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Oct 27. 2022

혁신학교 정책, 어디로 가고 있나.

특집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새 정부 출범 5개월이 지났지만, 교육부 장관은 공석이다. 음주운전 전력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순애 장관은 취학 연령 하향 정책으로 거센 반대에 부딪혀 한 달을 겨우 넘겨 사퇴했다. 백년지대계를 꿈꾸며 추진했던 국가교육위원회에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부정, 공교육에 대한 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된 위원들, 역사 교과서 국정 추진 전력을 가진 초대 위원장이 임명되었다. 그리고 이변이 없다면, 이주호 한국교육개발원 교수가 교육부의 수장이 될 것이다. 장관 후보 지명 바로 전에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인수위원장이었고, 일제고사 강행,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 등 MB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설계자라 불렀던 바로 그 사람이다.


  교육부, 9:8의 보수교육감과 진보교육감, 국가교육위원회의 역학은 어떻게 펼쳐질까.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다면서도 혐오와 상호 비방으로 극단으로 치닫는 중앙 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혁신학교의 교육적 성과를 부정하고, 이념 프레임에 가두는 선동을 접했다. 학교와 교육의 변화를 갈망했던 교사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혁신학교, 교사답게 살 수 있다는 떳떳함과 자부심을 맛볼 수 있었던 혁신학교였지만, 이제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뼈아프게 성찰해야 하는 국면이다. 지난 7월 29일에는 전국 정책위에서 ‘혁신 교육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각 지역 상황을 공유하고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는 포럼을 운영하여 전국의 많은 회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시 광야에서’라는 처연한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혁신학교 재지정 중단’, ‘혁신학교 폐지’, ‘혁신학교 신규 지정 중단’, ‘혁신학교 이름 교체’ 등 혁신학교를 둘러싼 정책의 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시도가 여럿이다.

  제주 새넷은 제주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재지정 중단 방침에 학부모들이 교육감 면담과 도의회에서 현안으로 질의하도록 주도하고, 제주지역 교육단체와 연합하여 혁신학교 재지정 중단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충북 역시 혁신학교 재지정 중단, 기존 혁신학교의 예산과 인력 지원 중단, 혁신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를 줄였던 정책을 환원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11월에는 기후 위기 대응 교육 포럼, 12월에는 기초학력 포럼을 운영할 예정이다.


  강원에서는 혁신학교 재지정이나 신규 지정은 중지하고, 기존 학교는 자율학교 지정 만료까지 예산만 지원할 계획을 밝혔고, 학교마다 일제고사 신청으로 구성원 간 갈등이 있다. 10월 1일에는 실천교사모임과 함께 한 워크숍에 50여 명이 참여하였다.


  경북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발표는 없으며 다른 지역 상황을 살펴보고 반영할 것으로 추측된다. 신규 지정은 하지 않고, 기존에 지정된 학교만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혁신학교 정책의 확산, 학교 공동체의 혁신 교육 참여는 더디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전남은 혁신학교를 폐지하겠다는 교육청의 발표에 학부모네트워크와 활동가 중심으로 대응팀을 만들어 문제를 제기하고, 교육감 항의 및 면담을 진행하였다. 혁신학교 신규 지정 및 재지정으로 방향을 전환할 예정이나 혁신학교라는 이름은 바꿀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서울은 혁신학교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학부모, 교원 동의율 모두 50% 이상으로 조정하였다. 기존에는 어느 한쪽의 동의율이 50%만 신청 가능하였다면 내년부터는 조금 더 신청요건을 강화한 것이다. 서울시는 일반 학교의 혁신도 상생과 보완의 관점에서 지속 추진하기로 하였다. 한편 혁신학교 운동에서 새로운 교육의 방향을 찾은 사람들은 교육청이 혁신정책을 지속하도록 요구하고, 교육청의 정책에서 교사 운동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내년 초에 가칭 서울혁신교육네트워크를 창립하기로 하기로 하였다.


  부산은 혁신학교 신규 지정을 중지하고, 재지정 또한 총 10년까지만 가능하다고 발표한 상황으로 학부모, 교원, 마을공동체 연합으로 이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교사, 관리자 대표가 혁신학교 신규 미지정 및 일제 시험 강행에 대한 항의 방문 및 면담을 진행하였다. 마을공동체협의회에서는 교육감 면담을 통해 혁신학교, 마을공동체 사업 지속을 요구한 상황이며, 학부모네트워크의 면담 요구에는 응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경기는 인수위 백서에는 혁신학교 재지정 중단이라 밝혔지만, 국정감사에서 교육감이 학교의 자율로 혁신학교 재지정이 가능하다고 언급하였고, 내년 계획이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역별 의견수렴을 위한 협의회를 하는 등 아직도 상황이 불투명하다. 경기새넷은 혁신학교 신규 지정 및 재지정 중단을 밝힌 인수위 백서 발표에 전교조, 실천교사모임, 학부모, 공모교장협의회, 학생네트워크와 연대체를 구성하여 성명서를 발표했다. 7월 말의 활동가 워크숍, 혁신정책 TF팀 구성, 3차로 걸친 혁신교육 포럼, 혁신학교 발전 방향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학교와 관련하여 아직은 확실한 입장과 향후 계획이 발표되지 않은 지역, 학업성취평가 관련으로 갈등이 깊어진 지역 등 다양한 상황에 놓여 있지만, 어떤 교육적 이슈도 국민적인 관심이나 담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나날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정치, 경제 문제와 아직 정부의 교육정책이 현실로 다가오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새넷은 ‘미래 교육을 열어가기 위한 혁신학교 발전 방향에 대한 설문’을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경기교육이 만든 소중한 학교 개혁의 산물이고 기준이었습니다. 경기교육 교원들이 긴 시간을 고민하면서 연구하고 실천해 온 과정이자 결과물이었으며 공교육 학교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 했던 우수한 사례입니다. 그러나, 자의든, 타의든 13년간 이어온 혁신학교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학교 현장에서 쏟았던 혁신 교육이 어떻게 변화 발전되어야 하는지 학교 현장의 힘으로 판단하고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이하 생략).’


  오늘의 교실을 지키고, 새로운 학교의 교육원리가 실현되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어나가야 하며, 거기에 더해 우리를 둘러싼 현실을 바꾸기 위한 연대와 실천이 절실한 조금은 더 고단한 시기를 맞이하였다. 힘을 내자.


2022 가을호 목차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가을
1. 시론
2. 이슈 & 포럼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두 권!


매거진의 이전글 2022 새넷 가을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