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지 증후군
자녀들이 독립을 하는 시기에 부모가 느끼는 슬픔을 의미한다. 마지막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직을 하는 등,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여 집을 떠나는 시기에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을 의미한다. 이러한 빈 둥지 증후군은 주 양육자의 역할을 맡는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 너와 함께하고 싶은 이유
몇주째 주말만되면 비가 내렸는데 이번주는 선물처럼 반짝이는 날씨가 찾아왔다. 모처럼의 햇빛이 너무 반가웠다.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었다.
"OO아, 우리 맛있는거 먹으러 갈까?"
조심스러운 마음을 숨기고, 최대한 당당하고 도도하게 질문을 해본다. 사춘기의 핵에 들어선 둘째아들은 '아니요, 싫어요'를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아무리 사춘기라지만 귀염뽀짝했던 막둥이에게 거절당하는 일은 상처가 된다.
"아니, 피곤해. 난 집에 있을게."
예상했던 대답. 피곤해서 집에 있겠다는데 어쩌겠는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이 닫히기전까지도 자꾸 뒤를 돌아보지만 굳게 닫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태생이 다정해서 사춘기가 왔는지 갔는지도 모르게 고등학생이 된 첫째아들이 함께라는 것이다.
# 주말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감지덕지하게 점심을 함께한 첫째아들이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자꾸 묻는다.
"엄마, 우리 몇시쯤 집에 도착예정이야?"
아마도 친구와의 약속이 있는듯했다. 약속이 있는데도 엄마와 밥을 먹어준 사춘기 아들이 고마워서 서둘러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거실에는 어색한 적막과 함께 나와 남편만 남았다. 그리고 주말은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 인생에는 반전의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 빨리 키워놓고 놀러다니면 좋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했다. 남편이 아이들과 시댁이라도 가는 날은 어쩌다 생긴 몇 시간의 자유가 너무 달콤해서 며칠전부터 계획을 세워두곤 했다. 영화보기, 낮잠자기, 서점가기, 친구와 술한잔 하기 등 버킷리스트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얼마나 설레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인생에는 반전의 순간들이 있다. 엄청난 맛집이 생각보다 맛이 없을 수도 있고, 기대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인생을 함께할 짝꿍을 만나기도 하는 것처럼...
그렇게 고대하던 혼자만의 시간은 차고 넘치도록 많아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더이상 버킷리스트를 적지 않는다. 그 시간이 더이상 설레이지 않기 때문이다.
# 두려움을 이기는 나의 철칙은 정면승부다.
문득 그렇게 소망하던 아이들의 독립이 두려워졌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뒤에 밀려올 상실감과 슬픔이 두려워졌다. 두려움을 이기는 나의 철칙은 정면승부다.
1% 채우기_내가 좋아하는 일 찾기
나는 요즘 브런치와 블로그 글쓰기에 푹 빠져있다. 퇴근후에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며 글을 쓰는 시간은 설레는 일이다. 가족들과 브런치와 블로그에 쓴 글에 대해 대화도 나눈다. 블로그의 댓글에 답글도 쓰고 얼굴은 알지 못하지만 글로 만난 이웃들의 글에 댓글도 달아본다. 잠을 자기전에는 브런치에 구독중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울기도 웃기도 한다.
1% 채우기_줄서는 맛집 가기
아이들과 외식을 하는 일은 메뉴부터 장소 선정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다. '해산물처럼 비린음식 제외, 돼지고기집 제외, 나물음식 제외, 웨이팅이 있는 음식점 제외'. 결국 남는건 소고기, 돈까스, 짜장면이 전부였다. 이제 나는 줄서는 맛집을 찾는다. 물론, 아이들에게 선택권은 준다.
"엄마 맛집갈껀데 너도 올래?"
하지만 "그래"가 아니어도 나는 더이상 상처받지 않는다.
아이들이 떠난뒤 남겨질 빈둥지를 지금부터 내것으로 차곡차곡 채워나간다. 마치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렇게 20여년을 함께한 아이들로부터 나도 독립하는 연습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우리의 독립을 위하여...
출처 : 픽사베이 육아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녀들의 독립입니다. 아이가 독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 입니다.
- 오은영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