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의 다른 이름 도착

담장 너머 베트남 3

by 길문

드디어 떠난다. 생각해 보니 출발은 대게 집이다. 집을 떠난다는 말이기도 하다. 잠시지만. 사람들은 몇 번 집을 떠나는 것 같다. 남자는 군대 가기 위해 떠나기도 하고. 여자는 결혼을 통해 집을 떠나기도 한다. 유학이나 업무, 여행도 당연히 해당되지만 떠난다는 의미는 한편으론 어딘가 도착한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이런 단순함이 어쩌면 모든 것의 기본인 것 같다. 사랑 한편엔 이별이 있듯이 죽음의 맞은편엔 탄생도 있고. 우린 이걸 잠시 잊거나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채워지는 그 무엇만 고려하고 비워지는 뭔가를 놓치듯이.


출발도 때가 있듯이 지금 그걸 난 받아들이고 있다. 기꺼이. 이건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 인천공항


몇 년 만이던가. 세상을 향해 나가는 공항은 가장 큰 문 같다. 정말 대문. 담장 너머 세상으로 나가는 문. 이건 물리적으로도 크지만 심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떠나는 것. 떠나는 곳. 어디든. 비행기 표만 있다면 이 문은 당신에게 넓은 세상으로 인도해 준다. 그게 처음이든, 익숙한 곳이든 그래서 이곳에 와있다.


처음에 덜컹거렸다. 아침부터 남는 시간 어떻게 할까 미적거리다 공항에 늦었다. 오전까지 일을 마치고 오는 후배보다 늦은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가깝게 사는 친구가 자주 지각을 하던데, 시간이 오히려 많다는 것이 독이 된 듯하다. 오래간만에 타보는 공항철도 일반열차. 직통 열차표를 구입하지 않은 건 기다리기 싫었다. 떠난다는 설렘이 기다림보다 더 컸었을 것이다. 직통열차는 자리가 정해지는 편안함보다 노선이 많지 않은 불편함이 더 컸다. 지하철에 앉아서 조는 건 전문가 수준이어서 불편함이 없었다. 자리만 난다면.


fsvKT8121T1s2AluG1t3pSnxPr8.JPG 사파 전경.

그렇게 저녁 비행기로 몇 년 만에 떠나서 도착한 곳이 하노이다. 배낭여행의 천국 태국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건 여행지를 결정한 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여행객들이 베트남으로 몰리는지는 서로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베트남. 베트남? 우리와의 교역량이 많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때문일까? 아님 축구 감독 박항서 때문일까? 기자 선배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것 같다는 말 때문에 그냥 이웃집 가는 심정이었다. 이건 피부색이 비슷한 동질감 때문일까? 이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낯선 외국에서 누군가 만났을 때 그가 같은 동양인이라는 편한 감정이 주었던 기억이 머릿속 어딘가 뒹굴고 있었다.


그래서 밤늦게 도착한 노이바이 공항. 가져간 한화를 환전하고 나선 공항 밖. 첫 느낌은 열기와 습기였다. 그래서 싫었을까? 갈 때 엄청 더울 것이라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는데 이건 밤이라서 그랬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을 마취시켰기 때문인 것도 같다. 어디서 읽은 9월 베트남과 하노이 날씨를 이미 학습해서 예방주사를 맞은 덕분 말이다.


처음 그곳에서 그랩(Grab)을 활용했다. 그렇게 하이 테크놀로지를 통해 하이 편리함의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편한 건 좋은 거였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이유인즉, 밤에 도착해서 그런 것이었다. 처음 가본 나라에 대한 인상이 뭘 느끼기에는 그냥 사위가 어두웠다. 처음 이용한 앱 그랩과 그것으로 부른 택시가 우릴 태우고 움직인다는 신기함으로 가득한 시작이지만.


처음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도착한 국가는 호주였다. 분명히 날씨 때문인데, 비행기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 옷이 반바지 차림이었다. 그때 그 인상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니! 이건 한국에서 겨울에 떠났다는 말이지만, 그만큼 처음 도착하는 지역의 첫인상은 무의식 중에라도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데 베트남은 아니었다. 아마 밤에 도착하는 여행이 다 이럴 것 같지만 이건 반대로 내일을 기약하게 만들었다. 잠자고 눈을 떴을 때 처음 맞이할 첫인상이라니. 그 기대감으로 공항을 벗어났다.


※ 신짜이 마을에서 사파 광장까지 50,000동(한화 약 3,000원 정도)으로 태워다 준 멋진 사나이. 시골 인심은 살아있었다. 처음 부른 가격은 좀 달랐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끼리 뭐라고 했었다. 그건 가격 얘기였던 것 같다. 비싸니 좀 싸게 해 주라는. 나중에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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