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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Jan 10. 2023

티처뷰_성남여중 박혜진 교감선생님

티처뷰 / 박혜진_성남여중 교감

안녕하세요? 박혜진 교감 선생님! 제가 아주 잘 알지는 않지만 조금은 친분이 있어 인터뷰가 더 설렙니다.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경기도에 있는 성남여중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2022년 9월 발령받았습니다. 전문직으로 7년 정도 근무하다가 오랜만에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여 이제 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저도 선생님들도 어느 정도 걱정으로 시작되었다 싶은데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이 되셨지만 잘 지내고 있으시다니 이유가 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전문직으로 있으면서 정책을 고민할 때 선생님들과 만나서 고민하는 자리에 있었어요. 그래서 학교와 동떨어져 활동하지 않아서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학교에 와보니 제 생각이 어느 정도 맞았던 거 같습니다. 우리 학교가 다문화 학생,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이 많고 이는 학생 간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있지만, 성적과 상관없이 학교생활도 수업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에요. 선생님들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꽤 있는 편이라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곳이고요. 그렇게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서로의 기를 받으며 생활하는 학교입니다. 혁신학교 13년 차로 학교로 분위기가 좋아요. 마침 저는 혁신학교에 근무하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혁신학교 13년 차 학교라는 건 어떤 느낌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처음 혁신학교를 시작했을 때는 학생자치가 굉장히 잘되는 선구적인 모습의 혁신학교였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코로나 2년을 지나면서 학교 문화 등이 예전만큼은 아니에요. 다른 학교도 많이 겪고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기존에 했던 시스템이나 내용 등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방학 때 준비하는 교직원 워크숍, 수업을 연구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전 교사 공개수업과 수업 성찰이 일상화되어 있어요. 이런 학교의 모습을 지금의 시대 정신에 맞게 나아갈 방안을 선생님들과 모색해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아 보입니다. 어떤 부분이 특히 그러신 거 같아요?

  학교에서 학생의 배움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경기도 신도시에 있던 분당고등학교가 첫 발령지였어요. 그때는 0교시 수업도 있고, 보충수업도 학생의 선택권이 없이 무조건 시간표대로 보충수업을 하는 시기였어요. 1년 차 신규 교사일 때 보충수업이 아이들의 요구와 맞지 않게 운영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1년을 보낸 후에 선생님들을 설득해서 보충수업 학생들에게 선택받아서 하자고 했습니다. 제가 보충수업 담당을 하겠다고 하고 학생이 보충수업으로 2개에서 3개 과목 선택하게 하고 선택한 과목에 맞추어 보충수업 반을 구성하고 시간표가 겹치지 않게 조절하여 수기로 시간표를 짰어요. 과학 교사로서 논술이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어요. 2년 차에는 보충수업에 과학 글쓰기만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서 통합논술팀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국어, 수학, 사회 등 타 교과 선생님들과 팀을 만들어 융합 논술 보충수업을 만들었습니다. 이때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라는 말은 없었지만, 융합 논술팀을 운영하기 위해 연구모임을 했는데 그게 지금으로 말하면 전문적 학습공동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 교육청에 통합논술팀에 공모해서 운영하기도 하면서 학생이 주도하는 융합 수업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이어갔던 것 같습니다. 통합논술 등의 수업과 관련하여 관내 공개수업 시연 등의 제안이 오면 마다하지 않고 제가 하겠다고 했었어요. 그때 저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고 그런 갈망이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계속 교사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런 교사에서 전문직으로 나아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2014년에 정책분야 교사 연구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책 연구년팀에 경기도의 유명한 교사분이 많이 있었어요. 회복적 생활교육, 교육협동조합, 토론학습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전문적으로 열심히 했던 분들과 같이 연구년을 하게 된 것이죠. 매주 만나서 세미나하고 견학하는 등의 연구를 하며 1년을 보내고 나니 이때가 제 교사 인생에 가장 많이 성장했던 시기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수업에만 관심 있다가 생활지도, 상담, 협동조합 등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것을 교육과정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만난 선생님들과 연구하던 끝에 전문직에 도전해보자 하셔서 시험을 보고 전문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직에서는 어떤 경험을 하셨어요?

  2015년 9월에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융합과학교육원으로 첫 발령을 받았어요. 제가 마을교육공동체 관심이 많았는데 그때 의정부 지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몽실학교 등을 중심으로 교육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몽실학교에서 1년 동안 학생주도프로젝트 멘토 교사를 했습니다. 제가 과학 교사여서 아이들이 정한 주제 중에 빛 공해 프로젝트가 있었고 그 활동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에 1년 동안 같이 모임을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요. 아이들이 정한 시간이 금요일 저녁이네요.

