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원 Oct 20. 2024

소설 <자생화> 03

오전 7시, 무정의 핸드폰 알람이 시끄럽게 울렸다. 무정은 알람이 울리자마자 깨어나 혼자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한 뒤, 여전히 제 품보다 큰 교복을 입었다. 그때 다은도 출근 준비를 하러 일어났다. 중학생이 된 무정과 다은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식사하는 일은 없었지만, 아침에는 종종 얼굴을 마주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다은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곤 했다.


무정이 등교를 시작하면 다은은 그제야 식사를 시작했다. 그녀는 입맛이 없는지, 억지로 밥을 욱여넣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녀는 차에 타서 평소처럼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그때, 바퀴에 무언가가 덜컹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곧장 내려 바퀴 쪽을 살펴본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채 성묘가 되지 못한 고양이 사체였다. 경직된 걸로 보아 죽은 지 시간이 꽤 흐른 듯했다.


다은은 그날 아침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녀가 잠에서 깰 무렵, 무정이 휴대폰을 바라보며 “가만히 있으니까 예쁘네.”라고 중얼거렸다. 그 말은 순간적으로 다은에게 메스꺼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떨림이 목을 조여오고, 무정의 목소리가 귀에 맴도는 듯 했다.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며 머릿속은 어지럽혔고, 다은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감정의 무게에 압도당한 채 잠시 멈춰 서 있었다.


다은은 이 상황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어 모든 걸 외면한 채 곧장 서점으로 향했다. 서점의 익숙한 공간에 들어서자 따뜻한 분위기가 그녀를 감쌌다. 그러나, 마음속 불안한 마음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무언가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그 감정의 실체를 직면할 용기는 없었다.

이전 03화 소설 <자생화> 0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