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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Apr 01. 2024

[미디어 Q] 기자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아웃스탠딩 이성봉 기자

[미디어 Q]는 홍보 담당자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관계인 언론사 기자를 만나 슬기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친절한 마녀의 B2B 마케팅] 매거진 속 코너입니다.  주로 IT 기자를 만나지만 가끔 그 범위를 벗어날 때도 있습니다.  미디어 지형과 환경, 평소 기자에게 궁금했던 내용들을 질문하고, 홍보 담당자가 언론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전하기도 합니다.   이를 통해 기자와 홍보 담당자가 서로의 환경을 보다 더 잘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여섯 번째.  진심은 통한다  


오랜만에 기자를 만났습니다.  오랫동안 기자를 만나고 업을 소개하는 일을 하며 젊은 날을 보낸지라 아직 그 인연이 이어져 만남을 지속하는 소중한 인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오랜 인연은 아니지만 소셜미디어 상에서 보아온 페이스북 친구 '기자'를 만났습니다.


최근 스타트업 홍보 상황과 업계 현황이 어떤지 궁금했던 터라, 평소 관심 있게 게시물을 보던 아웃스탠딩의 이성봉 기자에게 인터뷰를 제안했습니다.  원래 알던 기자는 아니었지만, 소셜미디어 상의 연결이 그래도 연이 되어 언젠가는 만나게 되지 않을까 막연히 기대하고 있었던 기자였습니다.


어떻게 친절한 마녀의 '미디어 Q' 인터뷰를 요청할까 시간을 들여 고민했습니다.  메시지를 읽을까, 혹시 읽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며 두근대는 마음으로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냈는데요.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반갑게 화답을 해주었습니다.  뜻밖의 화답에 만남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더랬지요.


조심스레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던 그와 약속을 하고 대화를 마쳤습니다.  자신이 할 이야기가 있을지 수줍은 듯 겸손한 듯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질문에 미소가 지어지며 약속일이 기다려졌습니다.  그리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창업자의 철학과 태도,
기업과 사람의 관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 이성봉 기자 소개글, 아웃스탠딩



진심 어린 호기심


Q.  '아웃스탠딩' 기자라는 사실 외에 사람 '이성봉'을 소개한다면?

-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어요.  글, 그림, 운동을 열심히 합니다.  운동 같은 경우에는 몸을 만들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씬(scene)에서 글로 생각을 전하는 동시에 또 제가 가진 역량들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계속 드러내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그림 실력이 상당하던데요.

Q. 그림을 배운 건지?

- 배운 적은 없는데, 아주 어릴 적부터, 그러니까 유치원 다니던 시절부터 그림만 그렸어요.  하도 그림만 그리니까 부모님께서 미술 학원을 보내주셨는데, 잘 안 맞더라고요.  어린 마음에도 제가 그리고 싶은 것들이 있고, 또 자유롭게 그리고 싶은데, 그리라는 것만 그려야 하니까 싫더군요.  아마도 틀에 가두는 것이 싫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왜 틀에 가두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그림 실력도 좋고, 브런치스토리(https://brunch.co.kr/@backkoo)에 영화나 드라마 리뷰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콘텐츠들을 활용해 뭔가 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그림은 네이버 웹툰에 올려본 적이 있습니다.  인기는 없었어요. 이제는 너무 오래돼서 저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하하. 탄탄한 스토리 구성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실력이 더 쌓이면 정보전달용 지식콘텐츠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또, 추리소설이나 범죄물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요.



Q.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다면?

-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드라마 시리즈하고 '나의 아저씨', 그리고 '라라랜드'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운동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모습도 꾸준히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 네, 소통 채널로 소셜미디어를 하고 있는데 기사 외에 다른 기자들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뭐가 있을까 생각해 보니, 운동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은 없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운동에 대해 올리고 있습니다.  가끔, 어떻게 몸을 만들고 운동을 해야 하는지 문의를 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열심히 알려드리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와우(wow), 요즘 말로 올라운더(all-rounder),  다재다능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시네요! 앞으로 다양한 콘테츠물에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이성봉 기자의 스케치 작품들



Q.  기자가 된 계기는?

- 제 전공이 교정보호학과인데, '그것이 알고 싶다'란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방송 촬영을 자주 왔었어요.   그때 방송의 매력에 빠져 방송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PD 준비를 했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그러던 와중에 2017년, 한 언론 매체에서 우연한 기회에 '대선 토론회'를 리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회를 계기로 해당 매체의 제안을 받고 정규 기자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PD가 되고 싶었지만, 글이든 만화든 영상이든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는 내용이 중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용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지요.  입사 당시 제가 브런치에 영화 리뷰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글들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아 연예뉴스 쪽에서 영화·연예를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쳐 현재 소속인 아웃스탠딩으로 오게 되었죠.