  매주 금요일 저녁에 1년 동안 함께 해서 더 친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학생이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 계획부터 실행, 연구 보고서까지 모든 활동이 학생 주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학생이 계획한 활동이 제대로 실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이때 가장 놀랐던 것은 아이들이 과학 관련 주제를 실행하지만, 기계에 관심 있는 학생, 통계에 관심 있는 학생, 홍보에 관심이 있는 학생 등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고 그에 따라 각자 역할을 찾아서 운영해나가는 것이었어요. 실패해도 어떻게 보완할까를 찾으면서 12명이 시작해서 9명 정도 남았는데 결국 발표까지 해냈습니다. 이때 아이들이 활동하는 전 과정을 보면서 학생 주도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학생 주도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문서가 아닌 저의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은 제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몽실학교에서 저의 경험을 확장해서 2016년에는 제가 근무하던 융합과학교육원에서 학생이 스스로 기획·운영하여 천체 관련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주도하는 경기꿈의학교를 열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의정부융합과학교육원의 천체 시설이 경기도에서 3번째로 좋은 곳이에요. 이런 시설을 잘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파견 선생님들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아 천체 관련 경기꿈의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경기꿈의학교 교장을 1년 했습니다. 천체 관련 꿈의 학교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았습니다. 중고등학교만 열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문의가 엄청 많이 왔었어요. 이렇게 의정부에서 근무했던 2년 동안 몽실학교, 경기꿈의학교를 경험하면서 학생 주도 활동에 대해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2년 후에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셨나요?

  교사는 내신을 써서 발령이 나는데 전문직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경기도교육연구원으로 발령이 났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학생주도프로젝트,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방안, 공동교육과정 등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을 보고서로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경기도의 성남, 시흥, 오산, 동탄 등의 지역에서 학교와 마을이 연결되어 교육활동을 하는 곳은 물론 전국단위로 다니면서 학생과 담당자를 인터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더 정교하게 연구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을 가지고 다시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과로 발령 났고 2030 경기 미래 교육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혁신 교육을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과 팀을 짜고 혁신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국가교육회의에 파견 가게 되었습니다.


국가교육회의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이에요? 

  국가교육회의는 대통령 자문기구로 2017년 12월에 출범했습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교육정책에 대해 사회적 협의를 통해 교육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추진동력을 확보하고자 하였어요. 동시에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준비하였습니다. 그 결과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9월에 출범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 이후부터는 교육과정 제정은 기존 교육부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하게 되었어요. 교육부가 2022 개정 교육과정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는 국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교육과정에 대한 사회적 협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교육과정 쟁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와 숙의 토론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합의라는 게 생소한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를 많이 연구했는데 핀란드의 경우에는 이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전 국민이 교육과정에 대해 학습하는 과정이 되더라고요. 그 합의의 과정에서 핀란드의 교육과정이 사회에 전파되고, 그것이 학교로 들어가게 되고, 다시 교사에 의해 이끌어지는 유기적 연결이 됩니다. 핀란드의 사회적 합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중장기적 관점으로 국가교육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교육 주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교육과정이 개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학생과 교사가 같이 만나서 실질적으로 얘기하다 보면 학생으로부터 가장 비판을 받은 게 평가였어요. 현재 평가체제에 대한 학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교사들도 고민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 단위가 아니라 전국단위에서도 가능한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학교에 가면 적용해보고 싶기도 했고요.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육과정 개정의 정신은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많은 경험 후에 학교로 돌아오셨으니 많은 고민이 있으실 거 같아요.

  학교에 돌아와서 제일 고민한 것은 시스템과 사람이었습니다. 혁신학교가 계속 고민했던 교사 소진의 문제를 미래교육과 연결해서 에듀테크가 수단으로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공유와 소통을 선생님들이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기록을 남기고 축적하는 걸 쉽게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모임이 사라지고 에듀테크를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향상되어서 혁신학교의 민주적 학교 문화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지금 시대정신에 맞게 하는 것이 무엇일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내년에 시작해보려고 주변의 선생님들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방학 때 선생님들과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교사, 장학사 활동을 하시는 중에 학교 밖의 새넷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경기새넷에서 전문직 분과를 만들면서 김주영 선생님을 만났고 그때부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직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새넷 지원센터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새넷 지원센터 활동도 같이하게 되었어요. 저는 새넷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그냥 행정 하는 전문직이 되었을 거 같아요. 새넷 전문직 분과, 새넷 지원센터 활동을 하면서 고민하는 전문직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활동했던 전문직 분과 선생님들이 혁신학교 열심히 했던 분들이었고, 그분들과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계속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새넷은 저를 지치지 않게 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멍하니 무기력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렇게 생활하다가 새넷의 모임을 하면 이렇게 무기력하게 있으면 안 될 거 같고 열정을 사그라들지 않게 해주었던 거 같습니다. 같이 고민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이 움직이게 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새넷은 교사의 전문성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만드는 모임인 거 같습니다.



새로운학교지원센터 차기 센터장이 되셨는데 앞으로 새넷 센터장으로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국가교육회의에 근무할 때였어요. 교육부 관계자분이 교육정책을 고민할 때, 교육과정평가원, 교육개발원 등의 연구 자료를 참고하지만, 학교 단위에서 실질적으로 축적된 연구물이 더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어요. 열심히 활동하는 단체에서 데이터를 축적하여 연구 보고서가 나오면 교육부랑 연결해서 정교한 정책을 세우는 데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신다고요. 새넷 학습터나 웹진 같은 것이 기록의 역할이 있긴 하지만 수업 얘기를 담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것을 같은 주제로 같은 데이터를 모아 연구 자료로 쓸 수 있게 좀 더 심도 있게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예산, 인력, 시간이 필요한 일인데 그런 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또 고민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2022 겨울호 목차

들어가는글_2022 새넷 겨울
1. 시론
2. 이슈 & 포럼
3. 특집
4. 전국넷
5. 수업 나누기 & 정보 더하기
6. 티처뷰
7. 이 책 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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