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서 렘브란트 그림을 보고 브라운 카페에 왔다. 주황색 조명과 나무로 된 가구가 특징이며 커피와 술을 판매하는 곳을 브라운 카페라 한다. 비바람을 피해 따뜻한 곳으로 들어오니 노곤해진다. 낮인데 이곳은 마치 겨울밤처럼 어둑했다. 술을 거하게 마신대도 불그레한 얼굴을 전혀 알아챌 수 없을 것 같다.
'카페 크리스'는 렘브란트가 생전에 자주 왔다고 한다. 가능한가 싶었으나 개장연도를 보니 17세기 초라 그럴 만도 하다.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렘브란트가 자주 왔다는 카페에 오다니. 예전에 겨울연가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 있을 때, 한 식당에 배용준이 앉았던 자리라고 써붙이고 거기서 사진도 찍게 해주던 서비스(?)가 생각났다.
단골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노래 부르겠다고 한다. 하나는 더치어로 하나는 영어로 하신다고, 노래는 암스테르담의 아름다움에 관한 내용이다. 여행 중 펍에서 어르신들을 많이 본다. 젊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도 어르신들과 물리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한국, 서울은 어떤가. 어르신들은 오지 말라고 써 붙이진 않더라도 무언의 가면 안 될 것 같은 방어막이 있다.
아무리 좋은 곳이라도 ‘노키즈존’이라고 써 놓으면 가지 않는다. 나 역시 조용하게 음식을 먹고 즐기고 싶지만, 이와는 별개로 매출에 도움 되지 않고 어린이라는 이유만으로 - 어린이는 시끄럽고 제어가 안 될 거라는 단정으로 - 사람을 차별해 받는 곳은 가고 싶지 않다. 아이가 뛰놀고 소리를 지른다면 그때 주의를 주고, 아이가 해당 장소에서 예절을 지키도록 알려주면 된다. 저출생 국가에서 아이는 낳으라고 하면서 정작 아이나 아이 보호자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제한하며 차별하는 게 웃기지 않은가. 돈이 되지 않으니, 그렇게 차별해도 된다고 생각하니 차별하는 거다.
미술관 관람 후 허기진 상황이라 네덜란드 전통 스넥인 비터발렌과 치즈스틱을 주문했다. 모두 함께 작은 공간에서 어깨를 조금씩 옹송그린 채 노래를 들었다.
저녁식사 후 두 번째 브라운 카페에 왔다. 이름은 cafe de tuin, 바텐더에게 물어보니 1980년에 오픈했다고 한다. 17세기 카페를 다녀와서 그런지 40년 넘게 했는데도 마냥 햇병아리처럼 느껴졌다. 크리스에 비해 정통적이진 않지만 대신 직원의 환대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좋다. 바 쪽에 앉았더니 바텐더가 내 노트를 보며 무슨 언어냐고 완전 작은 노트에 작은 글자라고 신기해했다. 혼자 와서 맥주를 마시는 현지인도 있고 오른쪽 더치맨은 왼쪽 여자에게 계속 작업 거는 중이다. 반려동물 동행이 가능한지 한 부부가 엄청 큰 리트리버를 데리고 들어왔다. 우리가 계속 강아지(크기는 개)를 바라보니 와서 만져보라고 해서 냉큼 쓰다듬었다. 개의 주인은 벨기에에서 여행 온 부부로 강아지 이름은 럭키다. 내가 얼마 전에 벨기에 여행 차 브뤼셀과 앤트워프에 있었다고 하니 여자분이 자기 고향이 앤트워프라며 반가워했다.
10월 31일, 암스테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