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탐험가 김홍채의 칠순 기념 글 모음집(대인관계 심리 탐구)
사회적 인지(社会的 認知 social cognition)는 사회심리학의 좁은 의미로는 대인인지, 대인 지각과 같은 의미로 사용합니다만 넓은 의미로는 사회적 대상의 인지 또는 사회적 장면에서의 인지에 대한 정보처리적 접근 차원의 연구를 총칭하는 말입니다. 여기서는 좁은 의미로 대인 지각과 동일한 것으로 다루겠습니다.
대인 지각(對人知覺, interpersonal perception; person perception)은 다른 사람의 성격, 욕구, 감정, 의지, 사고 등 특성과 심리상태를 추측하고 인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상태나 개인적 특징에 대해서 갖는 이미지는 그 사람의 얼굴이나 체격, 복장 등 외관적 정보, 그 사람 자신의 언행, 다른 사람이 그 사람에 대하여하는 언행 등과 같은 행동적 정보 등을 재료로 해서 형성됩니다.
이처럼 대인 지각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지각 내용이 항상 그 사람을 정확하게 나타낸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얻어진 정보 자체가 잘못되어 있을 수도 있고 정보를 왜곡해서 수용하기도 합니다. 인지하는 측의 과거 경험과 욕구 등으로 인해 왜곡되는 일도 많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정보가 불충분할수록 별 것 아닌 정보에 기초하여, 인지하는 사람 자신의 형편에 맞는 이미지를 형성하기 쉽습니다. 대인 지각의 내용은 타자에 대한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기 편한 대로 상대방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대인관계를 악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대인 지각을 할 때 다음과 같이 상대방에 관한 다양한 차원의 정보를 참고합니다.
(1) 겉모습 단서: 얼굴 모양과 자세, 복장 등 상대방의 겉모습
(2) 행동적 특징: 상대방이 자신에게 하는 행동과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동
(3) 내면적 특징: 상대방의 성격 특성, 감정적 반응, 자기 개념, 가치관 등
로젠버그(Rosenberg, 1965)는 대인 관계 면에서의 좋고 나쁨과 지적능력 면에서의 좋고 나쁨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대인 지각이 이루어진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친구나 업무상 관련 있는 인물을 평하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여보면 ‘머리는 좋지만 성격이 까다로워 가까워지기 힘들다’, ‘사람이 좋고 아무 하고나 잘 지내지만 업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등 대인관계와 지적능력 측면으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부쉬(Dornbusch, 1965)는 ‘The perceiver and the perceived: Their relative influence on the categories of interpersonal cognition.’이라는 논문에서 두 사람이 동일한 친구들에 대해서 기술할 때의 범주 중복(45%)보다 한 사람이 두 명의 다른 친구에 대해서 기술할 때의 범주 중복(57%)이 더 많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대인 지각에 있어서는 보는 사람의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보는 사람의 요인으로서 스테레오 타입과 자기 스키마[자기도식(自己圖式, self-schema)]를 들 수 있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은 인종, 민족, 성별, 연령, 직업 등 사회적 범주로 분류되는 집단에 대하여 고정된 관념에 따라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견해도 스테레오 타입의 일종입니다.
스테레오 타입, 즉 고정관념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은 고정관념이 잘못되고 왜곡된 과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맥거티 (McGarty, 2002)는 사회 집단의 측면을 설명하고 특히 그룹 간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고정관념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매우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테레오 타입이 가진 기본적 특징으로서 다음 3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1) 스테레오 타입은 설명에 도움이 된다
(2) 에너지(노력)를 절약하는 도구가 된다.
(3) 공유된 집단 신념이다
결국 스테레오 타입 덕분에 우리는 앞에 있는 인물, 문제가 되고 있는 인물과 집단의 성질에 대하여 손쉽고 빨리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 이것이 대인 지각을 왜곡시켜 편견과 차별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코헨(Cohen, 1981)은 'Person categories and social perception: Testing some boundaries of the processing effect of prior knowledge'라는 논문에서 스테레오 타입과 관련된 실험을 소개했습니다.
두 실험대상자 중 한쪽에게는 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웨이트리스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게는 도서관 사서라는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고 영상을 시청하도록 한 후 기억테스트를 했습니다. 그 결과 영상에서 묘사된 행동 가운데 웨이트리스라는 정보가 주어진 쪽에서는 웨이트리스다운 특징을, 사서라는 정보가 주어진 쪽에서는 사서다운 특징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스테레오 타입에 합치하지 않는 특징보다 합치하는 특징을 잘 기억한다는 것입니다.
