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의 하룻밤
주말마다 만나는 강아지의 견주가 설을 맞아 본가로 내려갔다. 강아지를 데려가지 않은 것은, 친척들이 견주의 집에 모인다는 문제도 있지만, 강아지와 견주의 할머니가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강아지가 일방적으로 할머니를 싫어한다고 한다.
때문에 강아지와 단 둘이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전에도 몇 번 둘만 있어 본 적이 있기에 걱정되는 부분은 없지만, 그 뭐랄까. 친한 친구끼리도 3명이서 놀다가 한 명이 빠졌을 때 느껴지는 이상한 어색함 같은 것이 있지 않은가. 분명 친하긴 한데 무엇인가 매끄럽지 않은 그런 느낌. 그 비슷한 것을 느낀다.
산책을 하다가도 문득 어색해지고, 산책을 마치고 터그 놀이를 하다가도 갑자기 대면해진다. 움직임의 합이 맞는 듯싶다가도 어느 지점에서 리듬이 깨진다. 견주가 함께 있었다면 매끄럽게 넘어갔을 부분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강아지도 나도 그것을 몇 번 느끼고 나면, 어딘가 불편해져서 더 이상 즐겁게 놀지 못하고 그냥 소파에 퍼질러지게 된다. 쓰다듬는 것과 만져짐 당하는 것은 합을 따로 맞출 것이 없으니 도중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서로 은연중에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더 이상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이, 소파에 누워 옥시토신을 교환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견주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강아지는 소파에서 튕겨져 나가 견주를 격하게. 아주 격하게 온몸으로 환영한다.
그 몸짓이 격하면 격할수록 나와 있던 시간이 고되고 힘들었다 말하는 것 같아 적잖이 민망하고 서운할 때가 많다. 그래도 우리 같이 낮잠도 자고, 산책도 가고, 놀이도 하고 재미 었는데. 쳇. 하지만 나도 그제야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