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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또 퇴사하다, N번째 프로 퇴사러의 하루일상

by 작가 정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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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 루틴을 이어가기 위해 기상은 오전 7시 50분에 하고 있다. 사실 원래 7시 40분에 하던 것이 10여분 늦어졌고, 최근엔 8시를 넘기고 있다. 더 이상 늦어지지 말자며 다짐하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하는 것은 샤워이다. 구석구석 씻고 나오면 8시 20분 무렵이 된다. 외출옷을 입고 엄마가 간단하게 차려준 밥을 먹는다. 가끔 과일만 먹고 출근하기도 한다. 양치까지 하고 나오면 대략 8시 40분. 그 시간에 출근하면 양호한 것이다.



퇴사 전 출근길과 비슷한 길을 밟는다. 집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버스 중앙차로가 나오고, 거기서 삼각지역까지 가는 버스를 아무거나 탄다. 버스에 탑승해선 여자친구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도착역까지 서서 가는 게 일상이고 가끔 자리에 앉기도 한다. 그래 봤자 세 정거장. 삼각지역에서 6호선 응암순환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간다. 보통 공덕역에 도착하면 9시가 조금 넘는다. 역시 혼자 일하는 게 좋은 이유는 출근 시간 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9시를 꼭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루틴을 지키기 위해 가급적 정각에 도착하려는데 잘 되지 않는다. 사무실은 마포역 근처에 있어서 역을 나와 또 10분 정도 걸어가야 한다. 그렇게 도착하면 9시 20분 정도 된다. 사물함에서 노트북을 가져오고 결명자 차를 한 잔 타오면 9시 반이다. 그때부터 나의 업무가 시작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뛰어든 지 어느덧 7년이 지났다. 그동안 4번의 퇴사와 2번의 프리랜서, 1번의 자영업을 했다. 4번 중 2번은 2년 계약 만료로 자연스레 끝나고, 나머지 2번은 내 발로 걸어 나왔다. 나는 지난 7년 동안 정직원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직장생활 내내 언제든 뛰쳐나갈 자세를 취하고 내 것을 준비했다. 가진 능력이 딱히 없어 그나마 있는 블로그에 올인하다 보니 3년간 강사 생활로, 2년간 마케팅 대행일로 돈을 벌었다. 그 결과, 여전히 나는 블로그밖에 하지 못하는, 정체된 사람이 돼 있었다. 그런 내가 추가된 능력 없이 연 수입 5,000만원 투잡 생활을 접고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이전처럼 블로그 강의와 마케팅 대행으로 밥벌이를 해야 했다. 부업으로 더없이 좋았던 일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여기서 어떤 것을 추가할 수 있을까. 밥벌이가 될 만한 게 있을까. 그런 고민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보통 오전 10시까지 26개 업체를 점검한다. 오늘 올라온 블로그 포스팅을 확인하고 다음 콘텐츠를 준비한다. 10시부턴 블로그 관리대행 홍보 포스팅을 작성하거나 유튜브 촬영 편집을 한다. 요일마다 스케줄이 정해져 있다. 11시 30분에 점심을 먹기 위해 사무실을 나선다. 열의 아홉은 근처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때운다. 식사 비용은 요즘 보기 어려운 7천원이다. 최근부터 살을 빼기 위해 점심을 종종 거르고 있다. 밥을 먹지 않은 날에도 정오쯤 산책을 크게 한 바퀴 돈다. 아파트 단지를 돌며 주민들의 일상을 엿본다. 30분 정도 산책하고 돌아와 양치하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오후 일과의 시작이다.



시기적으로 퇴사 시점이 좋지 못했다. 지난 연말부터 바짝 얼어 붙은 경기 상황은 쉽사리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미 관리해오던 업체도 허리띠를 졸여 매기 위해 대행을 해지할 조짐이 보였다. 이런 때엔 어떻게든 직장이란 참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았다. 하지만 그 현실은 퇴사하고 나니 피부로 와 닿았다. 일찍 깨달았다면 그 시기를 조금 늦췄을 것이다. 이제 와 후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



