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이동철_낙운중학교 교사
선생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경북 상주 낙운중학교 과학 교사 이동철입니다. 저희 학교는 전교생 40명 정도의 작은 학교입니다. 혁신학교가 되던 해에 전입하여 3년 동안 학생부장교사를 하다가 올해는 교무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역할이 변화된 이유가 있을까요?
저의 전임학교가 내서중학교인데 경북 중등 혁신학교 운동의 시작점이 되는 학교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할 때 3년간 학생부장을 담당했었습니다. 학생들을 통제하거나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학생부가 아닌 학생 자치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학생부를 만들었고, 학교 안에서 많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을 낙운중학교에서 이어가고 싶어서 학생부장 교사를 하게 되었고, 3년이 지나면서 학생 자치 활동은 어느 정도 정착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학교의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해 좀 더 연구하고자 교무부장을 하게 되었네요.
두 학교에 걸쳐 계속 이어오신 학생 자치 활동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주셨으면 해요.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중학교 학생은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돌입하게 됩니다. 청소년기는 어른이 되는 것을 준비하는 단계인데 사춘기가 오면서 여러 혼란을 겪게 됩니다. 계속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이 시기에 중요한 것이 실패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립의 힘을 기르는 것인데 그 힘을 기르려면 뭐든 많이 경험하면서 좌충우돌 해 봐야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알면서 자립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의 활동이 그런 경험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들이 얼추 짜놓은 활동에 아이들이 조금만 보태는 형태의 활동으로는 아이들이 온전히 자기의 경험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생 자치를 통해서 학교의 모든 행사나 활동을 학생이 기획하여 처음부터 끝까지를 스스로 해보도록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신입생을 맞이하는 활동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입학식이 있어요. 신입생 O.T.를 위해 2학년 선배들이 2월에 미리 준비합니다. 10시부터 3시 정도까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데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할지 계획부터 운영까지 모두 2학년 학생들이 합니다. 친교 놀이, 학교 소개, 학교생활에 대한 안내 등을 준비합니다. 입학식은 3학년 학생 전체가 준비하는데 사회, 진행은 물론 현수막도 학생들이 직접 만듭니다. 이렇게 시작된 학생 자치 활동은 입학식부터 졸업식까지 수많은 행사가 있는데 일일이 이야기하기는 어렵고 일년내내 많은 활동이 이어진다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이런 학생 자치 활동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누군가 소외되지 않고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는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감 있는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2학년, 3학년 학생들이 모두 역할을 맡아서 신입생을 맞이하는 경험, 입학식에 온 신입생은 한 명씩 모두 자기소개를 하는 경험, 새로운 곳에서 환대받는 경험 등을 하게 됩니다. 또 부모님이 내 아이를 소개하는 영상 등을 통해 특정한 몇 명이 주목받는 것이 아닌 모든 아이가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성장발표회 등 학생들의 활동은 모두가 발표하는데 이때도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이런 경험을 3년 동안 계속하면서 쑥스럽고 힘들었던 아이들도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모두 어려움을 공감하기에 잘하지 못해도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분위기가 선후배 사이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입학식이 2시간이 넘고, 졸업식이 3시간씩 되어도 경청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교사로서도 정말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런 선후배가 사는 학교의 분위기가 어떨지 궁금합니다.
선후배 사이가 다른 학교에 비하면 돈독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좀 더 끈끈해졌으면 하는데 그렇게 까지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학생회장 선거를 할 때 선관위도 학생이 꾸리고, 공약도 다듬으면서 실제 선거처럼 한 달 동안을 축제처럼 합니다. 이렇게 꾸려진 학생회니까 부서 활동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요. 예를 들어 우리 학교는 매점이 없는데 매점부를 만들어서 봉사활동으로 매점을 운영하기도 하는 등 학생의 복지를 위해 움직이는 학생회가 있습니다. 이런 학생회를 학년을 섞어서 만나도록 하고 활동도 꾸준히 함께하는데 저희가 생각하는 만큼은 친해지지 않는 거 같아 조금 아쉬움은 있습니다. 동네에서 알고 지낸 학생들보다 넓은 지역의 아이들이 모이니까 학교에서만의 활동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후배 사이에 존댓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과 수업에서는 어떻게 만나시나요?
지구를 살리는 생태 환경을 중점으로 과학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10년 전부터 융합 프로젝트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1학년은 자유학년제가 되면서 프로젝트 수업을 하기에 더 편해졌습니다. 과학과 삶이 연결되는 프로젝트로 피자 화덕 만들기, 트리 하우스 만들기, 생태 텃밭 만들기, 대장간 만들기 등의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과학을 흥미롭게 배우다가 중학교에 오면 지식 위주의 수업이 되면서 과학을 포기하는 친구들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삶과 연결된 과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는 경험을 많이 했지만, 입시에 대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입시에 대한 어떤 고민이신가요?
제가 근무한 내서중학교는 입시 위주의 공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사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학교에 입학하게 했던 곳입니다. 아이들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자신했고, 미래학교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실천했습니다. 그런 활동을 자료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요,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처음에는 특목고, 일반고, 특성화고, 대안고 등으로 진학하다가 몇 해 전부터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이 생겼습니다. ‘내 삶에서 고등학교가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생겼고, 자신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런 학생들의 배움을 어떻게 이어가면 좋을까 고민하게 된 거죠.
학생의 삶은 계속되니까 중학교 이후의 배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신 거군요.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시나요?
상주는 아주 시골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많은 곳은 아닙니다. 그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 고민하면서 덴마크의 애프터 스꼴레처럼 청소년 인생 학교를 만들면 어떻겠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인생 학교의 이름을 ‘쉴래’라고 지었어요. 지역의 어른들이 무료로 수업을 만들어보자고 모여 수업을 만들기도 하고 어른들이 하는 마을 수업에 아이들이 희망하면 같이 하기도 하면서 2017년부터 6년 정도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경북에 미래교육지구 사업이 생기면서 그것과도 연계하여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상주교육지원청이 전교조에 요청하여 미래교육지구 사업 초안을 마련하고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과 연계하여 청소년 문화센터 ‘모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의 해방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찌 보면 자신을 온전히 경험하게 하고 싶었던 학생 자치 활동이 계속 연장되어 중학교를 졸업하고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만들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중학교 3년만 제대로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이 삶을 온전히 살 수 있게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고 학교 교육활동에도 녹이고 학교 밖의 활동에서도 고민하며 살고 있네요. 지금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국한하지 말고 내 삶도 보고, 아이들의 삶도 보면서 넓고 깊게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입시교육을 비판하면서도 그것을 따라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성찰하고 더 나은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북에서는 미래 교육이라고 말하는데 그게 미래 교육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고민과 많은 일을 하고 계셔서 인터뷰 날짜를 잡는 것도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하시고 계신 일의 일부분만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도 이 정도인 것 같네요. 이제부터 더 많은 이야기의 시작인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이 흘러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새넷 선생님들께 제안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중학교 아이들의 배움, 그 이후의 배움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초등학교에서의 배움은 어땠는지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너무 모르고 있고 그러다 보니 중학교에서의 배움에 대해 더 깊어질 수 있는 부분들을 놓치고 있지 않나 생각되었습니다. 초중등 선생님들이 같이 모여서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성장이 연속적이듯이 교육과정도 연속선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초중등 선생님이 모두 모여 아이들의 배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넷은 초중등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학생의 배움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니까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육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고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길이 또 열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들어가는 글_2022 새넷 가을
1. 시론
2. 이슈 & 포럼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두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