바나지(Banaji M. R, 1993)는 ‘Implicit Stereotyping in Person Judgment’라는 논문에서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의존성에 관련된 자극어에 노출됨으로써 중성어에 노출된 경우에 비해 동일한 행동에도 상대가 여성이면 ‘여성은 의존적이다’라고 하는 스테레오 타입이 더 활성화되고, 공격성에 관련된 자극어에 노출됨으로써 ‘남성은 공격적이다’는 고정관념이 더 활성화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우리는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키마(schema)라는 용어는 세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 범주를 설명해야 하는 인지 구조를 말하며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자신에 대한 스키마를 보유합니다.
이를 자기 스키마[자기도식(自己圖式, self-schema)]라고 합니다
신체적 특징 ( '나는 예쁘다.'나는 과체중이다.)
관심사 ( '나는 스포츠를 좋아한다', '나는 예술을 좋아한다')
성격 특성 ( '나는 부끄럽다.' '나는 우호적이다')
행동 ( '나는 단언적이다, '나는 충돌을 피한다 ')
자기 스키마도 대인 지각에 영향을 줍니다. 자기 스키마는 과거 경험에 의해 형성된 자기에 대한 일반화된 인지로서 자기에 관련된 정보처리를 규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사교적, 독립적이고 경력 지향성이 강하며 배려심이 있다는 등의 자신에 관한 지식은 자기 스키마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자신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정보처리 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카펜터(Carpenter, 1988)는 경력 지향에 있어서 자기 스키마와 대인 지각의 관계를 검토했습니다. 여기서는 어떤 가공의 인물을 제시한 후에 그 인물에 관한 정보를 기억하도록 했는데 경력 지향의 자기 스키마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그 가공인물의 경력 지향적 정보를 더 잘 생각해 냈습니다. 이것은 자신의 자기 스키마에 따라 다른 사람에 관한 정보처리를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김홍채의 다른 글[심리현상 인지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118. 초두 효과/최신 효과-인상형성 (brunch.co.kr)]에서도 다루었기 때문에 첫인상이 인상형성에 아주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만 그 첫인상이 실제 만나기 전부터 이미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것을 사전 정보의 효과라고 합니다. 미국 사회심리학자 켈리(Harold H. Kelley, 1950)는 다음과 같은 실험으로 이것을 증명했습니다.
[강의실에 있는 학생들은 지금부터 강의를 할 임시강사의 간단한 프로필을 받았습니다.
‘강사는 MIT의 경제 사회과학부의 대학원생이다. 그는 다른 대학에서 3학기 동안 심리학을 가르친 일이 있지만 우리 학교에서 심리학 코스의 강의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26세로 경험이 많고 기혼이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굳이 말한다면 차가운 인물이고 근면하며 판단력이 뛰어나고 현실적이며 결단력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프로필의 내용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이 메모를 다 읽고 났을 때 강사가 들어와서 강의와 질의응답을 하고 퇴실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에게 임시강사에 대한 인상을 형용사 리스트 중에서 체크하도록 했습니다. 단, 사전 배포된 임시강사의 프로필은 실제 두 종류였으며 두 가지에는 단 하나만 다르고 나머지는 다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하나는 위의 프로필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굳이 말한다면 차가운 인물이고’ 대신에 ‘매우 따뜻한’으로 대체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학생 1/2는 ‘차가운’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프로필을,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따뜻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프로필을 읽고 강의를 들었던 것입니다.
실험 결과 같은 강의실에서 동시에 강의를 들었음에도 사전에 어떤 프로필을 읽었느냐에 따라 강사의 인상이 전혀 다르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체크한 형용사 리스트 중에서 큰 차이가 난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 ‘털털하다’ ‘사교적’ ‘인기가 있다’ ‘유머가 있다’ 등에 관한 평가로서 모두 ‘따뜻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프로필을 읽었던 학생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습니다. 게다가 강사와의 질의응답에 참가한 정도를 보니 ‘따뜻한’이 들어간 프로필을 읽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습니다. 이것도 임시강사에 대하여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전에 주어진 정보에 따라 일정한 인상이 만들어지면 실제 만나고 나서의 언행도 그 초기 인상에 따른 방향으로 해석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해 본다면 '만나보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라고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사전 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첫 만남의 상대방은 물론 아직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내면은 완전히 미지의 세계입니다. 그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방과 교류하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사소한 정보라도 그것을 단서로 해서 가급적 조속히 상대방의 성격적 특징과 능력적 특징을 추측하려고 합니다. 이때 관찰하는 사람의 과거 경험에 의한 임의적 추론이 무의식 중에 발동하여 상대방이 실제로 나타내지 않은 특징까지도 상대방에게서 본 것으로 간주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전형적인 인지시스템이 암묵적 성격이론입니다.