Q.  연예 분야는 재미있었을 것 같고, '언론중재위원회'도 안정적인 곳이었을 것 같은데, 이직한 이유가 있다면?

- 디지털 환경에서 많은 매체가 그렇겠지만, 연예 분야 매체에서는 특히 '조회수'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독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전달해 조회수가 오르면 좋은 일입니다만, 조회수 비중이 큰 구조에서 기사를 작성하는 데 제 나름의 한계나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조회수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델은 없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또 마침 제 조카가 태어났었는데, 조카가 커서 삼촌이 어떤 기자인지 궁금해한다면, 기자로써 뭔가 더 자랑스러운 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차에 언론중재위원회에 기회가 닿아 이직을 했어요.  안정성을 따지면 그곳에 있었어야 했는데,  기자로써 좀 더 잘해보고 싶은 생각과 새로운 언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곳을 찾아보게 되었죠.  그때 유료 구독 모델을 가지고 독자와 만나고 있는 아웃스탠딩을 알게 되었고 바로 입사지원을 했더랬죠.  참고로 제가 아웃스탠딩에 3번이나 지원해서 합격했어요. 마지막 지원 때는 면접을 두 번이나 봤고요. 하하하. 꼭 오고 싶었던 매체라 굴하지 않고 계속 지원하게 되더라고요. 하하하.



어머나, 우여곡절이 있으셨군요.  3번이나 한 매체에 지원하다니, 이전삼기(二顚三起)였네요. 하하하. 열정과 끈기가 대단하셨네요.  


Q. 대표님과 그 당시 왜 두 번이나 낙방시켰는지 얘기해 본 적이 있나요?

-  대표님과 자주 대화를 하는데요.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 하하하.  가끔 그때 면접을 두 번 본 얘기는 했습니다만, 그 질문을 해볼 생각은 못했네요. 하하하.  대신에 비즈니스 모델이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관심사이고, 또 대표님과 터놓고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고 감사한 부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Q. 구성원으로서 또 기자로써  아웃스탠딩에서의 비전이 있다면?

- 개인적으로 언론사의 수익모델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봅니다.  조회수·광고 수익모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나 제한적인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아웃스탠딩은 유료 구독 모델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하는 매체입니다.  광고와 광고가 아닌 콘텐츠도 명확히 구별하고 있고,  독자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해서 그에 상응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지요.  이에 맞춰 저 역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의미한 콘텐츠를 만들고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대표님이 들으면 좋아하시겠는걸요?! 하하하.  여기 혹시 대표님이 와 계시는 건 아니지요? 하하하.



Q. 유의미한 콘텐츠와 기사에 있어 성공적 사례나 혹은 제안했던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  처음에 기사 형식이나 문체에 대해 대표님과 생각이 달라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어요.  저는 조금 더 부드럽고 친근한 문체를 쓰고, 인터뷰에 있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질문을 시도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대표님에게 화장품이란?' '대표님에게 반품이란?' '대표님에게 설거지란?' 등 해당 영위 사업의 아이템에 대해 그 의미를 질문하는 겁니다.  이와 같은 질문을 하면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이나 비즈니스 철학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고 새로운 형식의 대답을 들을 수 있어 선호를 합니다.  지금은 대표님께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계셔서 편안하게 제 스타일을 살려 기사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Q. 스타트업 취재를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취재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있다면?

