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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Oct 12. 2021

순창에 이런 명물이! 1

채계산 출렁다리

작년 초인 줄 알았는데

곰곰 생각해보니 재작년 초가 맞다.


재작년인 2019년 초 설연휴 때 순창 옆을 지나

담양 금성산성 가다가 우연히 도로옆에 세워진 커다란 입간판에서 채계산 출렁다리 사진을 처음으로 봤더랬다.

두 산을 이은 빨간색의 다리 사진이 강렬하게 뇌리에 박혔다.

순창근청 누리집 사진

하지만 그때만 해도

"채계산 출렁다리? 여기에도 출렁다리가 있어?"

그 정도의 존재감이었고 순창의 명산인 강천산 출렁다리 가보는 게 더 소원이었다. 그런데 채계산 출렁다리가 2020년 3월 준공된 이후 사람들이 거기 다녀왔다고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는 걸 보면서 자꾸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남편의 바람이 더 컸다. 시간만 나면 채계산 출렁다리 언제 가보냐고 채근하길 2년째, 2021년 10월 9일 한글날에 드디어 다녀왔다. 남편은 국내 최장인 270m 출렁다리를 무려 다섯 번이나 건넜다.(난 세 번)

사람 없는 사진 펌

은혜롭게도 주차료 입장료 모두 없다. 다만 출렁다리 주변에 화장실도 없으니 주차장과 농특산물매장 안에 마련된 화장실을 이용하시고, 다리 위에는 매점도 없으니 마실 물이나 음료는 필히 가져가셔야 한다. 한 가지 더 유의할 점은 출입통제시간이 있다는 사실이다. 개방시간은 오전9시~오후 6시이며, 동절기(11월~2월)에는 오후 5시에 입장마감이다. 그 외의 시간에는 못 들어간다.  

전라북도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와 남원시 대강면 입암리·옥택리 경계에 있는 채계산은 회문산, 강천산과 함께 순창의 3대 명산으로 불리는데, 순창의 동북쪽에 있는 산이다. 채계산에는 많은 전설이 담겨있는 만큼 전설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아서 채계산(釵笄山), 수만 권의 책을 쌓아 놓은 형상이어서 책여산(冊如山), 적성강을 품고 있어 적성산(赤城山), 화산 옹바위 전설을 간직하고 있어서 화산(華山)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고시된 지명은 화산이라고 한다.


채계산은 적성강변 임동의 매미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마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서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인 월하미인(月下美人)의 형상을 하였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곳에서는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조선말기 명창 이화중선이 유명하다. 옛 사람들은 채계산 앞을 유유히 흐르는 적성강에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책여산은 섬진강 변에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켜켜이 쌓아 놓은 형상을 닮아 붙은 이름이다. 지도상의 화산[송대봉: 341m]은 순창 책여산, 북쪽의 361m봉은 남원 책여산으로 구분했다.


『대동여지도』나 「지형도 1:25,000」에 나와 있는 화산은 산의 들머리인 산기슭에 백발노인이 우뚝 서 있는 30m의 화산 옹바위 전설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유등면 체육공원에서 보면 서우유천(犀牛遊川), 즉 물소가 강가에서 한가로이 노는 형상을 하고 있다. 화산(花山)은 이 산의 기묘한 바위들을 꽃으로 비유해 붙인 이름이다.

채계산에 오르면 북동쪽으로 교룡산, 동쪽으로 문덕봉·삿갓봉·고리봉 능선, 북쪽으로는 용궐산(지명 변경 전 명칭: 용골산)·무량산 그리고 적성강과 적성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채계산을 휘돌아가는 적성강은 섬진강의 상류로 조선 시대에 중국 상선들이 복흥의 도자기, 적성의 옥 등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많이 드나들었다고 한다.