암묵적 성격이론이란 어디까지나 그때까지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써 성격특성 간의 관계, 또는 성격특성, 행동, 외모 등에 관한 인지시스템입니다. 우리가 지금까지의 경험에 의해 '지적인 사람은 확실하지만 경쟁심이 강하고 이기적이며 냉정하고 배려심이 없다'는 성격관을 암묵적으로 가지고 있게 되었다고 합시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잘 모르는 인물에 관해서 지적인 사람이라는 정보를 얻게 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이기적이고 사귀기 힘든 사람’이라는 인상을 갖게 되고 맙니다. 실제로는 지적인 사람 중에도 온정이 있고 배려심이 있는 인물도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래 그림 참조]
암묵적 성격이론에는 얼굴, 몸매, 두발, 화장, 복장 등의 외적 특징과 성격특성을 연결시키는 것과 말하는 방식, 음성의 크기, 제스처, 걷는 모습, 운전 습관 등의 행동특성과 성격특성을 연결시키는 것도 있습니다. 암묵의 성격이론은 단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성격을 추측하는데 도움이 됩니다만 편견으로도 작용합니다. 이렇게 암묵적으로 상대방에게 귀인 시킨 아무런 근거도 없는 성격특성이라도 일단 형성된 인상은 좀처럼 수정되지 않기 때문에 대상 인물을 제대로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이렇게 되면 대상 인물을 파악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만들어 낸 가공의 인물을 보고 있는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화장에는 변신을 해서 평소와 다른 자신이 된다는 의미와 목적에 맞게 바람직한 자신의 외모를 연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대인관계에 있어서 후자의 의미가 더 강할 것입니다. 즉 일종의 자기 제시 수단으로써 화장을 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홍채의 다른 글 심리현상 인지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다른 글 [자기 제시(自己提示)와 자기 개방(自己開放) (brunch.co.kr)] 참조 바랍니다.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 보다 좋게 평가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수식하여 상대에게 전하는 것으로 말뿐만 아니라 행동이나 표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실시된다-위키백과]
그레이엄과 주하르(Graham & Jouhar, 1981)는 화장이 사람의 외모를 보다 매력적이게 한다면 화장을 하는 것으로 성격적 특징도 호의적으로 평가할 것이다는 가설을 세우고 화장과 머리 손질을 정성 들여 하기, 화장과 머리 손질 각각 하나만 하기, 둘 다 하지 않기의 4가지 조건을 설정하여 외적 매력 평가 및 성격 평가에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화장과 머리 손질을 정성 들여 했을 때 외적 평가가 높게 나왔습니다. 또 많은 성격 차원도 평가가 높게 나왔는데 이는 외모와 성격 모두 호의적으로 본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첫 대면이나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의 인물을 평가하는 단서로서 복장 등 외적 요소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내면을 본다고 하면서도 실제는 외모를 보고 내면을 추측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모두 복장 등 외모에 신경을 쓰는 것입니다.
Lefkowitz(1955)는 복장이 동조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실험을 했습니다.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한 사람의 복장에 따라 신호무시에 동조하여 같이 건너는 사람의 비율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는 것입니다. 동일한 남성이 복장을 갈아입음으로써 두 가지 실험조건을 설정했습니다. 그 결과, 말끔한 복장의 사람이 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하자 14%가 따라 건너기 시작했으며 깔끔하지 못한 복장으로 무단횡단을 했을 때는 4%만이 따라서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자의 실험에서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보는 조건으로 조사했는데 말끔한 복장을 한 경우가 상세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여러분 주위에 누구한테든지 인기 있고 환영받는 사람은 없습니까?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일이 많고 자주 혼자서 고립되어 있는 사람은 없습니까?
인기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우리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상대에 대한 호의를 형성하는 것일까요?
이상하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혀 마음에 안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을 매력이라고 합니다.
