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벌이가 직장인 투잡 때처럼 바로 좋아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봐야 한다고 점쳤다. 적어도 1년 후엔 투잡 때 벌던 만큼 온전히 벌 것이라 자신감 있게 외쳤다. 그 예측에 '수익 감소' 시나리오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퇴사 후 다섯 달 만에 40만원 적자를 맛봤다. 지난 한 달 동안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
지출이 이전과 별 차이 없던 게 컸다. 월 4~500만원 벌 땐 한 달 동안 250만원 쓰고도 250~300만원 저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익이 감소함에 따라 씀씀이를 줄여야 마땅함에도 크게 줄이지 못했다. 정기적인 구독 서비스를 해지하고 의류비를 20만원 이상 줄였지만 식비가 변동 없던 탓에 여전히 월 220~230만원 지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익 규모에 따른 유동적인 지출이다. 무조건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수익 대비 지출 비율을 정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월 지출은 무조건 200만원 밑으로 떨어져야 한다. 식비에서만 과감히 줄여도 15만원 이상 절약이 가능하다. 데이트 비용은 어쩔 수 없다 쳐도 개인 약속을 최소화 하거나 아예 가지지 않다시피 해야 한다.
기존에 나는 주변 사람을 만나면 벌이의 50%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년간 그렇게 해서 큰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월 4~500만원을 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벌이에 따라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수익 규모가 감소하니 그 비율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적으로 더이상 떨어지지 않는 지출 금액이 존재했다. 현재로선 그 마지노선이 200만원이다. 물론 먹는 것도 더 줄이고 허리띠를 졸여매면 그 이상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온종일 '돈, 돈' 거리게 될 것이다. 그런 현실적 한계도 모른 채 50%만 설파한 과거의 내가 부끄럽다.
원래 사업이란 게 들쑥날쑥 한 것이지만 전달보다 수익이 떨어지면 큰 위기감을 느낀다. 내 사업아이템이 부족한 것만 같아 추가적인 아이템을 모색한다. 지난달에도 많은 변화를 줬다. 3개의 유튜브 채널을 몇 달째 운영하다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부 중단했다. 그 대신 3년 전까지 꾸준히 수익 냈던 블로그 마케팅 강의를 재개하고, 직접 마케팅 해서 인센티브를 받는 아이디어를 실행했다. 현재 나는 후자에 역점을 두고 있다. 결국 돈벌이를 키우기 위해선 수익원을 늘려야 한다. 지금 블로그 마케팅 대행만으론 월 400만원 이상의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다. 현재 대행 형태는 블로그 포스팅 건당 비용을 지불 받고 그만큼 포스트를 올려드리는 것이다. 내가 마케팅을 해드림으로써 발생되는 수익은 당연히 나누지 않는다. 블로그 마케팅 대행은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하기 어렵고, 그것으로 대박 나더라도 그게 내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반면에 직접 마케팅은 무료로 마케팅을 해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솔깃하고, 내가 하는 것에 따라 큰 인센티브를 받을 가능성이 열리지만, 성과를 내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경우에 따라 한 푼도 벌지 못하는 헛수고에 그칠 수 있다. 그래서 착안한 게 내 블로그에 마케팅 포스팅을 태우는 방식이다. 설사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내 블로그 조회수와 누적 포스팅 개수를 늘려 블로그 지수라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렇게 블로그 파워가 커지면 나중에 마케팅 포스팅을 올려주는 것만으로 돈벌고 새로운 수익거리가 생긴다. 지금 내 명의의 새로운 블로그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익성이 생기기까지 최소 6개월을 바라보고 있다.
5~6년의 프리랜서, 부업 생활을 해봤을 때 먹히는 아이템의 성과는 바로 난다. 그게 크진 않더라도 어떻게든 반응이 온다. 물론 홍보가 부족하고 채널의 영향력이 덜해 즉각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이고 그 값이 합리적이라면 수익이 머지 않아 발생한다. 지금까지 나의 모든 아이템이 그랬다. 만약 과거엔 잘 되는 아이템이었는데 최근 잘 안 된다면 시류가 달라졌거나 경기 악화로 서비스 비용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잘 읽어야 살아남는다. 중요한 것은 '고객 수요'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라면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 트렌드를 잘 읽어 상품화를 잘 해내는 사람이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4가지 아이템 모두 확실한 수요는 존재한다. 그 시장의 크기가 작고 더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적은 것이 우려점이지만, 어쨌든 향후 5~10년간의 먹거리가 되어줄 수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이후는 어떻게 할 것이냐. 그건 그때 가봐서 생각할 문제이다. 세상 일이란 게 항상 유연히 흘러간다. 블로그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유튜브 운영 원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으로 일이 잘 풀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열정을 쏟아부었던 그 도전의 기록을 글로 남겨 유명 작가가 될지 모르는 일이다. 꾸준히 아이템을 개발하고 수익화 시켰던 이력으로 강의 활동에 뛰어들 수도 있다. 인생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10년 뒤의 먹거리를 고민하기 전에, 지금 이 현실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그것이 내가 4가지 아이템으로 꼭 수익을 내야 하는 이유이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정신이 흔들려도 역시 나의 중심을 다잡아주는 건 '루틴'이다. 일이 잘 풀리든 그렇지 않든 정해진 시간에 일하고 정해진 과업을 해야 한다. 그 근간이 흔들려 버리면 나의 존재는 송두리째 흔들릴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루틴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수익이 원하는 만큼 나지 않으면 나도 조급해진다. 루틴을 수차례 바꾸기도 하고 당장 수익이 될 거리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돈이 벌리지 않는다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럴 때일수록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가려보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세상이 흘러가는 방향을 파악해야 한다. 그게 수익 창출할 수 있는 본질적인 방법이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부러워하거나 탐하지 않는다. 그건 어차피 내게 없는 것이라 여긴다. 그걸 욕망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건 쓸데없는 짓이고, 본질과 동 떨어진 일이다. 내게 주어진 것을 꾸준히 하다 보면 그것에서 파생되어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다. 다른 능력과도 가까워지게 된다. 그렇게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을 늘려가야 자연스런 일이지, 무작정 내게 없는 것을 탐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그렇게 생각이 닿으면 내 안에 번졌던 조급함이 어느새 사그라진다.
다행히 3월 초부터 3개 업체가 신규 계약되면서 들뜬 시작을 하게 됐다. 한 달에 2~3개 업체만 신규 계약돼도 꾸준한 수익 상승이 가능해진다. 거기에 지금 하고 있는 네이버 플레이스 마케팅과 블로그 마케팅 강의 성과만 받쳐주면 직장인 투잡 때와 비슷한 벌이를 할 수 있게 된다. 퇴사한 지 아직 5개월밖에 되지 않아 수시로 사업아이템도 바뀌고 정착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 조만간 이 루틴을 완전히 고착화시켜 수익을 극대화 하고 싶다. 지난달 최근 몇 년간 닥쳤던 적 없는 최대 위기와 마주했으나 언제나 그랬듯 나의 가장 큰 무기인 꾸준함으로 지금 시기를 이겨낼 것이라 자신한다.
-25.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