해발 342m의 채계산은 아슬아슬한 칼바위와 송림이 한데 어우러진 암릉이 매우 아름다우며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많아 산악인들의 발길을 끄는데, 금돼지굴봉을 지나 300봉부터는 밧줄에 의지해서 330봉과 정상인 송대봉에 올라야 하며, 송대봉을 지나 바위가 칼날처럼 이어지는 칼날 능선은 경험이 많은 산꾼들도 오금이 저리는 채계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해서 채계산에 쇠말뚝을 박기도 한 아픈 역사가 전해진다.

by 별빛처럼

1986~1989년에 삼영 광업이 채계산에서 규석 채취를 하면서 자연 경관을 많이 훼손해, 이를 보다 못한 순창군의 28개 사회단체, 200명의 군민들이 채계산 살리기 보호회를 결성하여 채계산의 자연환경 훼손을 막는 범군민 운동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자연환경 훼손을 막는다는 곳에 출렁다리를 만들었다고?" 라고 이의를 제기한다면, 이 출렁다리는 채계산 중간에 도로가 생기면서 끊어진 산을 연결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순창은 섬진강 북쪽 상부에 풍수상 '장군대좌형'으로 '장군목'이라 불리우는 곳이 있다. 이 한가운데 '요강바위'가 있어 그곳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희망과 염원을 담고 지금도 지역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섬진강 줄기를 남쪽으로 쭈욱 따라가다 보면 '채계산'이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달을 보며 창을 읊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어, '장군과 월하미인의 애절한 사랑의 결실을 담은 산'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동안 채계산 중간에 도로가 횡단하면서 끊겨 아쉬움이 컸는데 채계산 출렁다리가 생기면서 진정한 사랑의 오작교가 완성을 이루었다 생각해서, 체계산 출렁다리를 '사랑을 잇는 다리'라고도 한단다.

장군목 요강바위

채계산 출렁다리에 오르려면 산 아래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야 한다. 제 1주차장은 1번 출입구로 이어지고, 제 2주차장과 대형버스주차장은 2번과 3번 출입구로 이어진다. 제 2주차장과 버스주차장은 진입도로 오른쪽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지만, 제 1주차장은 사거리에서 좌회전이 안 되므로 사거리 지나서 쭉 올라간 뒤에야 출입구가 나온다.  

출렁다리를 찾는 사람들은 보통 1번 출입구로 많이들 올라간다. 위치는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1607번지.

1번 출입구로 올라가다 보면 중간에 쉼터가 있어, 그곳에서 출렁다리를 쳐다보며 풍경을 음미할 수 있다.

계단입구에서 출렁다리까진 538계단쯤이고, 천천히 걸어서 15분 정도 올라가면 된다. 이곳에서 바로 출렁다리를 건너도 좋지만, 출렁다리 위로 10분쯤 더 올라가서 1000 계단 살짝 넘겨 마련된 어드벤처전망대까지 가면 더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렁다리까지만 올라가고 어드벤처전망대까진 안 가는데, 진정 멋진 전망을 보고 싶다면 어드벤처전망대까지 꼭 올라가보시길 추천한다.

 

1번 출입구에서 올라가면 어드벤처 전망대가 있고, 2, 3번 출입구에서 올라가면 '월하정'이라는 한옥정자가 있다. 출렁다리의 이쪽저쪽인 셈인데 정자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정자에 올라 주변 풍경을 살피는 것도 다.

한글날 중부권과 강원도쪽은 흐리고 비까지 내렸지만, 순창이 속한 남부권은 하늘이 맑고 햇빛이 좋아서 제법 날이 더웠다. 그늘이 있다곤 하지만 더운 날씨에 수백 개의 계단을 오르는 일이 쉽진 않다. 그러나 땀 흘리며 계단을 올라가서 바람 솔솔 부는 출렁다리와 어드벤처 전망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맛은 짜릿하다. 고생한 보람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채계산은 아직 푸른 기운이 많아서 단풍놀이까지 겸하려면 10월 말 이후 가는 게 좋겠고, 적성들판의 노란 황금빛을 감상하며 선선한 가을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획을 세워보시면 어떨른지. 차로 20~30분 거리에 용궐산 하늘길, 장군목유원지, 요강바위가 있으니 체력이 허락한다면 순창의 명물들을 함께 둘러보시길 추천한다.


* 용궐산 하늘길과 요강바위

https://brunch.co.kr/@malgmi73/271


* 채계산 출렁다리 ('18. 7월~ 20. 3월 준공)

무주탑 현수교로 길이 270m, 보행폭 1.5m, 높이 90.1m(가운데 75.1m), 내진 1등급교, 피뢰침이 설치되어 있다. 최대풍속 66m/s 바람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했고(설계풍속 35.9m/s),  강풍주의보시 풍속 14m/s(순간최대풍속 20m/s) 출렁다리는 통행금지가 된다. 출렁다리 최대이용 가능인원은 1,300명(성인 70kg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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