심리학에 있어서 사람의 매력에 대하여 대인매력이라는 개념으로 연구가 되고 있습니다. 대인매력은 감정(여러 사물이나 상상의 이미지 등 대상에 대하여 생기는 쾌/불쾌의 정도), 인지(타자에 대하여 가진 여러 지식이나 정보), 행동(타자에 대한 관찰 가능한 행동)의 세 가지 구성으로 되어 있고, 환경요인(물리적인 거리), 단순접촉(얼굴을 마주친 빈도), 신체적 매력(얼굴이나 몸매), 유사성, 자기개방(self-disclosure, 자신의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대인매력을 제고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인 매력 요인 중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신체적 매력입니다. 얼굴이나 몸매는 성격이나 능력 등 내면적 요소들과는 달리 즉각 보고 알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초기의 연구로는 신입생 환영 파티를 이용한 Walser(1966)의 실험입니다. 실험은 설문지에 기입하면 컴퓨터가 궁합을 맞춰서 잘 맞는 상대방을 골라 준다는 것입니다. 컴퓨터가 골라준 상대방(실제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고 무작위로 짝을 맞춰 주었음)에 대하여 호감도를 평정하도록 한 결과, 남녀 모두 상대방의 신체적 매력이 높을수록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습니다. 상대방의 성격 같은 것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신체적 매력이 높으면 내면적 매력까지 높게 평가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예를 들면 Miller(1970)는 미리 외모의 매력도에 따라 3단계로 분류된 사진을 사용하여 각각의 인물을 17개의 형용사로 평정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그 결과 남녀 공히 사진 속 인물의 외모적 매력도가 높을수록 호기심도 많고, 세련되고, 보는 눈이 있고, 자신 있고, 의지가 강하고, 행복하고, 활발하고, 붙임성이 있고, 솔직하고, 성실하고, 재미를 찾고, 감추는 일이 없고, 융통성이 있다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 후의 연구에서도 신체적 매력이 놓을수록 많은 긍정적 특성을 연상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Langlois(2000)는 11개의 연구를 메타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1. 같은 문화 안에서도, 문화 간에도, 어떤 인물이 매력적인가의 평가는 일치한다.
2. 어린이도 어른도 매력적인 인물은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보다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3. 어린이도 어른도 매력적인 인물은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보다도 긍정적인 대우를 받는다.
4. 어린이도 어른도 매력적인 인물은 매력적이지 않은 인물보다도 긍정적인 행동과 특성을 드러낸다.
이 중에 2번과 3번은 신체적 매력에 관한 고정관념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체적 매력이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열심이고 화장, 복장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근접효과란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것이 대인 매력을 생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Segal(1974)이 행한 친구관계 조사에 의하면 이름의 첫 문자가 알파벳순으로 가까운 사람끼리 친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교실의 좌석이 이름의 알파벳순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즉 항상 가까이 있는 것이 매력의 요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Festinger(1963)의 대학 기숙사 조사에서는 전체의 2/3가 같은 건물에 있는 사람을 친구로 선택하고 또 그중 2/3은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을 친구로 선택한 것, 그리고 같은 층에서도 룸이 3개 이상 떨어져 있는 사람보다 2개 떨어져 있는 사람, 나아가 바로 옆 룸의 사람이 친구로 선택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단순 접촉 효과는 그저 단순히 접촉빈도가 높다는 것만으로 대인 매력이 생기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Becknell(1963)이 행한 스타킹을 이용한 실험에서, 새로운 브랜드의 스타킹을 소개하는 것으로 하고 네 종류의 가공의 브랜드명이 슬라이드로 비춰졌습니다. 보여진 횟수는 브랜드에 따라 각각 1회, 4회, 7회, 10회 중 어느 하나로 정해 졌습니다. 슬라이드 상영 후 각 브랜드명이 적힌 상자를 정렬해 놓고 실험에 협력해 줘서 고맙다는 사례로서 마음에 드는 상자에서 스타킹을 한 켤레 씩 가져가도록 했습니다. 상자 안의 스타킹은 실제는 모두 똑같은 것이었지만 상영횟수가 많았던 브랜드의 스타킹일수록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Zajons(1968)는 영어의 무의미한 철자 등을 자극으로 사용하여 모든 자극이 상영횟수 0, 1, 2, 5, 10, 25의 6개 조건으로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자극의 호감도를 평정하도록 하였는데 모든 종류의 자극이 상영횟수가 많을수록 호감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상영횟수별 호감도의 평균치도 상영횟수에 비례하여 높아졌습니다.
닮은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 유사성 효과입니다. Byrne과 Griffitt(1966)가 많은 연구를 통해 태도의 유사성이 높을수록 – 사물을 보는 견해, 사고방식이 닮아 있을수록 – 상대방의 매력도가 높아진다는 높은 상관관계를 증명했습니다.
Newcomb(1956)은 대학의 기숙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을 대상으로 교우관계를 추적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초기에는 같은 방의 룸메이트와 가까운 방의 사람들이 친한 사이로 나타났습니다만 점차 태도의 유사성의 효과가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즉, 근접 효과와 단순 접촉 효과에 의해 친하게 된 사람도 태도의 유사성이 높은 경우는 보다 친밀한 관계로 진전되는 것에 비하여 태도의 유사성이 낮으면 서서히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태도의 유사성이 이처럼 대인 매력의 강력한 요인이 된 것은 그것이 심리적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태도가 비슷하다는 것이 어떠한 형태로 심리적 보상이 되는 것일까요?
