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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농 후추 Apr 10. 2023

아이들은 선하다

한 명의 학생이라도 나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작년에 근무했던 초등학교에서는 이번년도에 더 이상 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2번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나는 각 면접에서 심하게 떨었고, 어쩌면 예상된 결과였다.


같이 일하던 동료 선생님들은 꼭 그 학교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교에서 또 일하게 되었다.

나도 작년에 열심히 근무했는데 나만 어쩌다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


오늘은 그래서 어떤 초등학교에 또 서류를 내러 갔다.


거기서 어떤 어린이들을 만났다.


첫 번째 만난 어린이에게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미안한데 혹시 교무실이 어딘줄 아니?"


아이가 대답했다.


"이쪽인 거 같은데.. 아니 저쪽으로 들어가셔서 문으로 나가시면요~ 그리고 이쪽으로 가시면 거기에 있어요"


설명이 어쩐지 복잡하고 어려웠지만 끝까지 나에게 길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의 모습이 참 예뻐서 고마웠다.


아이들은 역시 선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두 번째 만난 어린이에게도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분명 지금 수업시간일텐데 뭐라뭐라 나름 큰 소리로 중얼중얼 거리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진 않았지만 나는 인사를 했다.


"안녕"


하지만 아이는 계속 하던 말을 중얼거리며 그냥 지나쳤다.


병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 아이는 분명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아이임을 누구나 그 아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아이가 안쓰러웠다.


저 아이는 분명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그 세상에서 자기를 지키기위해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아이의 세상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정신장애나 ADHD에 대해 나쁘게 보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 전 자주 가던 카페에서 모르는 학부모님들이 이야기 하는 것을 우연히 듣고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어머님들이 아무래도 ADHD를 앓고 있는 한 학생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화가 난 것으로 보였는데..

아무래도 자기 아이들이 피해를 보니까 매우 화가 나신 것 같았다.


그래도 난 그 말이 참 아팠다.


"애새끼를 왜 그 엄마가 나돌게 놔둬"


나는 여기서 '애새끼'라는 말도 마음이 아팠으나, 그 ADHD로 추정되는 아이의 엄마의 입장을 잘은 모르지만 그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 놀이터에서 나도는 아이가 된 것 같아 그것도 마음이 아팠다.


학교폭력은 나쁘다.

하지만 그 아이의 마음도 읽어줘야 한다.


그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인데 '애새끼'라고 들을 의무는 없는 것이다.


선생님도 부모님도, 다른 학부모님들도 힘들겠지만 그 아이는 아직 어린이가 아닌가.


어른의 입장에서 어린이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여러 방면에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어쩐지 조금은 씁쓸한 날이었다.


그러나 나는 길이 다른 학교보다 복잡한 이 허름한 학교에서 꼭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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