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구름, 회색 구름_<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

_ by 마리오 브라사르 (글), 제라르 뒤부아 (그림) : #전쟁

by 유재은


서른네 살의 밀라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매표소 앞에 줄을 서는 평범한 일상에서조차 두려움으로 떨린다고 하면서요. 밀라는 매일 하늘을 보며 자신의 고양이가 잡으려고 애쓰는 하얀 구름과 마음을 어둡게 하는 회색 구름이 어디에서 흘러오는지 상상해요. 밀라가 이렇게 짙은 아픔을 지니며 살아가게 된 것은 아홉 살 때 찍었던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어요. 25년이 지난 지금은 가족들과 사진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밀라만의 길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전쟁으로 인해 집을 떠나기 전, 밀라의 아빠는 사과나무 앞 밀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그런데 사진 속 밀라의 표정에는 잿빛 구름이 가득해요. 너무 어려서 잘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날의 그림자가 유난히도 길었다는 것만은 마음에 남아있는 밀라였습니다.


그 후 밀라는 어디로 향하는지 누구 하나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줄을 따라 한없이 걸어야 했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 부조리에 맞선 삼촌의 처참한 죽음도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꿈에서조차 삼촌을 보지 못하게 된 그날 이후 밀라는 구름을 두 가지로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고 하네요. '우리 구름인 하얀 구름과, 우리 구름이 아닌 다른 어두운 구름'으로 말이에요.



역사 속에서 전쟁이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모두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로 인해 파생되는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쓰라린 아픔은 고스란히 약자의 몫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국익과 종교 등의 이유로 세계 곳곳은 불타고 있습니다. 뉴스와 기사를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학살이 여전히 지구 어딘가에서 자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아이들과 함께 할 수업 도서를 고르다가 이 책이 인연이 되어 찾아왔습니다. 도서관 서가 속 같은 주제의 여러 책들 중에서 <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를 읽는 순간 미안하게도 다른 책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글밥은 별로 없지만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겨주는 그림과 비유는, 초등 고학년들은 물론이거니와 어른들에게까지 깊은 사유와 울림을 주지 않을까 싶네요.



밀라의 '하얀 구름'과 '회색 구름'을 통해 우리는 자신만의 두 구름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온마음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동화의 결말에서 다정한 문장으로 포옹해 줍니다. 정말 그런 날이 찾아올까요? 하늘에 흐르는 바람을 바라봅니다.


어쩌면 기억도 구름과 비슷하겠죠. 어떤 건 아주 근사하고 무척 높이 떠서 손에 닿지를 않고, 또 어떤 건 너무 무거워서 우리 어깨까지 내려와 한참 동안 걸려 있어요. 우리가 마침내 구름을 날려 보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면서요. 그런 날은 꼭 찾아올 거예요. 바람은 불 테니까요.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은,
평범한 시민이 진짜 군인이 되는 데는
3일이면 충분하다고 회상했다.
3일, 그게 정말 가능했을까?"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 내 삶에 있어 '하얀 구름'과 '회색 구름'은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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