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가고 싶었던 곳, 드레스덴에 가는 날이다. 반려인에게 도이치반의 악명을 들어봤냐면서 실제로 겪으면 학을 뗀다고 오늘 그 경험을 할지도 모르니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 했다.
호텔 체크아웃 때마다 취소와 연착을 알리던 기차가 3분만 지연 후 바로 출발했다. 만날 지각하던 친구가 어인일로 정시에 나타나 모두에게 놀라움을 선사한 것이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다더니 그런 걸까, 도이치반의 악명은 다음에 알려주기로 한다.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서쪽에서 독일 여행을 시작한 동쪽으로 다시 간다. 그러고 보니 한 달 동안 프랑크푸르트만 벌써 세 번째, 과연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독일인에게 환승 플랫폼 위치를 알려줄만하다. 프랑크푸르트역엔 보자기를 쓰고 아이의 손을 잡은 채 구걸하는 집시 여성, 사람들이 먹다 떨어뜨린 음식을 찾아 쪼아 먹는 비둘기 등 모두 며칠 전과 그대로였다. 하나 이제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이런 풍경이 익숙해지니 근사한 프랑크푸르트 역사의 모습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도 물론 좋다.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책에서 손톱만한 크기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마주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듣기만 했던 그 나라 정보를 실제로 경험하고 체화하면 저변이 확대되고 정신이 풍요로워지는 듯하다. 하지만 두고 온 고향처럼 반복해 찾게 되는 곳도 있다. 한국 마산, 일본의 몇몇 소도시들, 태국의 치앙마이가 내게 그렇다. 예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난 러시아 쉐프는 메뉴판을 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인다. 근데 설령 같은 요리일지라도 어제와 오늘의 요리는 다르지 않냐고. 늘 비슷해 보여도 똑같은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같은 지역을 매해 간다고 하면 이미 본 걸 또 보는데 재미있냐고 묻는다. 매일 같은 건 없다. 매번 동일한 숙소에 묵어도 여전히 있는 것과 달라진 것이 보이고 그런 점은 나만 알아챌 수 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그 안에서 나만 발견하는 소소한 변화가 이 여행의 묘미이다.
드레스덴에 도착해 젬퍼 오페라하우스Semperoper에서 드레스덴 음대생들의 연주를 즐겼다. 대학생들이라 그런지 앳된 외모와 달리 뿜어져 나오는 열정은 그간 보아온 베를린필, 밤베르크필에 못지 않았다. 관객들은 연주자의 가족이나 친구가 많아 보였고 연주자 중에선 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7명 정도 되어 괜스레 친근감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하여서 원하는 곳에 다다르기를.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오늘의 연주가 어떤 이에게 하루를 정리하는 특별한 시간이자 드레스덴의 첫 걸음에 대한 박수처럼 들렸다고 말해주고 싶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크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주홍색 불빛이 차분히 내려앉은 드레스덴의 구시가를 사뿐히 걸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드레스덴이 퍽 좋아지려 한다.
10월 24일, 독일 드레스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