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럼 / 새로운학교지원센터
‘모두를 위한 질 높은 학교 교육’, 공교육 정상화와 다양화를 목표로 공교육의 성공모델을 창출하고 확산하고자 했던 혁신학교 정책은 우리 손에서 시작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 ‘새로운 학교 운동’으로 나아가, 주민 직선 경기도 교육감에 의해 ‘혁신학교’로 정책화되면서 전국으로 확산한 것이다. 10여 년간의 공교육 혁신을 위한 노력이 학교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다음 과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진보와 보수 프레임에 갇혀버렸다. 2022 교육감 선거 결과, 가을호에서 살펴보았듯이 각 시도에서 혁신학교 정책의 폐기와 수정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7월의 전국 정책위 모임을 통한 지역 상황 공유, 8월의 성명서 발표, 지역 네트워크의 혁신 교육 포럼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 새넷은 TF팀 구성, 온라인설문과 포럼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학교 운동을 통해 이끈 혁신학교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함께 해나가야 할 과제를 도출하는 일은 이 시점에서 꼭 해야 하는 일이다.
11월 10일 ‘미래 교육, 혁신 교육으로 열다’를 주제로 온라인 포럼이 열렸다.
김미영 선생님(응곡중학교)은 ‘혁신학교 미래방향 설정을 위한 온라인 설문 결과 분석’을 발표하였다. 교사 236명, 학부모 153명, 학생 126명 총 515명이 참여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혁신학교의 경기교육 개선 기여 여부, 학교의 교육 방향, 혁신 교육을 통한 개선점 및 한계와 어려움, 2022년의 개선 방향 등 11개의 문항 분석 결과였다. 2022 혁신학교 운영의 방향과 코로나19 이후의 과제도 흥미로웠지만, 설문 결과, 기존의 혁신학교 철학과 원리를 추구하면서 미래 교육을 담는 방안으로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사, 학생, 학부모의 비율이 높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렇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현주 선생님(의정부여자중학교 교장)은 ‘혁신학교의 미래, 현장의 힘으로 만들어가자’라고 제안을 하였다. 12년간의 진보 교육감들의 연임으로 혁신학교 정책 방향이 유지, 확장되면서 관리자 연수, 학교평가, 학교 민주주의 지수, 전학공 학점화, 혁신 공감 학교 등의 교육청 중심의 정책과, 배움 중심 수업, 학습공동체, 협력과 소통의 문화, 비전과 철학을 중심으로 교육과정과 학교 민주주의를 세우는 현장 교사들의 자발적 운동성이 결합하여 변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학교 업무는 줄지 않았고, 거꾸로 가는 입시정책의 문제는 그대로 둔 채 교육 주체의 민주성, 윤리성, 창의성, 전문성에만 몰입하였고, 성찰과 피드백 없이 반복적으로 정책이 시행되고 확장되었기에 현장의 불신과 피로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현장의 고민과 경험이 이끈 혁신학교 정책은 학교 현장의 변화라는 성과를 만들었지만, 내적, 외적 한계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현장의 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학교다움, 교육다움을 고민해야 한다. 답정너가 되어버린 리더 교사, 소진과 리더 교체로 인한 공백, 학습권을 침해하는 학교폭력과 점점 늘어나는 교권 침해, 자녀교육에 내재된 욕망과 충돌하는 가치 등 겪고 있는 문제와 고민을 드러내야 한다.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찰과 실천을 지속하는 그 일을 해야 한다. 질 높은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수업을 통해 학생의 성장을 확인하고, 미래형 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기다움을 살릴 수 있도록 상호 존중하는 안전한 관계를 맺는 교실, 학교,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한 나아가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지역에서 연대하고, 다양한 교육단체들이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만나고 연결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미래형 혁신학교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백병부 선생님(경기도교육연구원)이 발표를 이어갔다. 미래형 혁신학교는 그간의 혁신학교가 거둔 성과 위에 과감한 상상력과 실험으로 ‘학교다움의 최대치’를 구현하기 위한 공교육 혁신의 모델학교이다. 2021년 교육부와 11개 시도교육청이 5년간 함께 추진하기로 한 정책이었으나 교육부에서 올해부터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학교혁신을 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학교혁신이 성공하였을 때를 돌아보았다. 학교혁신의 목표가 교사의 자부심과 사명을 불러일으켰고, 비전에 대한 논의와 숙의를 통해 내면화함으로써 학교의 비전이 각자의 교실과 수업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운영되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고도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연수학점 이수를 위한 모임이나 서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적당한 화제로 이야기 나누는 게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충돌하는 불편을 견디며 질문하고 토론하며 비전을 공유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더 나아가 의사결정 구조로 작동할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었다. 교과 전문가를 넘어서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한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성인으로서의 교사 역할을 하기 위해 다른 이의 경험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혁신학교에서 목표로 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돌아보는 노력을 언급하였다. 혁신학교를 통해 학교 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달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안에는 권위주의, 온정주의, 편의주의가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두르고 남아있다는 것이다. 교육과정 민주주의와 교실 민주주의는 아직 더디게 변화하고 있고, 학부모자치와 학생 자치를 이야기하지만, 기성의 질서를 유지하거나 아직 지원만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혁신학교에서 한 모든 일이 교육과정으로 스며들게 하는 노력과 지역 단위의 공통 교육과정을 만들어내는 일이 필요하다.
