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진정한 장사꾼이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와, 수준 있는 철학,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시적인 퍼포먼스를 곁들일 줄 알아야 한다.
이 삼박자가 갖춰졌을 때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린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진정성 있는 스토리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인생은 아무나 갖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뭐가 힘들었다고는 하나 '진짜' 앞에서는 명함도 못내민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힘겨운 인생들이 많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에게 버림 받았다거나, 부모가 없느니만 못한 존재였다거나, 맞고 살았다거나, 죽을 뻔 했다거나 등등.
스토리는 극단적일수록 좋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거나, 잘 살았다가 찢어지게 가난해졌거나, 머리가 너무 나빠서 전과목 수능 9등급을 받았다거나, 혹은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에 합격했으나 찢어지게 가난해 대학을 다니지 못했다 등의 내용이 있으면 좋다.
'있으면 좋다'는 말이지, 없다고 해서 가공해 만들면 안된다. 그건 기만이자 도둑질이다. 박경리의 소설 <도둑맞은 가난>를 보면 이런 캐릭터가 나온다. 부자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고생시키기 위해, 소위 말하는 인생 스토리 좀 만들어보기 위해 도금공장에 취업시킨다. 그리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주인공은 "부자들이 가난마저 도둑질한다"며 한탄한다.
그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거부한 가난을 내가 지금 얼마나 친근하게 동반하고 있나에 나는 뭉클하니 뜨거운 쾌감을 느꼈다.
- 박경리, <도둑맞은 가난>
위 사진 속 여자의 이름은 아사나 모리다.
예쁜 외모로 대형 사시미칼을 들고 자신의 몸보다 큰 참치를 해체하는 쇼를 보이고 있다.
유튜브도 있다. 구독자는 33만명.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0만명이다.
그녀는 일본 와세다대학을 졸업 후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와, 전자상거래 1위 기업 '라쿠텐 그룹'에 입사했다고 한다. 이름 있는 기업에 다니며 편안한 회사생활을 할 수 있었을텐데 2010년 사표를 낸다.
그녀의 부모님은 생선을 손질해 판매하는 식당을 운영했는데,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업을 잇기 위해 고향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 다니면서 쌓았던 스킬을 바탕으로 생선을 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고, SNS 채널을 만들었다.
직접 참치 해체쇼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사업을 키워나간다. 2곳이었던 가족의 생선가게는 여러곳으로 늘어났으며 현재 생선회 도시락가게, 버거 레스토랑까지 확장했다고 한다.
그녀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분석해보자.
(아사나 모리가 거짓말을 했거나 일부러 노렸다는 게 아니다. 성공요인이 너무 많아서, 좋은 사례로 분석해보기 위함이다.)
1. '가족'이라는 스토리
그녀는 유튜브 영상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생선을 잡게 된 이유에 대해 답한다. 가족이 오랫동안 해온 일이고,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 싶어서라고. 가족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가족의 업을 지키고 싶다고 말한다.
가족이란 키워드는 소비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나 다름 없다. '딸의 아토피 때문에 개발한 로션', '아들의 충치 때문에 만든 치약', '소화가 잘 안되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만든 이유식' 등등 가족을 위해 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도전을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가치가 기본적으로 숭고할 수밖에 없다.
2. 시선을 사로잡는 미모의 여성의 퍼포먼스
음식을 먹는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딱 한가지 있다. 신선한 재료 상태부터 일련의 요리 과정을 거쳐, 내 그릇 앞에 놓이는 과정을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김가네'는 유리 간판을 두고 밖에서 왔다갔다 하는 행인들이 김밥을 마는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취했다. 샌드위치 브랜드 '서브웨이'도 손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샌드위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라볼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믿음이 간다.
또한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도 있다. 파리도 못잡을 것 같은 갸냘픈 여성이 무시무시한 칼을 들고 참치를 쓱쓱 썰어가는 모습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익숙지 않은 광경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관심이 간다.
의외성이 중요하단 건 유명 유튜버들의 퍼포먼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유튜버 '쯔양'은 마른 몸으로 무지막지한 양의 음식을 먹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뷰티 크리에이터 '이사배'는 기상천외한 메이크업으로 그녀의 스타성을 입증했다.
이렇듯 예쁜 여자가 오마카세에 가서 회를 먹었다면, 아무런 놀라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실질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그 실력이 허접하지 않고,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인정할만하기에, 계속 이어나갈 수 있는거다.
3. SNS 플랫폼 활용하기
그녀는 자신의 퍼포먼스를 통해 실질적인 물건, 즉 생선을 판매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홍보하고, 콘텐츠에 링크를 걸어 온라인 거래가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일본에는 또 다양한 매니아 문화가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자신의 콘텐츠를 봐주는 팔로워들 중 수산물 덕후를 모아, 수산물에 대해 유료로 정보를 공유한다. 그러니 생선을 판매하는 사업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콘텐츠로 마켓팅을 하고, 교육사업도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
나 역시 여러가지로 고민 중이다. 작가라는 창백한 직업에서 나아가, 좀더 실질적인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는게 뭐가 있을지 머리를 짜내고 있다.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고, 내년 초에는 아마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말하면 뭔가 거창한데, 틱톡에서 챌린지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잘 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튼 세가지 기억하기. 진정성 있는 스토리, 실질적 퍼포먼스, SNS로 연결&연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