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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된 사람 Dec 28. 2021

2022년 다이어리 첫 장

Keep going, over-going, down-going

나는 여전히 관계에 서툴다.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유연하고 매끄럽게 잘 처리하지 못한다.

 

나에 관한 뒤담화 중 공평하고 바른 사람이라 평가가 있다. 자랑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공평하고 바른 사람이라 내 편이 되지 않는다이며 곧 불편한 존재라는 뜻이다. 인간은 무리 지어 살 수밖에 없고 무리는 일체감을 기반으로 형성되는데, 이런 류의 사람은 어떤 무리에도 쉽게 끼기는 어렵다.




<논어>와 니체에 관한 책을 함께 읽고 있다.

어렴풋이 극기와 초인이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늘에서 부여받은 혹은 내재된 인을 실현해나가는 것과

더 이상의 절대적 진리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 다를 수 있겠으나

자기만의 이기와 탐욕을 넘어서는 부단한 과정으로서의 삶은 다르지 않다.


패도와 전쟁이 횡횡하던 춘추시대를 관통한 공자가 목격한 '삶이라는 한 복판'은 처절하였다.

또한 '신'이라는 절대적 진리가 사라진 자리를 대체할 무언가를 찾지 못한 인간의 허무를 니체는 간파하였다. 한 사람은 욕망이 점철된 시대에서 또 다른 한 사람은 욕망 종착지가 사라진 시대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찾아낸 해답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려 부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마지막은 달랐다. 광기와 발작으로 오랜 병원 생활 끝에 쓸쓸히 죽어간 니체와 달리 공자는 제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년의 삶을 마쳤다.  


이들의 마지막은 왜 달랐을까. 무엇이 이들을 다르게 했을까.

이들의 차이는 잘 알지 못하겠으나 내가 풀어야 할 문제의 실마리는 얻을 수 있었다.



直以無禮卽絞 직이무례즉교
곧고 솔직하지만 이를 예로 잘 조절하지 못하면 강퍅하게 된다
<논어> 술이편 2장, 조광수 역


나는 直하나(하려고 하나) 禮를 갖추지 못하였다.

소위 '신념'이나 '가치관'이라는 지향으로 강하게 모으려 할수록 주변에 끼치는 파장은 커진다.

적정한 거리, 서로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적정한 거리. 그 거리에 대한 구체적 실현이 '예'라면 나에게는 이것이 필요하다.

너무 친절하거나, 너무 열정적이거나, 너무 강직하거나 등

'너무'하면 안 되겠다.


子曰 好勇疾貧 亂也 人以不仁 質之已甚 亂也
자왈 호용질빈 난야 인이불인 질지이심 난야

공자가 말했다.
"용맹함을 좋아하면서 가난함을 너무 미워하면 화를 일으키고,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다고 너무 미워하면 화를 일으킨다."

- 論語 태백편 10장 <논어집주>, 성백효역, 전통문화연구회/ <논어>, 조광수, 책세상 참고


적당히

적절히

조화롭게


날 때부터 성격이 둥글둥글한 사람이 있다. 안타깝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섬세하고 예민한 덕분에 얻은 성취도 있지만

섬세하고 예민한 때문에 고달픈 면이 더 많다.

'적당한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한 과제이다.


나의 세계가 파멸하는 것, 상대의 세계를 굴복시키는 것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으며 좀 더 서로가 인간답고 싶을 뿐이다.

그 인간다움이 뭔지 점점 아리송해지기도 하지만.

살아있는 한, 사람과 살아갈 테고

비슷한 상황은 늘 반복되겠지만, 그 틈에 작은 차이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니 새 해에도

keep going

over going

down going  

여전히 별을 품고 살아내야지^^


子曰 我非生以知之者 好古敏以求之者也
자왈 아비생이지지자 호고민이구지자야

공자가 말했다.
"나는 나면서부터 안 자가 아니라 옛 것을 좋아하여 급급히 구한 자이다.

- 論語 술이편 19장 <논어집주>, 성백효역, 전통문화연구회/ <논어>, 조광수, 책세상 참고


*늘 공감을 표시해주시는 익숙한 이름의 분들! 고맙습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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