학부모)의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 반대로 보수 진영은 규제 완화와 자율경쟁을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이고, 모든 국민은 이 원리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시장주의 논리를 전면으로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는 냉랭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재 다시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자율을 강조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자칫 신자유주의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율로 다시 서열화된 경쟁 체제가 강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둘째, 교육 개혁의 문제점으로 교육 분야에서 정책 결정 단위는 교수 중심의 교육전문가 집단과 관료 중심이었다는 것이다. 대학 교수들은 교원 양성체제 변화와 같은 교육 개혁 논의에서 이해당사자가 되기에 현실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셋째, 교육전문가와 학부모 등 일반 대중 간 교육정책에 대한 인식 차이는 과거에서 현재로 올수록 점점 커지고 있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발달로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이는 전문가에 대한 대중의 불만과 인식의 차이를 크게 했다.
교육 개혁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이광호 선생님의 제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교육 개혁은 교육계 전문가와 주체들의 요구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범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정부 주도로 단호한 교육 개혁 추진은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끊임없이 교육 주체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면서 합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교육 주체들의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학교 현장부터 실질적으로 변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중앙집권적인 서열화, 상명하달식 행정체계를 분권과 자율의 원리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자의 삶을 중심으로 평생학습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 현실에 맞는 교육모델을 창조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곳에서 배우고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교육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서 벗어나고 교육계와 교육계 밖 일반시민과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것을 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가 비전과 교육 비전이 수립되어야 한다. 혁신교육지구, 마을 교육공동체로 이어진 풀뿌리 교육 시민운동 주체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광호 선생님은 우리나라는 이미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배터리, 휴대전화 등을 발판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고, K-POP 등 문화 등에서‘소프트 파워’를 가진 글로벌 선도국가가 되었음을 다시 상기시켰다. 하지만 불안정 변동성이 큰 현재, 장기적 비전도 구조적 해결책도 없이 공정한 경쟁을 시대정신으로 앞세우며 각자도생 원리가 팽배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사회 팽배해 있는 신자유주의적 개별주의 담론과 불안정한 산업 구조 속에서 새로운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학생 성장 지점도 달라져야 함을 일깨워준다. 어느 때보다 창조적이고 자신만의 잘하는 분야를 찾아가며 공동체가 함께하는 삶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는 개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앞에는 공동체의 관계성 등 사회성 회복, 기초부터 학생의 성장을 책임지는 교육, 학생의 삶과 연계되어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 등 다양한 과제가 놓여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든다.’
처음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한 것처럼 다시 한번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운동성을 높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가을
1. 시론
2. 이슈 & 포럼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두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