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다고 다른 이도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생애 첫 숨을 바닷속에서 쉬었던 게 2013년이고, 한국과 서울을 태국 남동부 작은 외딴섬 꼬따오에서 본격적으로 프로페셔널 다이빙 강사로 생활한 게 2015년이네요.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한 해도 쉬지 않고 다이빙을 하며, 또 가르쳐왔어요. 글로벌 팬데믹에도 멕시코에서 케이브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지금 생각해도 참 열정적으로 다이빙했네요.
특히 꼬따오는 ‘다이버의 성지’라 불릴 만큼 전 세계 각국의 다이버들이 찾는 곳이라 운 좋게도 다양한 국적의 다이버를 트레이닝하며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다이빙 강사 생활이 햇수로 10년을 바라보는 지금, 다이빙 입문 과정부터 프로페셔널 다이브마스터, 강사, 스태프 강사, 스페셜티 강사 과정까지 수천 명의 다이버를 훈련해 오면서 트레이너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이빙, 누구나 할 수 있나요?
가끔 “다이빙은 누구나 할 수 있어요!”라고 자신하는 다이빙 강사를 봐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니요!”라고 합니다. 다이빙 강사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땐 저도 그렇게 말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다이빙을 권유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 생각은 결코 옳지 않다는 걸 다이빙 강사로 생활하며 경험으로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미쳐서 빠져버린 다이빙이 어떤 이에겐 고통이고 고문일 수도 있다는 걸 경험했거든요.
다이빙은 일단, 물속에서 하는 액티비티예요. 지상에서 하는 러닝이나 요가와는 달라요. 물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모두 다 달라요. 저는 물속에서 한없이 편안하지만, 누군가는 어릴 적 물속에 빠진 경험 때문에, 누군가는 폐소공포증이 있어서, 누군가는 불안장애에 시달려 지옥처럼 느낄 수도 있거든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서울에서 친하게 지냈던 직장 후배가 머나먼 섬 꼬따오까지 저를 보러 왔습니다. 다이버로 변신한 저를 응원하는 의미로 스쿠버 다이빙을 시도했는데, 워낙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못 하는 친구라 정식 입문 과정 자격증 코스인 오픈워터 대신 체험 다이빙을 권했어요. 이것 또한 제가 다이빙을 업으로 다루면서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철학을 지킨 거였어요.
우선 설 수 있는 얕은 수심에서 간단한 기본 스킬을 해봤는데, 이 친구가 너무 재밌어하며 잘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너무 신이 났죠. 이후 조금 더 깊은 수심으로 이동해 중성 부력을 맞추고 유영하는 연습을 해보려는데 갑자기 그 친구의 눈이 희번덕해지면서 허우적대기 시작했어요. 직감이 온 저는 그 친구를 데리고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상승했습니다. 마스크를 벗자마자 그 친구가 한 말은 “숨을 못 쉬겠어!” 였어요.
알고 보니 그 친구는 평소 자신도 모르던 폐소공포증을 가지고 있었어요. 일상에선 느낄 수 없었지만, 사방이 막힌 풀장에서 깊은 수심으로 내려가자 바로 패닉이 온 거였죠. 탱크에 공기는 충분했고, 호흡기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심지어 얕은 물에서 너무 재밌게 즐기던 친구였지만, 단 30초 만에 변하는 상황을 보면서, ‘내가 좋다고 다른 이도 좋은 건 아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더욱더 보수적으로 다이빙을 교육해요. 물속의 공포심을 ‘도전’ 같은 말로 밀어붙이게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게 있거든요. 특히 물속에서 하는 다이빙은 더 그래요. 몇 번을 시도해도 알 수 없는 불안과 공포로 다이빙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속상한 마음도 잘 헤아려야 해요. 특히 친구나 연인, 가족이 경험 많은 다이버인 경우, 스스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고 등 떠밀리듯 하는 이도 많거든요. 그럴 때 저는 항상 이야기해요. “속상해하지 말아요. 다이빙은 모두를 위한 게 아니에요. 스스로 못한다 자책하지 말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스쿠버 다이빙을 해보고 싶지만 자신에게 맞는 액티비티일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정식 자격증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체험 다이빙(디스커버 스쿠버 다이빙)을 해볼 것을 권해요. 체험 다이빙은 정식 자격증 코스는 아니지만, 스쿠버 다이빙의 기본적인 호흡법과 스킬을 배우고 프로페셔널 강사의 직접 감독 하에 낮은 수심에서 다이빙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PADI, SSI, SDI, NAUI 등 전 세계에서 공인된 수많은 다이빙 단체에 모두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이 있으니 일단 한 번 해보고, 자신에게 다이빙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하면 정식 자격증 코스 트레이닝을 단계 별로 밟아나가면 됩니다.
또한,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 수영이나 스노클링을 통해 물과의 친밀감과 친숙도를 높이면, 다이빙을 배울 때 예상치 못한 공황 장애를 겪어 트라우마로 남을 확률이 현저히 줄어들어요. 사람마다 살아온 방식과 경험이 모두 다르니 자신이 스쿠버 다이빙을 좋아한다고 해서 주변 사람들, 특히 어렸을 때 물에 빠진 경험이 있거나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수영이나 스노클링, 다이빙을 권해선 절대 안 됩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 역시, 2013년 잡지사 피쳐 에디터로 떠난 해외 리조트 출장에서 체험 다이빙 프로그램을 해보고 다이빙 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어요. 수면 아래 제 몸이 잠기는 그 순간, 저는 알았답니다. 아, 평생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하고. 그때 저는 수영도 잘 못하고, 물은 좋아하지만 물속 세상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어요. 체험 다이빙으로 바닷속 세상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에 빠진 저는 이후, 본격적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고 체력을 키우며 다이버가 되기 위해 준비했어요. 그토록 좋아하는 거라면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저는 믿거든요.
다이빙은 시간이 많이 필요한 액티비티입니다. 취미로 즐기기 위함이든 프로페셔널 다이버가 목표이든, 우선 자신이 물속이라는 특별한 환경에서 편안한 지부터 알아보고 천천히 진지하게 시작했으면 해요. 물속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다이빙은 자칫하면 심한 상해를 입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액티비티이니까요. 다이빙은 물, 바다, 수중동굴 등 자연을 다루는 일이에요. 다이버가 아무리 잘나고 완벽해도 자연이 인간을 단칼에 거절할 수 있어요. 10년 차 다이빙 강사로 제가 지금까지 수천 명의 다이버를 가르쳐오면서 지금껏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이빙을 대하는 겸손하고 신중한 태도였다고 생각해요. 다이버는 겸손하고, 또 겸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