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경 쓰이는 아이! 마음 놓이는 아이!
“엄마! 앙! 엄마!”
소리치면서 울기 시작하는 아이는 바로 막내딸.
밤새 내 옆에서 잠을 자지만 눈을 떴을 때 내가 옆에 없으면 울기 시작하면서
“이 이잉~ 엄마~ 왜 내 옆에 없어! 이 이잉~”
그냥 우는 것이 아니다. 보통 딸을 키우는 엄마라면 매일 같이 듣는 소리다. 나는 징징거린다고 표현하는데 그 징징거림이 눈을 뜨면서부터 짜증스럽게 들려온다.
스으윽-
뭐지? 하고 눈을 들어 쳐다보면 둘째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갔다가 소파에 푹 쓰러져 누워있다.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게 인기척도 없다. 내가 한마디 한다.
“일어났어? 잘 잤니?”
그제야 대답한다.
“어~”
“엄마, 어제 이상한 꿈을 꿨어!”
종알종알. 큰 아들이다. 이제 조금 컸다고 엄마가 잔소리해도 맞받아치면서 능청도 부리는 능구렁이가 되어간다. 요리조리 피하기도 잘하고 눈치도 빠르다.
“얼른 나와 밥 먹어! 일찍 자라니까!”라고 잔소리를 시작하면 “일어나 있었어~ 재미있는 꿈을 꿔서 더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등으로 엄마 기분 살피며 할 말은 다 한다.
똑같이 내 배속에서 나왔지만 한 명도 같은 성격을 가진 아이들이 없다. 첫째는 아무래도 첫째라 눈치도 빠르고 모든 행동이 민첩하고 이해도 빨리 한다. 둘째는 첫째와 반대다. 세 번은 불러야 그제야 대답하고 질문을 하면 한참 있다가 대답한다. 행동도 느리다. 어떻게 보면 여유롭고 평안해 보이는 캐릭터다. 하지만 우리 집 모든 식구가 성격이 급하고 빠르게 하는 편이라 둘째가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하다. 막내는 막내라서 그런지 눈치가 백 단이다. 한 마디로 자기가 어떻게 해야 인정을 받는지 벌써 알고 있고 자유로운 영혼이라 자기가 해야 되는 것은 꼭 해야만 한다.
첫째와 셋째는 한 번 말을 하면 잘 알아듣고 즉시 행동으로 옮기고 잊어버리지 않는다.
아침에 얘기한 것을 재차 확인하지 않아도 그 날은 무사히 넘어가는 편이다.
둘째는 아침에 얘기를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로 마스크를 쓰고 가는 날에는 미세먼지가 괜찮아지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라는 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올 때까지 하고 온다. "답답하지 않았어?" 물어보면 "벗으라고 안 했잖아."라고 답한다. 또 아침에 입고 나간 겉옷은 오후에 더워지면 벗으라는 말도 해야 한다. 안 하면 집에 들어올 때 땀을 뻘뻘 흘리며 입고 돌아온다. 그래서 항상 둘째에게 당부해야 할 말, 둘째 알림장, 둘째 주간 학습계획서부터 챙기고 확인한다. 융통성이라는 말이 이렇게 실감 나게 해 주는 둘째. 나에게 신경 쓰는 아이가 바로 둘째다. 그래도 셋 중에서는 가장 긍정적이고 마음이 예쁜 아이다.
부모라면 지금 가장 우선 시하는 부분이 바로 아이일 것이다. 옛말에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에 있냐라고 했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더 쳐질까 봐, 몸이 불편해서, 생각하는 부분이 보통 아이들과는 달라서 등의 이유로 말이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셋째는 아기띠를 하고 다니던 때다. 온 신경이 첫째에 맞춰져 있었고 그다음 셋째, 그다음 둘째였다. 그냥 옆에 두면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조용히 있던 아이라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 결국 언어에 문제가 생겼다. 5살 후반부터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 입을 뗄 때 입을 크게 벌리고 말이 나오기까지 5,6초가량 공백을 둔 다음 앞 첫 글자가 터져 나와야 그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고 눈물이 났다. 그리고 심하게 더듬고 발음도 좋지 않았다. 단답형으로 얘기하지 않고 길게 길게 이어서 얘기하는 편이라 말을 잘할 줄 알았다. 방심이 병을 나았다. 더듬는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더 심해져갔다. 결국 2년 가까이 매주 언어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힘들고 지쳐도 집에 와서 또 병원에 갈 때까지 꾸준히 연습을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였다. 그래도 둘째가 대견했다. 나였더라면 입을 다물고 내가 잘 말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둘째는 말하는 것을 다행히도 멈추지 않아 빨리 치료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둘째의 긍정적인 마음을 그때 내가 배웠다.
자식은 그런 것 같다. 항상 부모의 짐이자 기쁨과 슬픔을 동시에 줘서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살아야 함을 느끼게 해 주는 존재. 아이들이 없었으면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일어서기까지 나를 다잡는 시간이 오래 걸렸을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신경을 써야 하고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책임감이 뒤따르지만 한 명이라도 신경을 잠깐 놓치는 순간 문제가 터진다. 매일같이 회사에 가면 반복되고 신경과 집중을 해야 하는 일이 있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잘 지내는 나보다 하고 그냥저냥 스쳐 지나가다 보면 꼭 문제가 생긴다. 말수가 적은 아이는 마음을 얘기하도록 매일같이 물어봐주고 표정도 살펴보고 유심히 보아야 한다. 말수가 많은 아이는 마음을 잘 알기는 하나 자기가 자랑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에 그 이외에 속상했던 부분을 끄집어 내주지 않으면 곪아서 언젠가 또 터진다.
어느 정도 키우면 아이들이 알아서 자기 일을 척척해주고 준비물도 척척 챙겨가면 좋으련만…
그런 순간이 오기는 올까.
오늘도 신경 쓰이는 아이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그리고 마음놓이는 아이에게도 적게라고 한 마디는 꼭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