1. 태도가 닮아 있으면 자신의 견해와 사고방식의 타당성에 자신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견해와 사고방식이 올바른지 아닌지 불안하게 생각합니다만 비슷한 태도를 가진 다른 사람이 있으면 ‘괜찮은 모양이군’하면서 안심할 수가 있습니다.
2. 태도가 비슷하면 함께 활동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취미와 기호, 라이프스타일이 닮아 있으면 행동을 함께 하기 쉽고 함께 즐기는 것이 쉬어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3. 태도가 비슷하면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 상대방과 함께 한다는 것은 불안을 초래하지만 행동을 예측하기 쉬운 상대방이라면 안심하고 같이 지낼 수 있습니다.
4. 태도가 비슷하면 인지적 밸런스가 유지되어 호의적 관계가 되기 쉽다는 것입니다.
Heider의 인지 균형이론
인간은 이성적 동물로서 사회 현실에 대한 모순적인 인지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 심리학 이론
• 균형이론(balance theory)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태도들 간에 일관성(조화)을 유지함으로써 심리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갖고 싶어 함.
• Heider는 개인의 태도변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개인(P), 태도 대상(O), 관련 대상(X)으로 구성되는 삼각관계를 이용함. → 세 구성요소 간의 삼각관계는 균형 혹은 불균형으로 나뉨.
• 불균형적 삼각관계 →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기존의 태도를 변화시킴.
상보성 효과: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성질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것.
태도가 아니라 성격에 대해서는 유사성 효과가 적용되는 것과 상보성 효과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는 등 일관된 결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지배성이 높고 앞장서 이끄는 인물은 동일하게 지배성이 높은 상대방보다 따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의존적인 상대방과 잘 지낼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도와주는 사람보다 도움을 받기 좋아하는 상대방과 잘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상보성 효과가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성실한 사람이 불성실한 상대방과 잘 지내고, 협조성이 높은 사람이 비협조적인 상대방과 잘 지낸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처럼 성격에 관해서는 유사성 효과가 나타나기도 하고 상보성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김홍채의 브런치 다른 글도 참조 바랍니다..
대인 매력-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려면 (brunch.co.kr) 참조.
[브런치북] 대인관계를 위한 성격심리 이해하기 (brunch.co.kr)의 13화 성격과 친구관계, 대인 매력 (brunch.co.kr) 중 ‘성격과 대인 매력’ -유사성 부분 참조.
심리현상 인지 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자기 제시(自己提示)와 자기 개방(自己開放) (brunch.co.kr) 참조.
사람의 행동과 사회현상에 대하여 그런 행동과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되는 어떤 원인에 연결시키는 심리과정을 귀인이라고 합니다( Heider, 1958). 사회현상을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특정하기는 어려운데, 실제로 사람이 어떻게 귀인 판단을 하고 대상(사회현상이나 현상을 일으킨 사람)을 해석하고 있는가 하는 연구를 해왔습니다. 또 동일 대상에 대해서의 귀인도 여러 요인에 의해 변하기도 하고, 귀인 내용에 따라 대상의 평가도 다르고 대상에 대한 태도나 행동도 달라집니다. 귀인은 상호작용 장면에서 중요한 사회인지 과정의 하나이고 여러 영역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고전적 귀인 이론 연구는 ‘어떤 특정 행동을 행위자의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중 어디에 귀인하는가’는 측면에서 전개되어 왔습니다. 내적 요인으로서는 성격, 능력, 태도 등의 특성(disposition)이 거론되고 이런 특성 귀인을 연구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인지하는 과정을 나타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분야의 연구는 외적 요인(사회적 상황)의 강제 하에 행동이 일어난 경우에도 내적 특성이 원인이라고 과도하게 추론되는 일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이 현상은 근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또는 대응 편향(correspondence bias)으로 불립니다. 외적 요인(사회적 상황)이 내적 요인(개인 성격)을 넘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을 사회심리학 연구에서는 많이 검증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내적 요인의 영향력을 과다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김홍채의 다른 글 심리현상 인지 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24. 기본적 귀인 오류/ 96. 자기 고양 편향 (brunch.co.kr) 참조 바랍니다.
