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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낭중지추, 내가 존버 할 수 있었던 이유

사직서를 내고 나오는 길, 알람이 울렸다. ‘운전면허 주행 시험날’이라고 써져 있었다. ‘그냥 가지 말까’도 생각했지만, 등록비가 아까워 꾸역꾸역 시험을 보러 갔다. 

시험장에 갔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내가 미쳤지 굳이 퇴사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아니야 그래도 내 꿈을 향해 가자’ 다양한 생각의 풍선들이 눈앞에 나타났다가 이내 없어지곤 했다. 도저히 운전면허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 시험에는 허무하기 떨어졌다. 도저히 맨 정신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퇴사는 그렇게 ‘멘붕’과 함께 시작했다. 


‘30살이 넘으면 어떻게 할래?, 이제 아무 곳에서도 안 받아줄 때가 곧 올 거야, 꿈보다는 안정이 중요하지 않겠어?’ 등 주변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듣고 때론 흔들릴 때도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다. 실제로 30살이 넘어가고, 언론고시 도전에 낙방할 때마다 나의 마음은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최종까지 가서도 아깝게 떨어질 때는 더욱 ‘멘붕’ 가속화되었다. 하루에 한숨도 못 자는 순간들이 늘어나고, 좋은 못한 컨디션으로 멍하니 하루를 보내기도 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낭중지추(中之錐)” 

누군가 나에게 ‘퇴사 후 찾아온 불안과 고통스러움을 어떻게 이겨냈나요?’라는 질문을 한다면, 나는 ‘낭중지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나만의 내공들이 ‘주머니 속 송곳’처럼, 가만히 있어도 반드시 뚫고 나와 눈에 띌 것이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당시 나에겐 그러한 믿음이 절박하게 필요했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는 위기의식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불안이 나를 덮칠 때마다 이를 악물고 ‘낭중지추’를 주문처럼 외웠다. ‘앞으로 나에게 단 한 번의 기회가 오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잡을 준비를 하자’라는 생각에 집중하고 노력했다. 


그때쯤 ‘내 삶은 X 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곤 했다. 하지만 역시나 이때도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다양한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고, 또 다른 기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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