당장 올해부터 해결해야 할 문제도 다루었다. 경기도교육청의 기조인 자율, 균형, 미래를 어떻게 해석하고 수용할 것인지, 달라진 예산 상황에서 혁신학교 운영을 위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다루지 않는 자율, 이념적 스펙트럼을 좁게 만들기 위한 개념으로서의 균형, 기술과 기능주의로 바라보는 미래라면 이전의 존엄,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학교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아닌 학교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로부터 학생을 지키는 울타리가 되게끔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책의 변화 가운데서 흔들리는 교사와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학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이 시간을 학교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새로운 학교 운동은 혁신학교 정책이라는 제도와 결합하면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낸 것이 사실이지만, 오히려 운동성을 잃거나 제도권으로 휩쓸려 현장의 에너지가 정책을 유지하고 일반화하는 데 쓰였다는 반성 또한 존재한다. 혁신 교육의 성과는 공기처럼 익숙해졌고, 이미 바뀐 학교문화와 주체들의 참여 경험은 쉽사리 과거로 되돌리게 하지 않는 힘이 될 것이라는 믿음의 목소리도 있지만, 교사들은 이미 차갑게 식었고, 달라진 아이들과 학부모, 더 두꺼워진 매뉴얼에 지쳐있기에 이전의 방식으로 학교혁신을 지속한다면 결국 외면당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 몇 차례의 포럼과 토론을 통해 대다수 회원은 네트워크와 연대야말로 가장 중요한 과제이자 해법이라고 생각을 모았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멈춰 선 만큼 학교 리더 양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변화의 물결 속에서 복잡한 문제를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23년 새해, 세계 경제지표와 공공요금 인상, 물가 상승, 기업 실적 마이너스 예고 등 경기 둔화와 암울한 전망으로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한다. 새 정부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살리고자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고, 이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 폐기를 예고했다. ‘강한 안보’를 기치로 하는 외교 통일 정책과 대응 방식은 새로운 정치국면을 실감하게 한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을 바꾼다. 교육도 그렇다. ‘교육도 경쟁시장이 돼야 한다’라는 대통령과 에듀테크 교육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으로 사교육 업체의 주가는 급등했다. 디지털교과서 플랫폼 도입, 저녁 8시까지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교육과 돌봄서비스가 운영되는 초등 늘봄 학교까지, 에듀테크 기술과 사교육 시장이 변화를 공교육 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봄이 오고 아이들이 온다. 우리는 함께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것이고, 새로 만날 동료와 머리를 맞대고 일 년을 계획할 것이다. 위의 설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의 공동체 관계성 회복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했으니, 올해는 교육공동체가 함께하는 교육활동의 빈도를 더 높여야 한다.
제도와 정책의 내용은 현장에서 이미 실천하고 검증된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작은 학교 연대, 새로운 학교 운동을 통한 교육적 실험과 실천이 혁신학교 정책으로 수렴되었던 것을 기억하자. 올해의 실천을 잘 기록하자. 다시 읽어도 또 새로운 ‘새로운 학교 교육원리’도 기억하자.
학교는 삶을 가꾸고 나누는 교육공동체입니다. 학생은 행복한 삶을 경험하며 미래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치를 배우고 익힙니다. 새로운학교의 구성원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다음 열 가지 교육원리를 실천합니다.
1. 학교는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교육공동체이며, 구성원은 학교 일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고 결정합니다.
2. 학교 구성원은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학교 교육을 위해 자기 책임을 다합니다.
3. 학생은 자기 존엄을 바탕으로, 서로 인정하는 관계를 맺습니다.
4. 학생은 교육의 장 어디에서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하며 어떠한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아야 합니다.
5. 학생은 배움으로 주체로서 스스로 학습하고 협력합니다.
6. 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알맞은 배움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7. 교사는 학생의 발달 단계와 특성, 관심, 생활환경을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함께 만들고 실행합니다.
8. 교사와 학생은 배움을 통해 인간, 사회, 자연을 이해하고 삶의 기술을 익히며 실천합니다.
9. 교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의 배움과 삶을 연결하는 교재를 준비하고 활용합니다.
10. 학교는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와 협력합니다.
삶을 위한 교육, 미래를 여는 교육 새로운학교네트워크
들어가는글_2022 새넷 겨울
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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