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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Amount of Cold

Think to myself, 2

by 루나



벌써,

2016년 4월 중순.




한국엔

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고 날리는데

캐나다는 아직,

아직은 겨울의 마지막 문턱을 넘고 있다.



이제는 봄인가, 싶었는데

지난 주말 내내 폭설이 내리고,

다음 월요일 아침 하늘도 거무죽죽,

게다가 바닥 얕게 안개까지 축축하게 끼어

'아직도 봄은 아닌가 보오' 하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상심하게 된다.



뭐랄까,

마치 당이 다 떨어진 당뇨환자가 사탕 하나가 너무너무 급할 때?

등이 간지러운데, 혼자 긁어야 하는데, 그 닿지 않는 중간에 한 부분이 참지 못하게 가려울 때?




초조하다.

나도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따뜻한 날씨, 그 기운,

고운 색깔의 꽃들, 연한 녹색이 주는 잔잔한 감동,

공기에 전해지는 겨울을 이기고 태어난 '봄'의 '희망'같은 에너지,

나도 느끼고 싶다, 봄,

왜 여기는 이렇게 늘 봄이 더디 오는 거야?


입이 왠지 마르고

눈썹 사이가 찡그려진다.








초등학교 1학년, 큰 애를 학교버스에 태워 학교에 보내려고 아침에 집을 나왔는데

큰 애가 호기롭게 주위를 둘러보고 아침 공기를 들여 마시더니 말한다.


"Mom, this is just right amount of cold. I like it."

-"엄마, 이건 적당한 양의 추움이야. 맘에 들어."




아이의 그 말이 머릿속에, 그 순간 속에 문신처럼 남는다.

A moment.








어렸을 땐 영원히 흐르는 것만 같이, 길게 느껴지던 1년이

이젠 마치 책 두어 장 넘기는 것처럼 빨리 흘러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루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혹은 공들이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아도 영원처럼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마,

길고 힘든 겨울 다 잘 참아내 놓고

꽃 몽우리가 벌어지기 전 며칠을 못 참는 것은

아마 우리 인간뿐일 거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인내는 나의 몫이다.





Right amount of cold,



아이의 표현력과 언어구사력, 보다 놀라운 것은 자신 역시 따뜻한 날씨를 기다리는 마음은 똑같지만 유연한 자세와 아직 남은 겨울의 횡포를 반갑게 받아들일 줄 아는 긍정의 마음이다.





그 순간을 만나기 전까지, 봄을 원하는 마음에 답답했던 마음의 창살이 열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순간을, 그 깨달음을 주게 한 아이에게 난 순수한 존경심이 생긴다.



아이들의 순수함을 난 사랑한다.


11287808_642532135886326_1819421137_n.jpg By iguanamouth in instagram





그래, 마음을 바꿔먹자.


젖은 안개 뒤의 잔디 어딘가로 선명하게 솟아오르는 빨간색, 노란색 튤립을 상상하고

이곳은 아쉽게도 벚꽃은 없지만, 하얀색 보라색 목련 나무들이 만개하는 상상을 하고

남의 집 담장에 분홍 물감을 촘촘히 잔뜩 뿌려놓은 것 같은 진달래나무를,


우중충한 회색 하늘 뒤로 상큼한 십 대 같은 맑고 푸른 하늘을 상상하고

그 하늘 밑으로 쏟아지는 온기를 받으며

마음속에 온갖 따뜻한 것들을 꺼내어 느끼는

'봄'을 상상하자.



그리고 그때가 마침내 올 때까지

적당히 추운 것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자.









And when finally spring comes,

you deserve every parts, every minutes of it.



12599251_479823622224331_63012365_n.jpg By Flowevver in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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