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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우의성 Oct 29. 2022

신문 1면을 장식한 33살 신입사원 탄생기

30대 백수의 하루는 고통, 걱정, 기대가 한데 뒤섞인 그런 시간이었다. 시시각각 감정이 다양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면서 나를 옥죄어 왔다. 아침엔 희망찼다가, 점심엔 걱정이 밀려오다가, 밤이 되면 이내 고통이 몰려왔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또다시 후회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꿈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30살이 넘은 백수의 고통스러운 하루들은 번데기가 껍데기를 벗는 시간처럼, 성장통이라고 여기며 그렇게 버텨 나갔다. 

 

1년, 2년 손에 잡힐 듯, 닿을 듯 그렇게 꿈은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모래 마냥 잡히지 않았다. 때론 다 이루었다고 생각한 순간도 있었다. 그만큼 간절했던 꿈은 이룰 듯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갔다. 나는 3년간 철저하게 실패했던 것이다.

 

32살 백수에게 남은 것은 실패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그때 다시 두드린 일반 기업 취업의 문은 더욱 작게 쪼그라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에 비례해 내 마음도 쪼그라들어 갔다. 맨몸으로 눈이 쌓인 산을 묵묵히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발을 디딜 때마다 온몸이 시렸다. 하지만 이제 뒤돌아 갈 수도 없었기에 계속 걸어 앞으로 나가야만 했다. 온갖 추위를 이겨내면서.

 

그러는 와중에 어머니의 사업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읽을 때, 뒤에선 사업 자금에 대한 대화 내용이 들려왔다. 어느덧 신문을 읽는 것조차 사치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 손 안의 신문이 한없이 비싸게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상황에 떠밀려 무작정 취업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키워드로 정리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갔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일을 정리해도, 불안감은 쉬이 가시지 않았다. 취업 카페 자유게시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행동은 나의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대학 졸업 후 공백도 많은 나이 많은 지원자는 절대 취업할 수 없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글을 보면 볼수록 뭔가 코너에 몰린 느낌이었다. 그럴수록 잠을 잘 수 없었고, 다음날도 최선을 다할 수 없었다. ‘걱정의 악순환’에 빠져 버린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당당히 도전하자’

 

그럴 때일수록, 나만의 삶의 방식이 떠올랐다. 나는 마음을 다 잡았다. ‘그래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래도 내가 준비해 온 것들을 믿고 나아가자’

내가 살아온 이야기, 더 나이 지려고 했던 치열한 고민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멋진 회사를 만날 수 있었다.

 

“33살, 나는 그렇게 신입사원이 되었다”

 

박사학위를 받은 나이도 아니었고, 대학 졸업 후 4년의 시간이 흘렀을 시점이었다. 그런 나의 새로운 시작이 사람들에게는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몇몇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한 신문사에선 1면 메인 기사로 나의 이야기를 다뤘다. 스스로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신문을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시간이 흐른 후, 3년간의 처절한 실패들이 떠올랐다. 사방이 막힌 독방에 갇힌 그 느낌들이 어제처럼 생생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반문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새로운 시작을 했을까?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도 나는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나의 대답은 ‘YES’였다. 역시나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스스로 선택한 삶에 후회는 없다. 지독한 실패였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만약 실패가 두려워 그저 그런 삶을 살았다면 나는 더 큰 후회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고민하고 반문하며 천천히 앞으로 나가가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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