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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잭 라 이르 Nov 17. 2024

원자력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또저만치 멀어져 있습니다

    

    힘껏 내달려도

    살며시 다가가도

    근면과 성실을 꿰매 이어도

    또그만큼 아득해집니다

    

    당신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강가에 다녀온 적 있습니다

    

    새벽안개 자욱한

    경동맥의 소용돌이 속으로

    발을 담가본 적 있습니다


    피부가 괴성을 내지르고

    내장이 구공으로 울컥울컥 쏟아져 나오고

    머리는 기린처럼 저만치 떨어지곤 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그럴수록 곱절로

    달아나는 강물을

    

    

    이제 그만 마음을 돌리십시오

    강을 건너려 들지 마십시오


    부족함을 바라 말고

    세상을 바꾸려 말고

    

    가만히 나를 뒤집어 보십시오

    강물에

    얼마나 깊숙이 발을 들였든

    강물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든

    강물에

    얼마나 담대하든 상관없습니다

    

    부족하지 않음을 아는 것

    바꿀필요 없음을 아는 것

    

    그 순간 나는 뒤집어집니다

    뒤집어지는 사이 가까워집니다

    

    구하지 않아도

    헤매지 않아도

    찾아오는 유일하심이

    말을 걸어옵니다

    

    

    

    

    

    

    ―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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