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구시가는 시 전체를 화덕에 넣었다 뺀 듯했다. 무엇 하나 검게 그을리지 않은 곳이 없고 산산조각난 접시를 하나하나 이어 붙인 듯 크고 작은 균열이 눈에 띄었다. 드레스덴은 2차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폭격을 전면으로 받았기 때문에 폐허에서 원래의 모습에 가까워지기까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했다.
거대한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복원된 교회 앞에 이전 이 교회의 일부였던 부분을 그대로 남겨둔 게 인상적이었다. 교회가 파괴됐을 때 드레스덴 시민들이 교회의 잔해를 잘 모아서 집에 보관해뒀다가 복원할 때 가져왔다고 한다. 회복을 잘하기 위해서 부서지고 무너진 순간 또한 기억해야 한다.
역사를 보면 독일은 가해자고 여기엔 동정의 여지가 없지만, 주말마다 방문했을 동네 성당의 잔해를 들고 집으로 향하던 드레스덴 시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면 복잡한 감정이 인다.
거뭇거뭇한 건물을 배경으로 개나리빛 트램이 사람들을 싣고 지나간다. 거리의 우편함도 트램과 같은 선명하고 따스한 노란빛이다. 파괴됐다가 복원된 것과 이제 막 생긴 것을 색만으로 구별할 수 있는 곳이 여기다.
엘베강이 보이는 펍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드레스덴 지역 맥주인 라데베르거Radeberger를 마시며 일기를 쓴다. 10월 중순이라 다소 쌀쌀해졌기 때문일까 밖엔 우리 둘 뿐이다. 아이어셰케Eierschecke라는 드레스덴 명물 케익도 함께 주문했다. 촉촉하고 아주 살짝 신맛이 감도는 달콤한 계란우유케익이다. 치즈가 들어가지 않았는데 응고되기 전 단계의 우유를 넣어 치즈케익 같은 맛이 난다. 뮌헨의 한 펍에서 맥주와 애플슈레들(사과케익)을 먹었던 기억이 났다.
직원에게 독일어로 주문하고 계산까지 하자 반려인이 자랑스러워했다. 한달 정도 여행했으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냐며 대수롭지 않은 척했다.
10월 25일, 드레스덴
일기는 브런치북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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