귀인은 타자와 자신의 행위 책임을 판단할 때에도 중요한 역할은 합니다. 이 책임 귀인은 부정적 사건이 발생했을 때 누가 그 책임을 질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사건의 원인 귀인에 더하여 도덕이나 법 지식을 배경으로 한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서 (예를 들면 개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해도) 우리들은 개 주인의 책임이라고 판단하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귀인은 자신의 행동이나 그 결과에 관해서도 행해집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자기 지각이론(self-perception theory)은 자신의 행동이 변하면 태도도 변한 것으로 추론한다는 이론인데, 사람은 자신의 행동과 그 행동이 벌어진 사회 상황의 관찰을 하고 나서 자신의 내적 특성을 추론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인식 이론(SPT, Self-perception theory)은 심리학자 다릴 벰(Daryl Bem, 1972)이 개발한 태도 형성에 대한 설명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어떤 태도가 그 원인이 되었는지 결론을 내림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경험 부족 등으로 이전의 태도가 없었고 감정적 반응이 모호한 경우)를 개발한다고 주장한다. -위키백과
정서의 이 요인 이론(two-factor theory of emotion)도 마찬가지여서 생리적 각성과 정서적 반응의 귀인을 잘못하는 경우가 나타납니다. 즉 아찔한 구름다리에서의 가슴 두근거림을 상대방에의 호감과 애정의 증거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 자기 행동의 결과가 성공 또는 실패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그 귀인은 내적-외적 차원만이 아니라 안정-불안정 또는 통제 가능성의 차원에서도 일어납니다(Weiner,1979). 이 귀인 내용에 따라 나중의 달성 동기가 영향을 받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실패를 능력 부족보다도 노력 부족(내적, 불안정 요인)으로 귀인하는 편이 다음의 과제를 하는데 더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귀인을 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인은 원인과 결과의 공변입니다.
공변 원리(covariation principle)는 타인의 행동을 여러 번 관찰하고 행동과 함께 변화(공변)하는 요인을 고려해 내적/외적 귀인을 판단한다는 것인데 이 공변 원리를 기초로 해서 많은 관찰에 기반한 모델이 고안되었지만 귀인은 대체로 1회의 관찰만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사람의 행동을 기술한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자발적 특성 추론이 발생한다는 것도 밝혀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행동 관찰에 기반을 두고 대응하는 특성을 자동적으로 추론하는 과정과 다음에 행동이 일어난 상황을 고려하여 그 특성 추론을 수정하는 과정을 포함한 2단계 모델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수정과정에는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는 요인이 있을 때에는 어떤 특성요인의 역할을 줄인다는 할인 원리(discounting principle) 등이 사용되지만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인지 자원과 용량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종종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동적 추론의 내용이 그대로 결론이 되고 마는 일이 많아서 근본적 귀인 오류가 생기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귀인에는 행위자-관찰자 편향 등 여러 가지 편향이 나타난다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을 외적 상황 요인에 귀인하기 쉽지만 관찰자는(근본적 귀인 오류처럼) 행위자의 행위를 그 사람의 내적 특성에 귀인하기 쉽습니다. 물론 행위자에 대한 정보량, 행동을 보는 관점, 행동 이해의 동기 등이 다르고 차이를 발생시키는 원인도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실증연구의 결과를 보면 행위자-관찰자 편향은 부정적 행동의 귀인에서만 차이가 명확했습니다. 또 행위자가 성공을 내적으로, 실패를 외적으로 귀인하기 쉽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관련된 사회현상의 귀인 연구는 자기 봉사적 편향(자기 고양 편향, self-serving bias)으로 정리되었고, 많은 사회적 추론과 판단의 연구에 있어서 동기적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자인 켈리(Kelley,1967)는 귀인 과정을 공변 모형(Covariation model)으로 설명한다. 공변 모형은 행위자, 자극, 상황이라는 세 가지 항목이 변화할 때 같은 행동이 관찰되는지를 고려해 행동의 원인을 추론한다는 모형이다. 공변 모형은 합의성, 일관성, 특이성으로 구성돼 있다.
합의성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대한 차원으로, 대부분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혹은 거의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일관성은 비슷한 상황에서 항상 같은 행동을 하는지를 말한다. 항상 같은 상황에서는 같은 행동을 한다면 일관성이 높은 것이다. 특이성은 다른 상황에서도 같은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도 그렇게 행동했다면 특이성이 낮은 것이다. 출근시간에 지하철의 같은 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지각을 했다면(합의성이 높으면), 우리 회사 동료의 지각에 대해 외부 귀인할 수 있다. 그러나 늘 지각하던 동료(일관성이 높은)가 지각을 했다면 내부 귀인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늘 공변 모형에 따라 세 가지 차원의 정보를 취합해서 원인을 찾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귀인 과정은 자동적이고 빠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일이거나, 부정적이고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더 빠르게 일어난다. 위험에 대한 원인을 빠르게 판단해야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인 과정이 자동적이고 빠르게 일어나다 보니 오류와 편향이 나타나기 쉽다.
심리학에서의 귀인 편향(Attribution bias, Attributional bias)이라는 것은 인지 편향의 하나이고 사람들이 에러의 원인에 대하여 그것이 자신과 타인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고 생각하거나 이유를 찾거나 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항상 귀인 이론으로 생각하지만 그 이론은 현실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존재할 수는 없기 대문에 정확성이 아니라 널리 퍼져 있는 또는 자기 편의적인 해석에 따라 편향된 해석을 하기도 합니다.
