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닐 때 족보도 없고 정보도 없으면 좋은 점은 하나 있다.
수업을 오지게 열심히 듣게 되는 것이다.
어떤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님인지 모르고, 휴가이나 수업일정이 틀어지는 것에 대해도 알 수 없고,
심지어 교수님 입장에서는 일어일문을 주전공으로 삼아 수업을 듣는 예쁜 제자들이 있을 텐데, 타과 부전공생인 내게 A+라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에,
오지게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그렇게 공대와 인문대를 오가며 대학생활을 했다.
1학년 때 말고는 도서관과 집 그리고 학교에서 살았다. 언젠가 크게 성공해서 이 노력을 보상받으리라 생각했다. 그냥 가끔 이게 맞나 싶을 때마다, 나를 다독이는 방식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 시절 나에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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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샜지만
나는 공대를 무사히 졸업했다. 부전공도 마찬가지였다.
담당 교수님은 한번 영문과로 전과하려던 괘씸한 내가, 꽤 높은 성적으로 악착같이 버틴 게 좋아 보였는지 대학원으로 오라고 설득하셨다….^^
나는 공대에 뼈를 묻고 싶지 않았다. 돈을 벌고 싶었다.
그렇게 돈을 안정적으로 벌면서 글을 쓰고 싶었다. ( 참으로 어린 생각이었다..ㅋ )
평범한 공대생인 내가 일어를 할 줄 알고, 일어일문학과를 부전공했다는 것.
누가 보면 그게 뭐 얼마나 대단한 거냐 할 수 있겠지만,
주변을 둘러봤을 때 그런 사람은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나는 이게 나를 보여주는 나름 독특한 특징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누구보다 열심히 덕질해 오고, 그걸 살려서 졸업했기에 행복한 대학생활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생활 10년 차 요즘의 일본어는 어떤지,
다음 시간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