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들이어! 입학과 동시에 운동화 끈을 꽉 묶자!
초등학생이 되면 아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줄 알았다. 그때가 되면 나는 자유를 찾으리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초등학교에 가니, 내가 봐줘야 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 일은 준비물 목록을 보고 문구점으로 내달린 것이다. 이름 스티커 기계 앞에서 길고 긴 줄을 서서 스티커를 뽑은 뒤, 색연필과 사인펜마다 이름을 붙이고 필요한 노트를 샀는지 세 번 확인했다. 새 학년마다 담임 선생님의 요구 사항이 달라서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책상 정리 전용 미니 빗자루와 쓰레받기도 가져가야 한다. 책상 정리의 매력은 지우개 똥 만들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그걸 안 하나?
매일 알림장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 것도 기본! 사진을 인화해야 할 때도 있고 돌멩이를 주워가야 할 때도 있다. 나무이파리를 따 가야 할 때도 있으니 바쁘다, 바빠!
받아쓰기가 시작되자 더 바빠졌다. 발음하는 것과 한글 맞춤법이 왜 다른지 아이에게 설명해 주고 발음 나는 대로 불러줬더니 난리가 났다. 그렇다고 한 글자씩 떨어트려 불러주기엔 받아쓰기의 취지가 살아나지 않는 것 같다. 아~ 받아쓰기 연습은 정말 고통이다.
수학 익힘책을 잘 풀었는지 확인하고 복습시켜줘야 하는 것에서 나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교과서는 아주 쉬운 개념과 문제 풀이를 요하는데 EBS 만점왕은 그것보다 조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준다. 거기에 만점왕 플러스까지 풀면 욕심이 더 생긴다.
워낙 잘하길래 수학 잘하는 아이들이 푼다는 최상위 수학을 풀려봤다. 아이고, 내가 볼 땐 그리 좋은 문제가 아니다. 말장난을 해 놓고 아이들이 함정에 걸리는지 테스트하는 용도의 문제가 꽤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즐거워한다면 풀게 했을텐데, 우리 아이는 점점 수학을 싫어하기 시작했다. 내가 수학 학대범이 된 느낌이다. 그래서 중단.
연산연습은 정말 하기 싫어해서 겨우 붙잡고 매일 연습을 시킨다. 처음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받아 올림과 받아 내림을 하더니 어느새 잘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금니 꽉 깨문 세월이 1년이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아니다. 이건 그냥 잔잔한 일상인 것이다.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하고 오라 해서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가고, 썩은 이가 있으니 치과에 가서 재검진 후 서류를 내라고 해서 또 다녀오고, 왼쪽과 오른쪽 시력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안과에 가라고 해서 또다시 다녀왔다. 학부모 참관 수업도 참석해야 하고, 방과 후 교실 참관 수업도 가야 하고, 담임교사와의 상담일을 놓쳐서는 안 되고, 방과 후에 어떤 수업을 들을지 고민해야 하고 녹색어머니 봉사도 가야 하고 …….
와! 이거 뭐지? 이건 거의 직업 수준인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학습만화의 늪에서 빠진 아이를 구출해야 하고 친구랑 싸웠을 때 잘못했으면 어떻게 사과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돌봄 수업이 끝나면 어느 학원에서 아이를 픽업해 가는지 알려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미술대회에 출전하고 싶대서 아이의 그림을 받아 월요일마다 우체국에 간다. 한자 자격증은 갑자기 왜 딴다는 건지! 체험학습은 저학년 때 많이 쓰고 고학년으로 가면 학교 수업에 충실한 것이 좋다 해서 나갈 수 있으면 나갔다.
충격적 이게도, 아직 적지 못한 내용이 산더미다.
그렇게 저학년을 통과하다 보니 알게 됐다. 아! 저학년에 기반을 잘 다져놔야 고학년 때 스스로 할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엄마들이 직장에 다니다가도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그렇게도 많이 그만두는 거구나! (일찍 끝나는 것도 크지만, 저학년 때 손이 정말 많이 간다.)
어느 날 갑자기, 첫째가 고학년이 되고 둘째가 저학년의 한복판에 있는 이 시점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엔 이제 두 돌이 막 지난 셋째도 있기 때문이다. 셋째 키울 때 혹시 기억이 안 나면 들춰봐야지.
아이가 초등학교에 적응하는 동안 엄마도 열심히 적응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 인내의 과정을 거쳤다. 그 숨 막히는 기록을 매주 화요일, 금요일마다 공개해보고자 한다.
초등학생 키우기가 왜 이리 어렵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