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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Kneading?

by 루나
식빵 만드는 기계 넋 놓고 보는 중



쫄깃한 빵을 만들려면 단백질 함유가 커 글루텐을 더 잘 만들 수 있는 강력 밀가루을 쓰면서도 지방(버터나 식용유)이 적절히 들어가 무게감이 있고 무엇보다 씹으면 씹을 수록 입에 찰지게 씹히는 맛을 주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한참 반죽을 치대는 '니딩(kneading)'의 과정이 중요하다.





충청도 사람인 할머니가 하시는 공장의 구내 식당 안엔 늘 먹을 것이 풍부했지만 할머니가 시장에서 기름에 튀겨 설탕을 묻힌 도나츠(옛날식)나 꽈배기를 사오시거나 공장 근처에 있던 빵 공장 안에서 공장 문 닫을 때 쯤 떨이로 싸게 팔던 슈퍼에 납입되던 빵들을 비닐 봉지 한가득 사와 누구 눈치 보지 않고 맘껏 먹을 수 있을 때의 행복이란.

버터, 설탕, 밀가루, 우유의 환상적인 조합을 향한 내 사랑은 말 없이 내 청소년기를 살들로 채워줬었지. (ㅋ)

뭐,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캐나다에는, 아니 내가 사는 캐나다의 이 작은 동네에는 폭신하고 고소한 우유식빵을 파는 곳이 없다. (아니다, 한 한 두시간 운전하면 사러 나갈 순 있다.) 그래서 난 지금 우유식빵을 만드는 중이다.


내 주방엔 이 빵 만드는 기계보다 더 비싸거나 훨씬 많은 기능들을 해 낼 수 있는 다른 기계들이 많지만 이 기계만큼 이유도 없이 멍해져 그 과정을 지켜 보게 되는 기계는 없는 것 같다.


반죽이 사방으로 치대여 지는데 하나로 뭉쳐져 가는 과정은 말 없고 드라마 없는 드라마를 보는 과정이랄까.


반죽이 뭉쳐지는 모습을 넋 놓고 보다 문득 해안이 왔다.


'삶은 Kneading?'

우리의 삶은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치대고 문대는 그런 과정이 아니던가?




아무데나 다 삶을 갖다 붙이는 거 그만 해야겠다.


빵 냄새가 참 좋다.



제빵 기계로 구운 우유식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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