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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Jul 03. 2024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또! 쌀알 만한 검은 덩어리들이 현관 앞에 흩어져 있다. 요즘은 쥐가 없고 고양이 배설물큰데 누구 것일까? 조금 딱딱한데 언제 싸고 간 거야? 범인도 모른 채 물로 쓸어낸다.


7월이다. 아침 공기는 여전히 상쾌하고 바다 새가 느긋하게 날아다닌다. 구름이 해를 살짝 가리니 하늘은 그림이 달라진다. 현관 구석에 사흘째 배설하고 사라진 범인은 누구일까?


나흘째 아침, 현관 구석을 먼저 본다. 역시 범인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흑미 같은 배설물도 익숙해지니 귀엽다. 내 문 앞을 골라 배설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더 궁금해진다.


화분에 물을 주다가 본다. 긴기아난 줄기 사이에 새털이다. 바다새들이 찍찍하 날아다니다가 저공비행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저 놈들이네. 우아하게 날아다니다가 찾은 장소가 내 현관 구석이구나. '나야. 나라고'라 소리해도 할멈이 눈치채지 못하니 화분에 흔적을 남겼네.


모르는 척, 아닌 척 내숭 떨지 않으니 예쁘구나. 거짓말하거나 뒤집어씌우지 않으니 정직하구나. '네가 궁금해하는 범인은 나'라 알리는 당당함이여. 배설물을 불쾌해한 나도 '너'에게 솔직하게 사과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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