오후 업무를 개시하자마자 하는 것은 '네이버 플레이스 관리'이다. 퇴사 후부터 연구하고 공부하여 상품화 하였는데 그게 매달 30~40만원의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마케팅 성과도 곧잘 나고 있다. 월 100만원 이상 수익원이 되기까지 계속 연구할 생각이다. 현재도 10여개 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플레이스를 통해 업체를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장님들의 요청이 늘고 있다. 조금만 만져줘도 단기적인 마케팅 성과가 나고 있다. 오후 2시부턴 마케팅 포스팅을 쓴다. 블로그 마케팅 대행뿐 아니라 직접 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내 블로그에 업체 홍보글을 담는 방식이다. 통상 2시간 정도 소요된다. 4시가 되면 기분 전환할 겸 다시 산책을 나선다. 점심에 했던 것과 같은 코스이다. 일이 밀려 있는 때엔 거르기도 한다. 4시 반쯤 돌아와서 다음날 발행해야 하는 업체 원고를 점검하고 블로그 키워드와 포스팅 제목을 구성한다. 오전에 챙기지 못한 업체를 마저 챙기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어느덧 퇴근 30분 전이 된다. 출근은 점차 늦어지고 있어도 퇴근만큼은 정시에 한다.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2~30분 책을 읽는다. 최근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관련 책을 주로 읽는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시장을 주도하는 키워드가 보이지 않는다. 나 같이 홀로서기 하는 사람은 그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 트렌드를 주의깊게 살펴본다. 독서에 정신이 팔려 있어도 6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한다.



이번 퇴사를 망설이게 했던 가장 큰 요인은 3년 전 자영업 실패였다. 4년간 야심차게 준비했던 꿈의 책방을 7개월 만에 폐업하고 나서 나는 나를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규정지었다. 꿈과 현실은 다른 것이라 뼈저리게 느꼈다. 그런 내가 지난 2년간 직장인 투잡을 통해 큰 돈을 모으고 나서 또 다시 도전의 불씨를 지폈다. 이번만큼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전과 다른 것은 크게 2가지이다. 하나는 월세가 비싼 곳에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책방 할 땐 달마다 95만원을 냈더니 등골이 금방 휘었다. 부가세, 관리비까지 매달 이미 마이너스 110만원으로 시작하는 것이라 등을 한 번도 펴보지 못한 채 끝났다. 월세가 부담스러우면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지금은 공유오피스에 들어와 있는데 다달이 14만원밖에 내지 않는다. 인터넷에, 커피에, 회의실에, 화장실에, 기본적인 혜택을 다 누리면서 금액은 저렴하다. 이곳에선 최소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늦잠이다. 이전까지 직장 같은 강제성이 없으면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했다. 실제로 그것이 홀로서기의 가장 큰 우려점이었다. 책방 할 때도 자꾸 오픈 시간이 늦어져 하루종일 문을 닫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나는 나를 내버려두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변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리스크라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퇴사 후도 적잖이 걱정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 공유오피스를 직장처럼 인식해 비교적 제시간에 출근하고 있다. 일단 그 전과 두 가지가 다르니 여기서 성과만 내면 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퇴근하자마자 여자친구와 만난다. 장소는 제각각이다. 노량진, 용산, 마곡나루 등 그날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각자 퇴근하고 오면 저녁 7시 정도이다. 매일 사먹는 게 부담돼서 최근엔 집에서 해먹기도 한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꼭 술을 곁들인다. 수요일에는 평일의 루틴에 지쳐서, 금요일에는 한 주 동안 고생했다고 술잔을 나눈다. 주말에 술 마실 일이 생기면 금요일은 건너뛰기도 한다. 날이 좋을 땐 밥 먹고 꼭 산책을 하는데, 요 몇 달 날이 극도로 추워서 바로 카페로 찾아들어갔다. 카페에서 못 다한 하루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8시 반이다. 술을 마시지 않는 평일에는 보통 그때 헤어진다. 둘 다 잠이 많은 터라 늦어도 11시면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나는 한번 정해진 루틴을 꼭 지킨다. 그게 공고할수록 좋은 성과가 났다. 다행히 지난 4개월간 루틴을 지켜 생활했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부실하다 보니 그 틀을 자주 바꾸고 있다. 블로그 강의 스케줄을 늘렸다, 유튜브 촬영 편집을 늘렸다,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걸로 무게 추를 이동시켰다. 끊임없이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고정이 될 것이다. 지금 시기가 괴롭고 힘에 부치더라도 머지 않은 날에 되돌아보면 추수를 하기 위해 열심히 밭 갈았던 때로 날인될 것이다. 풍성한 수확을 하려면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치는 거니까.



-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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