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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인장 Sep 03. 2023

잠 못 '자는' 사람을 위한 최선의 위로 (1)

최근의 불면 근황





어쩐지 일주일이나 행복하다 했다.


자고난 뒤 적당히 상쾌했고 의욕이 올라왔다. 들뜬 마음에 식단에 더욱 신경을 썼고, 운동 역시 빼먹지 않았다. 다시 욕심이 났다. 관계든 일이든 남들 못지않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맑기만 하던 일주일은 금방 끝났다. 며칠 지나지 않아 불면의 밤들이 슬며시 돌아왔다. 같은 약을 먹고 같은 하루일과를 보냈음에도 잠을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럼 그렇지’, 싶었다. 또 ‘역시 어쩐지’, 싶었다. ‘어쩐지 내가 지난 일주일간 참 많이 웃었네’ 싶었다.


그렇게 다시 눈이 충혈 되기 시작했다. 5일 이상 수면 부족이 쌓이면 온몸 곳곳에 오작동이 나기 시작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유모를 두드러기가 군데군데 번지고, 소화가 평소보다 더디고, 두통과 근육통이 온다.


이번에는 약속 전날 음식을 전부 게워낸 뒤 엉망인 컨디션으로 미국에서 온 친구를 맞았다.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응어리졌다. 상태가 곤두박칠 날을 미리 예측이라도 가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 행복했던 최근 그 일주일이 문득 야속했다. 그 때 조금이라도 덜 웃었으면 달랐을것만 같다.





많은 만성 질환들이 그렇듯, 내 오래된 불면증 역시 컨디션이 괜찮은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그래서 좋은 상태일 때만 사람을 몰아 만나곤 한다. 밝게 웃으며 맡은 일을 그럴싸하게 척척 해낸다. 그러니 불면에 잠식당한 기간에 내가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 가까운 사람들도 알 턱이 없다.


하지만 수면 부채가 쌓이면 생활에 제약이 올 정도로 몽롱해진다. 나의 이 컨디션을 설명, 아니 해명해야할 때가 어쩔 수 없이 오는 것이다. 그리고 털어놓는 바로 그 순간, 상대 역시 잠을 못 ‘자는’ 사람을 위해 위로를 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인다.


간혹 부담이 지나치게 없어 보이는 상대의 반응엔 속이 상하기도 했다. 모든 조언이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정말이지, 한심하기가 죽기보다 싫었다.


사실 내가 조금 더 장황히 나의 증상과 상황을 털어놓으면 될 문제이다. 돌이켜보면 그럴 용기도 에너지도 없는 건 전부 내 탓이었다. 막무가내로 알아주길 바라고, 나를 위한 제안들이 무신경하다며 곡해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얇은 유리보다 쉽게 부서지는 나에게 위로를 하기는 얼마나 힘든지. 그리고 나아가 훨씬 더 긴 기간, 다양한 질병과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나 역시 위로의 말을 필사적으로 찾을 날이 올 텐데, 그것은 또 얼마나 힘들지. 내가 겪지 못 한 아픔에 대해 위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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