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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딴짓 Aug 26. 2024

아무도 없는 좋은 아침

뷰리플

새벽에 감정을 걸러내지 않고  쏟아 놓은 아들 저격 글에 대한 응원 글을 보면서... 이토록 게으른 내가 스스로를 대변하는 일에는 어찌나 그리 발이 빠른지... 무안해집니다.  



아들 때문에 곧 죽을 듯 얘기하더니 오늘은 헤헤거리고 있는 이유는 비록 지각일지라도 아들이 학교를 갔기 때문입니다.

사실 의료 확인서를 제출하지 않는 미인정 지각은 지각이든 결석이든 감점 점수에 큰 차이가 없어요. 그렇더라도 혼자인 이 시간에 행복이란 단어를 만지작거립니다. 아무 일이 없어서 행복합니다. 학교에서 종일 버텨야 할 아들에 대한 생각은 치워버리겠습니다. 오늘은 카페로 도망가지 않고 주방에 앉아 오드리 헵번의 'Moon River'를 무한 재생하고 있습니다. 난잡한 탁자 위 물건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역시나 뭐가 많은 거실로의 시선은 외면합니다.



여전히 뭐가 할 게 많지만 모든 생각을 멈추려 애를 써봅니다.  이 순간이 절박하게 소중하기에 사수하며 가만히 있겠습니다.



두 시간 후면 작은 아들이 옵니다. 자신의 일상이 너무 심심하므로 엄마가 그 시간을 책임지라는 녀석.  큰 놈 아직 진행형인데 작은놈 빠싹 뒤따라 붙었네요.

뭐 두고 봅시다.



안타까운 뉴스가 많았던 지난주.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기를.

이번 한 주도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썼는데 정아버지가 전화를 하셨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노인 빈곤은 특정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척척 내 드릴 수 있는 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또다시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쪽 뻗고 미소를 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 트라우브의 고용 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 정말 이상하지!


그녀는 창턱에 몸을 기대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19호실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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