귀인 편향은 일상에 널리 존재합니다. 애를 들면 어떤 자동차가 갑자기 끼어들었을 때 ‘저 사람은 무언가 일정에 쫓겨서 주의력이 흐트러진 모양이다’가 아니라 ‘저 사람은 무례하고 난폭하고 나를 무시해서 끼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등 상대방의 성격에 행동의 원인이 있다고 해석하기 쉽습니다.
기지(旣知)의 전제로부터 미지(未知)의 명제를 이끌어내는 것을 보통 추론(推論, inference)이라고 합니다. 그 대상이 사람에 관련된 사회적인 것일 때 사회적 추론이라고 합니다. 뉴스에 등장할 만한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하여도 추론을 합니다만 일상생활에서 사회적 추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주로 주변 사람입니다. 중요한 타자의 일시적 감정상태와 신념, 자신에 대한 관점과 대화의 배후 의도 등이 주된 추론의 대상입니다. 또 자기 자신도 주요한 추론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의 현재만이 아니라 미래의 자기는 특히 중요한 추론의 대상입니다.
사회적 추론은 대상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이끌어 내고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는 중요한 심리과정입니다. 사람은 적응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 사고와 추론을 하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적 추론도 내집단 구성원과의 생활을 적절하게 해 나가기 위해서 획득하고 동료를 잘 이해하고 신뢰하기 위해서 동원되었을 것입니다.
사회적 추론 연구는 인간을 직관적 심리학자에 비유하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인간의 추론 행위에 대한 관점은 규범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학자의 측면보다도 간편하고 직관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의 측면이 강조돼 왔습니다. 트베르스키와 카네만(Tversky, A. & Kahneman, D.)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직관적 방략을 휴리스틱(heuristic)이라고 하고 몇 가지 종류의 존재를 밝혔습니다.
김홍채의 다른 글 심리현상 인지오류 편향 관련 용어 매거진 (brunch.co.kr)의 휴리스틱과 알고리즘 (brunch.co.kr) 참조 바랍니다.
먼저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은 대상이 속해 있는 카테고리를 추론할 때 그 대상이 어느 정도 카테고리를 대표하고 있는가(또는 카테고리의 본질적 특징과 닮아있는가)를 단서로 하는 방략입니다.
또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은 떠오르는 사례의 수가 많은 것을 단서로 하여 평가나 판단을 하는 방략입니다. 그리고 사례 수만이 아니라 사례를 생각하기 용이함(검색 용이성)이라는 주관적 경험도 판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닻 내림과 조정 휴리스틱(anchoring and adjustment heuristic)은 기준점을 정해서 거기서부터 조정을 해 나감으로써 최종적인 추측치를 구하는 방략입니다. 그러나 조정을 하는 데는 인지 자원이 필요하고 대부분 불충분한 상태로 끝나 최초의 기준점에 가까운 추정이 행해지기 쉽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인지적 구두쇠로서 인간은 사회적 스키마(schema) 등 기존의 지식체계를 주어진 전제로 하여 추론하는 일이 많습니다. 스테레오타입(stereotype) 판단이 대표적인데 속해 있는 카테고리 정보에 기초하여 특정의 개인 특징을 추론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주어진 전제를 긍정적 또는 부정적, 어느 측면에서 보는가에 따라 선호와 판단이 달라지는 것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일상의 행동을 자기 제어할 때도 이익을 획득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는 경우(촉진 초점, promotion focus)와 손실을 회피하는 방향에 초점을 두는 경우(예방 초점, prevention focus)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논리적 추론에는 개별 사례에서 일반 규칙을 찾아나가는 귀납과 일반원리에서 개별 규칙을 찾아 나기는 연역으로 구분합니다. 어떤 집단의 다수를 관찰함으로써 그 집단 구성원에 공통된 특징을 발견한다는 스테레오타입 형성은 귀납 추론의 하나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빈도가 적은 정보는 눈에 띄기 쉽고 이용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소수파 집단과 사회적으로 빈도가 적은(일반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경향을 잘못 관련 짖기 쉽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어떤 가설을 검증하고자 하는 연역 추론에 있어서는 그 가설에 들어맞는 증거를 찾아 나서기 쉽다고 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의 우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내향적이다’라고 들으면 내향적인 측면에만 주의를 기울여 외향적 행동을 무시하거나 외향적인 면은 외적 요인에 귀인 해 버리고 최초의 내향적이라는 생각을 유지하기 쉽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정보를 들여다 보고 엄밀히 살피기보다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여 가볍게 결론을 도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의 절약성은 많은 일상 상황에서는 적적한 해답을 얻을 수 있고 가성비 측면에서도 이점이 많을 것입니다. 기거렌저(Gigerenzer, G.)