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믿고 의지하던 도이칠란트 티켓에 오늘 부로 안녕을 고한다. 쾰른을 마지막으로, 독일을 떠나이 여행의 종착지인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기차 안이다. 쾰른에선 드레스덴보다 암스테르담이 더 가깝다. 이러니 침략도 쉬웠던 거겠지.
브뤼셀을 짧게 여행하며 그새 내가 독일에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았다. 도이칠란트 티켓도 그중 하난데, 우리나라 ITX 같은 지역 열차를 이용할 때만 제외하고 한 달 동안 한 번도 티켓 검사를 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열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검표 시스템이 있는 반면에 독일은 그런 게 없다. 검표원이 불시에 보여 달라고 할 때 유효한 티켓이 없으면 문제가 되지만, 검사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러면 무임승차가 많아지고 정부나 교통관리국에서 적자가 생기지 않을까. 예전에 밤베르크에서 독일인 알렉스도 무임승차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그게 바로 독일이 원하던 바가 아닌가. 독일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대중교통을 활성화했고 사람들에게 대중교통을 많이 타라고 말로만 외치는 대신, 한 달에 49유로(한화 약 63,700원)만 내면 무한정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 9유로 무제한 대중교통 티켓으로 사람들이 지옥철을 경험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금액을 조정하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 티켓으로 인해 독일은 소기의 성과를 이루었다. 무임승차가 많아져도 사람들이 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궁극적으로 독일이 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에너지 소비는 줄고 환경은 개선되었으며 교통 혼잡도도 줄어들었다. 물론 이에 따른 재정 부담이나 교통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조정하기 위해서 정부도 예산을 책정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독일은 페트병에 든 음료를 사면 구입하는 이에게 반드시 알려준다. “너 이거 플라스틱이야. 네가 지불하는 금액 중 25센트는 바로 이 페트병 값이야. 이거 내기 싫으면 페트병 사지 말든가 돈 돌려받을 수 있으니까 꼭 재활용 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사는 행동에 메시지를 던지면서 앞으로 무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주지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숙자들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들추며 페트병을 골라내기에 그들은 여기서 도시 재활용 전문가로 활약한다.
암스테르담 역에 내리자마자 트램부터 티켓검사가 철저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도이칠란트 티켓을 책갈피로 꽂고 암스테르담 3일권 티켓을 구입했다.
10월 30일, 암스테르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