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탄생/ 자기비판의 시도 3장
“어떤 철학자가 자신의 학설을 발견했을 때의 연령은 그 학설에서 울려 나온다. 그는 시간을 초월해 있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을 감출 수는 없다. 쇼펜하우어의 철학도 이렇게 뜨겁고 또한 우울했던 청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것은 나이 든 사람에게 맞는 사유 방식이 아니다. 또한 플라톤의 철학은 찬 기류와 더운 기류가 잇달아 불어 닥치는 경향이 있는 삼십 대 중반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거기에는 먼지와 부드러운 구름이 생겨나고 적절한 상황과 햇빛 속에서는 매혹적인 무지개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 책은 전문가를 위한 책, 즉 음악의 세례를 받고 처음부터 희귀한 공통의 예술 경험들에 묶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음악’이며, 예술의 혈족관계를 보여주는 인식표다. 이 책은 처음부터 ‘민중’보다 ‘교양인’을 더 꺼리는 교만하고 열광적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이 끼친 영향이 증명한 바 있고 또 지금도 증명해 주는 것처럼, 이 책은 함께 열광할 사람들을 찾아내어 그를 ‘새로운 샛길’과 ‘무도회장’으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며 이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이 속물 문화 자체가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진짜와 가짜, 독창적인 것과 모방한 것, 신과 우상을 구별하는 법을 잊어버렸으며, 그리고 현실적이고 정당한 것에 대한 건강하고 남자다운 본능이 이 문화에서 상실되어 버렸다고. 속물 문화는 몰락을 자초했다. 지금 이미 그 문화의 지배권의 표시는 줄어들고 있으며, 그것이 걸쳤던 ‘자포紫袍’는 떨어지고 있다. 자포가 떨어지면, 그것을 입는 공작도 뒤이어 떨어져야만 한다.” <반시대적 고찰 p282~283>
“모방 ━ 저속한 것은 모방으로 명성을 얻고, 훌륭한 것은 그것의 모방으로 명성을 잃는다. 특히 예술의 세계에서 그러하다.”
- 두 문장 구성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은 단정치 못한 자의 표시다.
- ‘분명하다’와 ‘노출하다’의 수치스러운 혼동. 이러한 언어 개혁자는 어린 학생처럼 벌을 받아야만 한다.
- 주의 깊은 저술가는 독자를 의심스러운 상태로 내버려 두거나 잘못 인도하는 일을 무엇보다 두려워할 것이다. 왜냐하면 비유는 어떤 것을 더욱 명료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비유 자체가 불명료하게 표현되어 미혹시킨다면, 비유가 없을 때보다 더 사태를 애매하게 만들 것이다.
- 이처럼 통속적이지 않은 사태에서 이와 같이 통속적으로 장사꾼처럼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자는 자신이 평생 동안 정말 나쁜 책만 읽어왔다는 것을 드러낸다. 슈트라우스의 문체는 도처에서 나쁜 독서를 입증하고 있다.
- 아무도 그렇게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만약 그가 유명한 산문 작가라면, 더더욱 그렇게 써서는 안 된다.
- 언어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아서 자손에게 남기는 상속 재산이며, 신성하고, 귀중하고, 훼손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대하듯 언어에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나이 든 사람이라면 알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 당신들의 귀가 둔해졌다면, 질문하고 사전을 찾아보고 좋은 문법서를 사용하라.
- 그가 써놓은 것은 룸펜의 언어다. 이렇게 문체상으로 둔감한 사람이 신조어나 변형된 옛 단어들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닐 때. 자신이 마치 제바스티안 프랑크인 것처럼, “평준화하는 사회민주주의 의미(슈트라우스 고백서 279쪽)에 관하여 말할 때, 혹은 한스 작스의 표현법을 모방할 때, 그는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
- 슈트라우스는 닳아 떨어진 자신의 현대적 표현 한가운데서 이와 같은 고대의 헝겊 조각이 왜 그렇게 눈에 띄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런 표현법과 그런 헝겊 조각이 표절된 것임을 눈치 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복 수선공은 여기저기서 창조적이기도 해서, 새로운 낱말을 생각해내기도 한다.
- 무모한 언어 예술가여! 이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하는 것인가? 나는 여기서 어찌할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유비도 나에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림 형제도 이런 종류의 ‘인사’를 건네받고는 무덤처럼 침묵한다. 당신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로 끔찍한 무지로 인하여 다시 한번 전치사들을 혼동한 것이다. ‘표현하다aussprechen’를 ‘말을 걸다ansprechen’로 혼동하는 것은 상스러움의 낙인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것을 공공연하게 표현하다는 사실이 설령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 이미 말한 바와 같이 당신의 청각은 나쁘거나 이상하다.
- 얼마나 상습적으로 말라비틀어진 문체인가!
-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3격을 4격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오류이고, 모범적 산문 작가에게는 범죄가 된다.
- 이러한 동어 반복의 어처구니없는 불합리가 실제로 잉크병에서 종이 위로 숨어들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을 인쇄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겠는가? 교정할 때 그런 것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6판씩이나 교정하는데도!
“하나의 낯선 목소리가 말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 한 때 학자의 두건 아래, 독일인의 무거움과 변증법적 무뚝뚝함 아래, 심지어 바그너주의자들의 무례한 태도 속에 자신을 감추었던 신의 사도가 말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아직 이름이 없는 ‘낯선 욕구’를 가진 ‘어떤 정신’이 있었다.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이 하나의 물음표처럼 붙어 있는 물음들, 경험들, 비밀들로 충만한 기억이 있었다.
여기서는 신비하고 거의 바코스의 무녀 ‘마이데이스의 영혼’과 같은 어떤 것이 말했다. 이 영혼은 힘겹게 제멋대로, 스스로를 알릴 것인가 은폐할 것인가에 관해서도 거의 결정하지 못하고, 마치 외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떠듬거리다. 이 새로운 영혼은 노래했어야 했다. “
“말하지 말고! 내가 그때 말해야 했던 것을 과감하게 시인으로서 표현하지 못한 것은 얼마나 유감스러운가. 나는 아마 그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오늘날에도 이 분야에서 문헌 학자에게는 거의 모든 것이 발견되고 발굴되어야 하는 것으로 남아 있다! 발견되고 발굴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보다 여기 하나의 문제가 놓여 있다는 사실문의 문제, 즉 우리가 ‘무엇이 디오니소스적인가?’라는 물음에 대답할 수 없는 한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전혀 인식될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다는 사실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