는 ‘재인(再認) 휴리스틱(recognition heuristic : 들은 적이 있는 대상이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는 것)’ 등을 예로 들며 휴리스틱이 초래하는 편향보다도 그 적응적 가치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추론에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자기와 타자에 관계된 추론에는 ‘상대방이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하고 하는 재귀성이나 메타 차원의 추론도 있어서 많은 인지 자원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카네만(Daniel Kahneman)은 시뮬레이션 휴리스틱(simulation heuristic) -과거에 발생한 특정 사건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마음속에 떠올려 그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것-을 거론하면서 인간은 상상하기 쉬운 사례를 단서로 하여 판단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휴리스틱에는 ‘만약…였다면’이라고 현실에 반하는 가상의 사건을 생각하는 반사실적 사고(사후 가정적 사고, counterfactual thinking)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는 ‘만약 … 했다면 우승’이라고 상방 비교를 하여 후회하기 쉽고, ‘만약 … 했다면 메달을 따지 못했다’라고 하방으로 반사실적 사고를 하여 더욱 기뻐하는 동메달리스트보다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상적 자기와 실제적 자기를 생각하는 것도 일종의 반사실적 사고이고 이상적 자기와 비교함으로써 실제적 자기가 평가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타자와 자기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고 있는가에 신경을 쓰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타자의 평가를 추론하는 것은 어렵고 종종 편향이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스포트라이트 효과(spotlight effect)는 자신의 행위나 외모가 실제 이상으로 타자로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느끼는 경향입니다. 또 자신의 내면이 타자에게 드러나 있다고 실제 이상으로 느끼는 투명성의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이라는 현상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면접 장면에서 자신이 긴장하고 있을 때 그 긴장상태를 면졉관이 간파하고 있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자신이 말한 것은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상대방은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효과나 투명성 착각은 자신과 타자에 관한 추론에 있어서 사람들이 자기중심적 편향(egocentric bias)을 나타낸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중심성(egocentrism)이라는 것은 자신의 내면이나 과거 등의 정보를 자신만이 가지고 있고 그것에 근거하여 추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인지적 의미에서의 자기 중심성이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 장면에 있어서는 타자와의 관계에서 거리가 멀어지거나 갈등을 야기할지도 모릅니다.
사회적 추론은 그 대상과 대상의 특정 측면에 초점을 맞추기 쉽습니다. 또 미래의 사건을 상정하여 자신의 감정 반응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그때 사건을 둘러싼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사건의 좋고 나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실제보다도 미래 사건이 나에게 미칠 영향의 '강도'와 '지속 기간'을 과도하게 추론하고 강한 감정을 예측한다고 하는 충격 편향(impact bias)도 일어나기 쉽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자기중심적 편향도 자기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기반한 편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다 동기적 의미에서 자기를 우선하는 경향도 사회적 추론으로 인정됩니다. 귀인 연구에서 자기 봉사적 편향으로 불리는 현상은 자기 고양 동기(높은 자기 평가를 획득하여 유지하는 욕구)가 사회적 인지와 추론에 미치는 영향으로서 다루어질 수 있습니다.
긍정적 환상(positive illusion)- 사람들이 자신 또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지고 있는 비현실적으로 유리한 태도 -이라고 알려진 일련의 현상은 자기를 긍정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촉진하는 것을 말하지만 이것도 자기 고양 동기에 기반한 추론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긍정적 환상의 하나인 통제력의 착각(Illusion of control)은 통제 불가능한 사건들을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고 지각하거나 실제보다 더 통제 가능하다고 지각하는 것입니다. 또 비현실적 낙관성(unrealistic optimism)은 자신의 미래 운명을 생각할 때 행운이 일어날 확률은 지나치게 높게,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현상입니다.
긍정적 환상은 그 정도가 지나치게 강하면 건강에 나쁘고, 대인관계에서 과도하게 자기 고양을 나타내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역경에 맞서거나 역경에 맞서고자 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자신감과 낙관성이 필요하고 동료가 자신을 인정하도록 해 주기도 합니다. 사회적 추론에는 다양한 편향이 있고 이것을 이해하고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지만 적절하게 작동하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인간의 인지 활동 중 추론에 관한 개요를 설명한 글입니다. 따라서 많은 용어가 등장하는데 그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만약 상세한 설명을 추가하면 글의 길이도 길어지고 인지심리학(認知心理學, cognitive psychology) 교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심리탐험가 김홍채의 브런치(brunch.co.kr/@54khc)]에 게재한 글들은 참고로 글 주소를 명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