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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pr 16. 2024

고요에게

 행복의 조건 

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오늘은 4월 16일. 세월호 10주기입니다. 언젠가 예은이 아버님이 남긴 글을 되뇌어 보며 사는 내내 잊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무심코 잊혀지는 기억에 한없이 미안할 뿐입니다. 

 



"예은이는 어떤 딸이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예은이는…그냥 내 딸입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선생님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오늘 수업에서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지요. 우리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타인의 생각과 감정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점점 나를 잊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모른 채 타인의 행복에 나의 행복을 끼워 맞추느라 바쁘게 살아가지요. 

 

그러다 행복이라 여기던 대상이 사라지면, 우리는 괴로움에 사로잡힙니다. 나와 동일시했던 것이 사라지면 마치 그동안의 삶이 송두리째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러한 생각은 우울과 공허함, 불안과 두려움을 동반하고, 우리는 그 감정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게 돼요.

 

우울한 나, 공허한 나, 불안한 나, 두려운 나만 남은 삶은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요.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동굴은 막혀 있지 않습니다. 작은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바람이 불기도 합니다. 오늘 선생님들이 뽑은 타로카드의 이야기처럼 스스로 동굴 속에 머물고 있을 뿐, 동굴 밖으로 나가는 문은 늘 열려 있지요. 

 

내 행복의 대상은 내가 되어야 합니다. 나의 행복 없이는 타인의 행복도 있을 수 없어요. 어떠한 결과가 일어나려면 그에 맞는 조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누군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와 함께 있는 나를 먼저 돌봐야 합니다. 스스로 충분히 행복해지면, 비로소 나의 행복을 타인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요. 행복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일이니까요.

 

오늘 하루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여전히 괴로움 속에 있다고 느껴지신다면, 나를 먼저 돌봐 주세요. 나에게 어떤 위로의 말이 필요한지, 어떤 쉼이 필요한지 물어봐 주세요. 그리고는 오늘 내드린 ‘차 한 잔’의 과제를 스스로에게 선물해 주며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나를 온전히 느껴보세요. 괴로움 속에 갇혀 있는 나에게 천천히 다가가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주세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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