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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리도 이기적이고 꽉 막혀 있을까?

[오늘의 심리학 #180.]


 소강세에 접어들던 코로나19 가 다시 재유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천지 집단 감염,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등 여러 고비를 슬기롭게 넘겼던 우리지만 이번 사태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심각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정치적인 이야기,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의 이기적이고 꽉 막혀 있는 태도가 무조건적인 정부 불신, 아집단 맹신의 태도에서 파생되었고, 이들에게 거짓 분노와 불안을 조장하여 이용하려는 자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마냥 욕하고 벌주기보단 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다양한 척도를 가져와야 할 때입니다.


 공감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본 다음 저널이 도움이 될 것 같네요.


- 2009년 사회심리학자인 C. Daniel Batson은 감정 공유, 타인의 내적 상태 파악,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대한 상상,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배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괴로움, 물리적 모방 등으로 공감을 구분하였다.
- 공감은 우리의 감정 뿐만 아니라, 사고와 상상까지 아우르는 다면적 능력이다.
- 공감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사회적 목표와 단서들과 관련 있는 내용을 유연하게 너와 나의 관계 내에 배치'한다.


 공감이라 하면 '남이 느끼는 감정을 나도 똑같이 느낀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허나 공감은 다양한 각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타인의 감정이 내 감정인 것처럼 느끼는 '감정 공유'

 타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짐작하여 알아차리는 '타인의 내적 상태 파악'

 이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느낌일까? 미루어 짐작하는 '공감적 상상'

 타인의 불편함을 미리 짐작하여 최대한 편하게 돕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배려'

 상대방의 아픔을 보며 나 역시도 아파하는 '타인 고통에 대한 괴로움'

 상대방의 행동와 표정을 따라하는 '물리적 모방' 등이 모두 공감에 해당합니다.


 즉, 공감은 '상대방이라면 어떨까?' 를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짐작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가치는 바로 '관심' 입니다. 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상태에서 하는 공감은 '그 사람 입장'이 아닌 '내 입장'하게 될테니까요. 일방적인 관계에서 선의든 타의든 실례가 될 수 있습니다.


 공감을 하는 이들은 '공동체의 안위를 바탕에 놓고, 너와 나의 선을 조절' 합니다. 나와 마음 맞는 이들끼리 똘똘 뭉쳐서 "우리와 다른 이들은 모두 악!" 외친다면 그들은 진정한 공감 정신을 발휘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내 마음과 맞는 타인만 타인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 대부분의 역사에서 공감은 유사성 뿐만 아니라 차이점도 포용했다.
- 익숙하지 않은 것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확장하고, 감정 범위를 넓히고, 사색 능력을 확장해야 한다.
- 공감의 힘은 갈등을 치유하고, 더 나은 의사소통을 만든다.
- 우리의 감정에 생각과 상상력을 섞어 모두를 위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감의 핵심은 '차이점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르기에 더더욱 적극적으로 상상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유심히 살펴봐야 합니다. 그래서 공감하는 이 옆엔 절로 상처를 치유 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따스한 마음이 가진 치유력을 몸소 느끼는 거죠.


 코로나19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자신과 신천지를 분리하며 이교도에 대한 비난을 하였습니다.

 이태원 클럽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당장의 쾌락을 추구하는 몰상식한 젊은 세대와 일부 성소수자를 비난하였습니다.

 사랑제일교회 및 광복절 집회발 집단 감염 사태에도 기독교 및 극보수에 대한 비난과 처벌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사실 이번에는 저도 분노와 비난하는 마음이 큽니다만, 그게 이 사태를 진정시킬 방법이 아니란 걸 알기에 최대한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gZ_jVkBIXL4


 지금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가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그 집단의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을 때 발생했습니다. 이번 사태에는 그런 모습이 더욱 여실히 보입니다.

 무분별한 정부 불신, 정치적 수세 싸움에 눈이 멀어 의료진의 노력이, 지금껏 버티고 있는 내 주변의 힘겨움이, 나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 입을 가족들의 피해가 보이지 않습니다. 믿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들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광신도입니다.

 관점을 넓혀 남들을 미루어 볼 기회를 원천 차단하는 이들에 의해 공감 능력은 자라날 기회를 잃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가 거짓이라고, 정부의 선동이라고 말하던 이들이 코로나19 양성이 뜨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남의 경험이 비로소 나의 경험이 되었으니 이제 비슷한 타인을 공감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여전히 정부가 자기들에게 생화학 테러를 하였다고 주장하며 자기 관념 안에 갇힐까요?


 희망에 좌절하는 게 연거푸 이어질 수록 인간은 무기력해집니다. 탓을 찾아 분노한다면 그 과정에 당연히 희생도 잇따릅니다. 저는 그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그들을 공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어딘가 아픈 사람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 하고 있어요. 아직 이 생각이 합리적인지 그렇지 않은 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되지 않네요. 반 년 이상 처절히 버티며 저도 점점 악이 받치고 미움이 생기거든요.



* 참고 자료


1. 왜 사람들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까? [오늘의 심리학 #110.]

- 이단 종교를 만들고 관리하는 이들, 종교에 빠져드는 이들, 이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66


2. 무분별한 사재기의 이유? 밴드웨건 효과! [오늘의 심리학 #121.]

- 우린 가끔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주관 없는 선택과 소비를 하는가?

https://brunch.co.kr/@3fbaksghkrk/284


3. 의료진들의 소진 [오늘의 심리학 #148.] 

- 소진은 기술적 한계가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63


4. 시위와 폭동의 심리학 [오늘의 심리학 #160.] 

- 시위도 폭동도 구심점에서 시작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87


5. 약점과 약자를 무기로 이용하는 사람들. [오늘의 심리학 #175.]

- 약점은 훌륭한 무기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410



* 출처 자료


Empathy's Many Meanings

How to understand the complexity of empathy.

Posted Aug 17, 2020 Susan Lanzoni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empathy-emotion-and-experience/202008/empathys-many-mean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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