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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Sep 25. 2022

카레는 왜 죄를 지었나?

고형 카레의 배신

카레가 우리를 배신했어!


뭐라고? 사람이면 사람이지 왜 카레를 보고 배신자라 할까? 얼마전 채식을 시작한 친구가 전화통을 붙들고 저에게 하소연을 합니다. 건강에 좋은 채식 카레를 만들겠다며 온갖 채소를 때려 넣은 뒤 사용하기 편한 고형카레를 넣었는데. 이게 왠 걸! 푸짐하게 한 그릇 먹고 난 뒤 발견한 제품 뒷면의 성분표!



거기엔 맛을 좋게 하는 비프분말치킨파우더, 유크림 등 동물성 성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건더기로 채소만 넣었더라 하더라도 이미 카레에서 동물성 성분이 섞여 들어간 셈이죠.



향신료 카레는 어때?


성분을 몰랐다면 거짓말! 식품을 살 때 원료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저로서는 이미 알고 있던 사실입니다. 맛을 따지자면 감칠맛 폭발하는 고형 카레가 으뜸이지만 얼마전 채식을 결심하고 부터는 향신료만으로 이뤄진 식물성 카레를 구입했죠.




비건이는 눈이 좋아야한다


하루 한 끼, 비건을 결심하고 나서는 눈에 불을 켜고 성분표를 더 열심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하루 한 끼 쯤은 그냥 넘어가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하루 한 끼라서 더 완벽한 비건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 일까요?


지구를 위해 제대로 된 채식을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삼시세끼 비건으로 지내시는 분들은 식재료 선택에 얼마나 더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진정한 비건의 시작은 식품성분표 분석부터! 라고 말해야될 것 같습니다.




카레 아니죠, 커리(CURRY)


인도의 대표적 요리, 커리(CURRY)가 강황을 주축으로 한 향신료의 집합인 건 확실합니다. 다만 향신료를 조합해 만든 외국산 커리를 보면 '비프 마살라', '치킨 반달루', '쉬림프 푸팟퐁커리' 등 이름만 봐도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커리들이 많습니다.


이런 제품엔 눈에 보이는 동물성 재료가 없더라도 소고기 육수 베이스, 치킨 스톡, 새우페이스트 같이 분말이나 육수 형태로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여러 제품으로 상품화 된 '그린 커리'는 이름만 보면 완전 비건 식품일 것 같지만 회사마다 성분이 달라 새우페이스트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채식을 영접한 후 알게 된 진정한 커리의 맛


채식을 결심하면서 구비해 놓은 향신료 커리. 그런데 이런 '커리'야 말로 기존에 우리가 먹던 '카레'와는 영 딴판의 맛입니다.



약간 한약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먹자마자 으잉? 내가 알던 맛이 아닌데? 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되죠. 하지만 곧 원조 '커리'의 묘한 맛에 중독되게 됩니다. 그동안 익숙한 맛으로 혀를 적셔왔던 카레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맛이죠.




채식이 입맛을 바꾼다.


인도나 태국의 향신료 커리는 원래 고기 잡내나 해산물의 비린내를 없애는데 제격입니다. 그래서 보통 쇠고기 마살라나 푸팟퐁 커리처럼 게, 새우를 넣고 만들어 먹는 게 일반적이죠. 하지만 채소만 넣는 다고 해서 맛이 덜해지진 않습니다.


오히려 원재료 본연의 맛을 더 즐길 수 있죠. 각종 향신료에서 올라오는 이국적인 커리의 향. 여기에 부드러운 코코넛밀크나 두유를 넣으면 훅 하고 올라오는 강한 향신료의 향을 더욱 더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태국산, 인도산 커리, 국산 비건카레가루 (광고아님)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초보자라면 이렇게 먹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외에도 버섯이나 토마토, 견과류를 넣어 먹는 것도 향신료 커리를 맛있게 즐기 수 있는 방법입니다.




속속 나오고 있는 비건 카레   


처음 채식을 시작하고 마트로 달려가 비건 카레를 찾기 위해 한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겨우겨우 태국산 비건 카레를 하나 건져오긴 했는데 그것이 제 향신료 카레의 시작점이었죠. 지금은 온라인 마트에서 '비건 카레'만 쳐도 수많은 상품들이 와다다 쏟아져 나옵니다.


외국산 커리를 비롯해서 올해부터는 국내 기업들에서도 비건 카레를 속속 출시하고 있죠. 발품 들이지 않아 편리하고 기존의 카레맛을 그대로 접할 수 있어서 좋지만 저는 향신료 카레도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친구야 너를 배신했던 카레가 비건으로 돌아왔더구나 (광고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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