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뜰에바다 Jul 06. 2024

찐민(mean)

답을 알면 행복하다

어떤 사람이 노력하여 법조인이 되고, 장관이 되고, 한 나라의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다. 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어 최고 석학이 되었다. 또 어떤 다른 사람이 사업에 성공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며 백만장자가 되었다. 또 어떤 다른 한 사람이 평생 도덕·윤리적으로 깨끗하게 살아 타인의 모범이 되고, 훗날 존경의 대상으로 우뚝 섰다.

그들이 언제까지, 얼마나 행복할까? 순간의 행복 말고, 죽는 날까지 그들의 행복이 지속될까?     

  

다음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죽기 한 달 전쯤 천주교 정의체 신부에게 보낸 질문이다.

1.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신은 왜 자신의 존재를 똑똑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가?

2. 신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라는데,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는가?

3. 생물학자들은 인간도 오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고 하는데, 신의 인간 창조와 무엇이 다른가? 인간이나 생물도 진화의 산물 아닌가?

4. 언젠가 생명의 합성, 무병장수의 시대도 가능할 것 같다. 이처럼 과학이 끝없이 발달하면 신의 존재도 부인되는 것이 아닌가?

5.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6. 신은 왜 스탈린이나 히틀러 같은 악인을 만들었나?

7. 예수는 우리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죽었다는데, 우리의 죄란 무엇인가? 왜 우리로 하여금 죄를 짓게 내버려 두었는가?

8. 성경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9. 종교란 무엇인가?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10. 영혼이란 무엇인가?

11. 종교의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가? 기독교, 유대교, 불교, 이슬람교, 유교, 도교

12. 천주교를 믿지 않고는 천국에 갈 수 없는가? 무종교인, 무신론자, 타 종교인 중에도 착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가?

13. 종교의 목적은 모두 착하게 사는 것인데, 왜 천주교만 제일이고 다른 종교는 이단시하나?

14. 인간이 죽은 후에 영혼은 죽지 않고,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15. 신앙이 없어도 부귀를 누리고, 악인 중에도 부귀와 안락을 누리는 사람이 많은데 신의 교훈은 무엇인가?

16. 성경은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에 비유했는데, 부자는 악인이란 말인가?

17.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국민의 99%가 천주교도인데, 사회 혼란과 범죄가 왜 그리 잦으며, 왜 세계의 모범국이 되지 못하는가?

18. 신앙인은 때때로 광인처럼 되는데, 공산당원이 공산주의에 미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19. 천주교와 공산주의는 상극이라고 하는데, 천주교도가 많은 나라들이 왜 공산국이 되었나?

20. 우리나라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 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21. 로마 교황의 결정엔 잘못이 없다는데, 그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독선이 가능한가?

22. 신부와 수녀는 어떤 사람인가, 왜 독신인가?

23. 천주교의 어떤 단체는 기업주를 착취자, 근로자를 착취당하는 자로 단정, 기업의 분열과 파괴를 조장하는, 자본주의 체제와 미덕을 부인하는 것인가?

24.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그는 6.25 전쟁 후 초토화된 대한민국의 경제를 일으킨 1세대 기업가다. 기업을 통하여 국가와 사회 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하여 그는 국내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이 알아보는 성공자요, 재력가다. 그런데 죽기 얼마 전, 그의 형을 천주교에 귀의시킨 신부에게 만나자고 제안했다. 신부가 그를 만나기 전에 ‘우리가 대화할 주제를 정리해서 미리 보내주면 만남이 유익하겠다.’라고, 전갈했다. 그가 곧 24가지 질문지를 만들어 신부에게 보냈다. 애석한 것은 암 투병 중 그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므로, 둘의 만남이 성사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죽음을 앞두고 24가지 질문지를 만들었던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생각을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다만 추론해 보건대, 그가 평생을 살면서 한 번씩 가졌던 질문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죽음 앞에서 이생의 삶만큼, 내세로 잘 돌아갈 확신이 없었는지 모른다. 혹은 백만장자가 되어 세계인이 부러워한 인생을 살았지만, 근원적인 정답을 갖지 못해, 마지막 순간 어떤 불안감으로 질문했을 수도 있다.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만물의 영장, 사람이 이리저리 떠돌다가 짐승처럼 사라지는 존재인가? 사람 속에 있는 정신과 영혼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는가? 육체의 죽음과 동시에 그것들도 소멸하는가? 아니면 육체는 썩어 없어져정신과 영혼남는가? 남는다면 어디에, 어떻게 남는가?

짐승은 먹을 것이 풍부하면 행복할 수 있다. 짐승에게는 이생이 전부요, 정신과 영혼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아니다. 사람은 육체로만 살지 않는다. 육체로 노동하고 살지만, 실제는 정신과 영혼으로 산다. 하여 양심이 있다. 희로애락이 있다. 그래서 인생에는 답안이 필요하다. 죽음 앞에서는 더더욱 절실하게 정답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사람은 스스로는 그 답안을 알 수 없다. 노력해서 가질 수도, 찾을 수도 없다. 제아무리 석학이라도, 유일무이한 수재라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은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 안에 있는 신의 영역, 그것이 찐 민(Mean)으로 채워진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소소하지만 확실하게 행복하다. 살아갈 날이 모래알처럼 많은 청춘들이여, 시험해 보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