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한에 솟은 뿔이 하늘 향해 뻗어있다
진작 잘라야 할 미련이 뻗친 날들
열매에 눈먼 탐욕은 꽃눈 가만 깨운다
된서리 견딘 2월, 나무는 단단하다
입춘 넘어 자른 가지 물방울이 돋는다
힘겹게 살아있다고 가지 끝에 고인 눈물
얽히고 설킨 삶, 곁가지를 자른다
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린다
버티는 늙은 토르소 근육질이 선명하다
❤❤❤ 생각주머니
겨우내 움츠렸던 생명들이 기지개를 펴고서야 천지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난해 가지치기를 하고 비가 자주 오더니 훌쩍 자랐나 싶은데 며칠 못본새 나무는 또 삐죽 뿔이 솟았다.
미련없이 진즉 손을 뻗어 가위질을 해야 했건만 인연을 싹뚝 자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2월은 끝내 가위질을 해야만 한다. 튼실한 열매를 위해서, 믿음직한 과실을 얻기 위해 미련을 떨쳐야 한다.
자른 가지에 물방울이 돋는다. 눈물이다. 살아있는 목숨이다.
하지만 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려야 한다. 잘라야 한다
긴 묵상에 잠긴 토루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