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세우는 글쓰기 #4 <기획서의 목적>
기획서는 다양합니다. 사업기획, 전략기획, 광고기획, 건축기획, 행사기획, 훈련기획...... 기업이 하는 일이 기획이기에 일의 종류만큼 많죠. 이렇게 다양한 기획서가 있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설득이죠. 우리가 종종 설득이 힘들고, 설득을 못하는 이유는 내가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설득 과정이 공정했다는 전제에서요.)
기획서는 문제 해석부터입니다. 문제 해석이 납득의 증거입니다. "내가 정의한 문제는 이거야."라고 풀어내는 거죠. 프로납득이 들은 문제 원인에서 해결 방향을 찾습니다. 납득되는 문제 원인을 찾는 것이 문제 해석, 문제 풀이입니다. 여기에 사활을 걸어도 됩니다. 내가 납득되어야 남도 설득됩니다. 납득 끝, 설득 시작 지도를 통해 문제를 보는 방법, 해결책을 찾는 방법을 연습해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기획력 키우기는 이전 글 참고 → 클릭)
23년 4월, 클리오 광고제 크리에이티브 커머스 부문에서 수상한 광고주 Ujjivan Small Finance Bank와 대행사인 McCann Worldgroup India, Mumbai가 납득한 문제 해석, 풀이를 한 번 보시죠.
Ujjinvan Small Finance Bank는 경제적 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은행이라고 합니다. 브랜드 정체성과 인도 전통에도 맞는 아이디어를 내야 했죠. 그들은 문제적 결과, 즉 눈에 보이는 사회적 현상인 경제적 약자인 인도 주부들에 주목했습니다. 주부가 경제적 약자가 된 것은 결과죠. 광고주와 대행사는 원인이 뭔지에 주목했어요. 그들은 경제활동의 출발점인 '계좌가 없다'를 원인으로 봤습니다. 납득이 가죠. 원인이 나왔으니 정확한 목적,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든 계좌를 만들려면 개설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 개설서류가 필요했습니다. 마침 인도는 전통적으로 결혼식을 축하하며 샤군이라고 하는 축의금을 주는데, 그것을 샤군 카 리파파라고 하는 봉투에 담아 줍니다. 그 봉투에는 부부의 번영과 백년해로를 기약하는 1리라짜리 동전이 붙어 있습니다. 둥글게 살라는 뜻일까요. 여하튼 1리라라는 '돈'이 있기에 계좌에 입금할 마중물이 생깁니다. 그리고 리파파라는 봉투 안의 공간에는 통장개설서류양식을 인쇄해서 넣을 수 있죠. 그렇게 풀어냅니다. 해결방향, 해결과정 모두 정체성과 사회적 합의를 지켜냈습니다. 실로 완벽합니다.
납득 가능한 문제풀이가 만들어낸 설득되는 캠페인입니다. 그래서 1년 만에 23만 명 넘는 여성을 경제적 평등으로 나아가게 했겠죠. 우리도 납득되는 부분을 찾았으면 납품을 생각해 볼까요?
납득이 됐으면 설득을 해야죠. 설득할 분 납품 주소에 맞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주소지가 '제안'이라면 문제 풀이가 앞에, 해결 방향과 과정, 목표가 뒤에 나오는 순서면 OK. 미괄식 구성 혹은 귀납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죠.
주소지가 '보고'인데 그러면 곤란하겠죠. 보고라면 문제풀이, 해결 방향과 과정, 목표를 축약한 짧은 문장이 앞에 빡, 그리고 문제 풀이와 해결 방향, 과정, 목표 상세가 붙으면 되겠죠. 두괄식 구성 혹은 연역적 구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를 함께 탄 1분 동안 보고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면 보고가 깔끔해집니다.
'제안'이라면 문제풀이부터 해결 방향, 과정, 목표까지 차례차례 빌드업
'보고'라면 문제풀이, 해결방향, 과정, 목표를 요약해서 반응을 본 후 빌드업
납품 주소와 다르게 배송하면 좋은 기획도 탈이 납니다. 그리고 납품 세부사양에도 맞는지 보셔야 합니다. 설득할 분에 맞춰서 납품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도는 있습니다.
설득은 논리라는 상식을 깨고, 심리로 풀어냈기에 설득의 심리학이 대박이 났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책은 꾸준히 공감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죠. 우리의 길도 같아요. 설득할 대상이 원하는 논리와 심리, 즉 공감돼야 설득할 수 있어요. 모두가 공감이 갈만한 설득 방안을 16년 차 글로자의 관점에서 16개 성격유형을 꿰뚫어 볼게요. 자, 아래 지도를 보시죠.
성격 유형별로 맞는 설득 방법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통용되는 원칙만 지키면 성격 유형은 사바사, 케바케로 적용하면 돼요. 저도 그렇게 설득하며 살아왔고요.
위 지도를 보시면 문제원인부터 해결방향, 해결과정, 해결목표별로 키포인트를 적어놨어요. 말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납득에서 설득으로 가는 길, 순서대로]
○ 문제원인: 내 가설을 숫자로 증명한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해결방향: 담당하는 브랜드 철학, 비전, 사명과 맞으면서 사회적인 결핍을 채울 수 있되, 사회적인 통념이나 관습, 문화, 미풍양속과 맞아야 한다
○ 해결과정: 말도 안 되는, 할 수도 없는 허무맹랑한 계획은 모두 들킨다. 손에 잡힐 만큼 구체적이고, 예산이나 일정에 맞는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허망한 약속은 패망을 부른다.
○ 해결목표: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꿔라. 하지만 리얼리스트가 돼라'라고 한 체 게바라처럼 꿈을 꾸게 하는 목표를 주되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 서 있는 숫자를 주면 좋다.
이성과 감성을 모두 움직일 수 있는 것, 상식적으로 공감되느냐입니다.
이렇게 기획서를 탄탄하게 하는 3층 훈련법을 알아봤습니다. 문제를 납득하고, 상황에 맞게 납품하며, 설득으로 가는 길을 걸으시면 됩니다. 오늘도 저와 함께 펜을 들어보시겠어요? 함께 나를 세우는 글쓰기, 네 번째 주문을 외울 시간입니다.
납득 가는 문제풀이가 곧 설득이다. 그것이 좋은 기획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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