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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원 3시간전

소설 <자생화> 03

어린이집에 도착한 그녀는 무정과 마주했다. 무정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상담실 한쪽에 구겨앉아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님, 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서 방금 응급실에서 퇴원했다고 연락받았고요. 다친 아이가 할머니랑 살아서.. 일단 부모님과 연락을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나저나 왜 그랬는지 물어도 무정이가 답이 없네요. 무정이도 오늘은 그만 집에 가서 쉬게 해 주세요. “ 원장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는 터질 듯한 머리 대신 운전대를 부여잡고, 집으로 향하며 물었다.


“너 왜 그랬니? “


“…”


“왜 그랬냐고 묻잖아!”


분노 섞인 그녀의 질문에도 무정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한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중얼거렸다.


“피는 못 속인다더니.. “


날카로운 그녀의 말에 뻗뻗했던 무정의 얼굴이 움찔거렸다.




오전 7시, 무정의 핸드폰 알람이 소란스럽게 울렸다. 무정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깨어나 혼자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한 뒤, 여전히 제 품보다 큰 교복을 입었다. 그 사이 다은도 출근 준비를 하러 일어났다. 무정과 다은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식사하는 일은 없었지만, 아침에는 종종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다은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했다.


무정이 등교를 시작하면 다은은 그제야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입맛이 없는지, 억지로 밥을 욱여넣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녀는 차에 타서 평소처럼 시동을 걸고 출발을 했다. 그때, 바퀴에 무언가가 덜컹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곧장 내려 바퀴 쪽을 살펴본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채 성묘가 되지 못한 고양이 사체였다. 경직된 걸로 보아 죽은 지 시간이 꽤 흐른 듯했다.


그 순간, 다은은 그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가 잠에서 깰 무렵, 무정이 휴대폰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으니까 예쁘네.”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 말이 순간적으로 메스꺼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떨림이 목을 조이는 듯했고, 무정의 목소리가 귀에 맴도는 듯했다. 그녀가 감당해야 할 복잡한 감정이 얽히며 머릿속이 어지럽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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