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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희 Sep 14. 2024

자른 나뭇가지에 눈물이 돋는다



전지적 눈물


       

설한에 솟은 뿔이 하늘 향해 뻗어있다

진작 잘라야 할 미련이 뻗친 날들

열매에 눈먼 탐욕은 꽃눈 가만 깨운다      


된서리 견딘 2나무는 단단하다

입춘 넘어 자른 가지 물방울이 돋는다 

힘겹게 살아있다고 가지 끝에 고인 눈물

 

얽히고 설킨 삶곁가지를 자른다

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린다

버티는 늙은 토르소 근육질이 선명하다  




 ❤❤❤ 생각주머니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펴고서야 천지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해 가지치기를 하고 비가 자주 오더니 훌쩍 자랐나 싶은데 며칠 못본새 나무는 또 삐죽 뿔이 솟았다.

미련없이 진즉 손을 뻗어 가위질을 해야 했건만 인연을 싹뚝 자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2월은 끝내 가위질을 해야만 한다. 튼실한 열매를 위해서, 믿음직한 과실을 얻기 위해 미련을 떨쳐야 한다. 

자른 가지에 물방울이 돋는다. 눈물이다. 살아있는 목숨이다. 

하지만 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려야 한다. 잘라야 한다

긴 묵상에 잠긴 토루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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