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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직장인 May 26. 2024

평균회귀와 역치, 그리고 DCF의 지평에 대한 생각

최근 투자에 대한 소고

https://blog.naver.com/r123k120/223257057761


작년 11월 공매도 금지 단행(이성적으로 다소 이해되지 않는) 이후에 2차전지의 강한 단기 주가 상승이 있었지만, 결국 이것이 평균회귀의 중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필자의 블로그(상기)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고 흐름의 연장선으로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1. 진자운동과 평균회귀


하워드 막스의 주장과 같이 투자의 세계는 '진자운동(Pendulum Movement)'과 매우 흡사한데, 물리적 힘의 작용이 좌우의 끝단으로 갔을 땐 더 이상 발산하지 못하고 중력에 의해 평균으로 수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리 세계의 중력은 비교적 측정 가능(Quantifiable) 하고 단순 명료하지만, 투자에서의 그것은 Valuation, 그리고 투심과 수급과 같은 어떠한 '모호한 성격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상당히 난해하게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평균회귀 작용(Mean reversion)은 마치 한 갈래의 과학 법칙과 같이 시장의 기저에서 늘 작동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포트폴리오 구축과 리스크 관리에 있어 큰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2. 역치 (閾値)


역치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적으로 반응이나 기타의 현상을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계(系)에 가하는 물리량의 최소치'이다. 예컨대 진자 운동의 오른쪽 끝단에서 더 이상 치고 올라갈 힘이 없으면 중력에 의한 새로운 쏠림 작용으로 좌측으로 치고 나가게 하는 반작용을 만드는 임계점에도 비유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작년 말 힘을 잃어가던 2차전지 섹터에게 '공매도 금지'라는 재료는 아주 강한 역치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Long과 Short의 기회가 모두 산재했던 이벤트였으나, 이에 맞춰 포지션을 조정하는 것은 아주 기민한 Execution이 필요하기에 투자자마다 대응은 천차만별이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지금 중요한 것은 향후 이러한 역치의 기점은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올 수 있라는 점이다.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투자자 동료('삼동이형')의 아래 영상을 보면 이러한 '역치'에 대해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i6wjF0T0k0





3. 내연기관의 예정된 종말


금리 상승과 소비 위축이 맞물리는 싸이클에서 전기차의 Chasm 현상은 도드라지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의 종말'을 확신하는 편이다. 최근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면서 전기차, 내연기관 차를 한 대씩 갖게 되었는데 이 둘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유형의 재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전기차는 연비, 출력, 정숙성, Space 등 내연기관 대비 어디 하나 빠지는 점이 없고, 장기적으로 정상적인 경합이 불가능한 상품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의 확산은 여전히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데,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생물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대다수가 공학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쿼티 키보드를 쓰고, 윈도우 체계를 관성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도로명 제도를 도입한지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ㅇㅇ동 ㅇㅇ 번지' 사용은 우리에게 더 편안 느낌을 준다. 차량과 같이 십수 년에 이르는 내구성을 가진 소비재의 변화가 인간의 생활에 자리 잡는 싸이클은 더욱더 지리할 수밖에 없다


어찌 됐건 전기차의 가파른 Learing curve는 내연기관과 달리 현재 진행형이고, 어떠한 임계점(배터리/EV Cost 하락, 주행거리 증가, 충전 인프라 발달 등등)에선 우리가 더 이상 도로에서 마차를 찾기 힘든 것처럼 내연기관은 실용성보다는 어떤 특정 '취향'의 영역으로 소멸해 갈 것으로 예상해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투자를 함에 있어 2차전지, EV 밸류체인에서 또 다른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 본다. (물론 테슬라의 눈부신 SW tech의 발전이나 중국 기업의 약진을 보았을 때, 반드시 우리나라 기업만이 아닌 글로벌 관점에서 산업을 조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4. DCF(Discounted Cash Flow)의 세상


나를 포함한 많은 투자자들이 PER, PBR와 같은 Snapshot에 경도 되어 있고 실제로 그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투자의 지평은 'DCF(Discounted Cash Flow, 미래현금할인법)'의 세상이라는 것을 점점 느끼고 있다. M&A나 Valuation modeling 업무를 해본 사람은 할인율, Terminal Growth, WACC 같은 변수에 의해 기업가치가 얼마나 큰 진폭을 나타내는지 알 것이다. 우리가 선호하는 PER 역시 본질은 DCF의 함수가 만들어내는 것이고, 특정 시점의 기울기나 미분값의 현상이 P-Value로 치환되어 해석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따라서 '이 기업은 PER/PBR ㅇㅇ 정도는 받아야 한다'라고 믿고 있는데 주가가 그 지점으로 수렴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이익의 지속성과 그것을 만드는 기업의 퀄리티 그리고 영구적인 가치 등 'DCF적 관점'으로 다시 한번 평가해 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다. 이 또한 나의 과거 Valuation 실패 사례를 통해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다.

* GPT Dalle가 만든 이미지



5. 싸이클과 투자의 난이도, 그리고 학무지경(學無止境)


싸이클의 주기는 저마다 짧게는 수 년에서 수 십 년에 이르기도 한다. 하지만 싸이클의 매력은, 달이 차면 기울고 긴 어둠 속에서도 새로운 태양은 등장하듯,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라는 점이다. 최근의 재생에너지, 석화, 디스플레이 등 주가의 급반등(역으로, 작년의 스타 주식이었던 2차전지의 몰락)을 보면 인간의 단편적인 예측과 판단이란 것이 싸이클의 힘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는다. 이러한 싸이클을 기다리고 이용할 수 있는 투자자와, 부주의와 자만으로 싸이클을 역행하거나 또는 인내심이 짧아 작은 조류에 편승하며 큰 흐름을 배제하는 투자자의 성적표는 장기적으로 극명히 갈릴 것이다. 


투자가 어려운 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와 'Valuation'이 수많은 작은 싸이클을 동반한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서 비이성적인 변동성을 수시로 직면한다는 것이다. 투자의 세상이 Linear 하고 만약 가격이 가치의 종심으로 정직하게 수렴한다면, 투자가 이처럼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몸소 겪다 보니, 몇 년 전 읽었던 <효율적으로 비효율적인 시장> (원제 : 'Efficiently inefficient') 저서가 주는 함의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시장은 필연히 비효율적이고, 또 효율적이다. 이것은 말 장난만은 아니다. 향후 AI의 발달은 이러한 변동성을 줄이고 시장을 효율화 시킬 것이지만, 그만큼의 개별 알파 창출의 난이도는 기하급수로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Conventional한 투자 방법론의 수명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또 다른 변혁과 대응을, 각자의 방식으로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무지경'이란 말이 있듯, 투자란 배워도 배워도 그 끝이 없다는 것을 느낀다. 만약 이 영역에 '궁극'이 있다면, 내가 이르른 곳이 1% 인지, 10% 인지 가늠해 보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젠 그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일임을 안다. 그 끝 간 데 없는 배움과 험난한 과정이 두렵기도, 반대로 설레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이 게임을 내 힘이 닿는 한, 마지막 순간까지 해보고 싶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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