- 아웃스탠딩 기자 소개란에도 써놨는데, 관계와 생각에 관심이 많습니다.  대표와 스타트업의 관계, 그 관계를 둘러싼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직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대표의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런 면에서 대표가 외부에 생각을 많이 드러내는 스타트업에 관심을 많이 가집니다.  비즈니스 모델만 접근하면 한 기업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잘 안 된다고 느끼는데,  외부에 자신 있게 드러낼 정도로 아주 확고한 비전이 있을 때 그  기업의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스타트업 취재를 오래 하다 보면  '이 기업 잘 될 것 같다'는 촉이 오는 기업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촉이 맞는 기업도 있을 테고, 또 정반대인 기업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네, 그런 경우들이 있습니다.  우선, '뽀득'이라는 설거지 기업이 떠오릅니다.  대표님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결같이 비즈니스를 잘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위기 때에도 꾸준히 투자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업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면서도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이사 인터뷰를 초창기 때도 하고 최근에도 했는데, 비즈니스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 시절, 기숙사에서 '누가 설거지를 대신해 주면 안 되나?' '설거지 서비스를 해주는 곳은 없나?'라는 페인포인트(pain point)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가지고 설거지 유료 서비스를 제공해 보고, 개인 서비스로는 수익 구조가 안 맞겠다고 판단하여 대형 식당으로 목표 고객을 변경하고, 또 거기서 개선점을 파악해 인건비 해결을 위한 설거지 기계를 개발하고, 또 기계 설거지의 문제점 개선을 위해 표준화된 식기 세트를 개발하고,  학교, 어린이집, 병원 등의 고객 환경을 고려한 친환경 세제 개발까지.  시장 환경에 적응하면서 끊임없이 개선점을 찾아 보완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면서 '설거지 표준화'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뽀득'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Q. 반대 사례로는?

- 역시 두 번이나 대표이사 인터뷰를 하면서 좋은 인상을 받았던 한 물류 비즈니스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비즈니스 인프라 구조도 영리하게 잘 짰다고 생각했고, 코로나 시기 때 투자도 받았고, 뛰어난 인재들도 많았기에 상당히 눈여겨보게 되었었죠.  그런데 코로나 위기가 끝나면서 시장 환경이 바뀌고,  더불어 투자금이 마르면서 기업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스타트업이 규모를 이룰 때까지는 투자금 없이 단기에 흑자 구조 전환이 어렵기에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당시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이 많이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라 더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몇 번 방송에서 그 당시 스타트업이 위기를 맞았던 구조에 대해 분석하고 설명할 기회가 있었는데, 방송을 보신 많은 대표님들께서 위안이 되었다고 피드백을 주시더군요.  비즈니스에 문제가 있고, 시장 환경에 대응을 못한 기업들도 있었지만, 투자 환경상 문제가 있어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도 분명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짚어주고 설명을 해야 정말 좋은 철학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기업이 다시 힘을 내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취재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 계속 성장해 나가길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여러 이유로 좌초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어려움에 처했던 스타트업들을 대신해 이면의 상황이나 입장까지 설명을 해주니 스타트업에서도 이 기자님의 진심이 느껴져 긍정적인 감정이 생겼을 것 같고요,  앞으로도 스타트업을 아끼고 응원하는 이 기자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질 것 같습니다.  

- 네, 감사합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일어서고 성장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하며 응원하고 있습니다.  또 취재로 만나기는 했지만, 사업의 성패와 상관없이 좋은 기업, 좋은 분들과 계속 소통하며 지내고 있고 계속해서 노력할 겁니다.



저도 스타트업 멘토링을 하다 보니, 스타트업 응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과 서로 성장을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발전하는 관계를 이어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Q.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스타트업 취재 기사가 있다면?

- 한 신선식품 이커머스 스타트업 기사입니다.  해당 업체 취재 후 기사 작성 시기에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케팅 차원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취재 후의 일이라 고민을 했는데, 일단 취재한 내용을 기반으로 하여 적은 분량이기는 했지만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면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욕을 먹었죠. 하하하.  사실, 기자가 되고 욕을 먹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욕 자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논리적인 비판, 특히 돈을 내고 기사를 보는 독자들께서 논리적으로 비판을 하니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제 민낯이 드러나는 느낌이었지요.  독자가 원하는 것을 제가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숨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어요.  오히려 독자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하려 했어요. 그래서 그다음 기사에서 독자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아프지만 맞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소셜 미디어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도 독자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인데, 채널을 더 늘려서 기사도 더 공유하고 더 들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바르게 하려는 노력에다 꺾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까지 가지고 있으시네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자세는 제가 본받아야 할 점인 것 같습니다.  저는 욕도 비판도 무섭습니다. 하하하.

- 저도 잘한다기보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PD를 꿈꾸다 '어쩌다 기자'가 되었지만, 이제는 진짜 기자가 되어가고 있으신 게 아닌가 싶은데요.

Q. 기자가 되길 잘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면?

-  작은 기업들을 만나니까 기사 하나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낍니다.  전 제 일을 한 것뿐인데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보람이 큽니다.  기업의 비전이 글로 잘 정리된 것 같다, 채용에 도움을 받았다, 투자 유치에 도움을 받았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으면 제가 스타트업 기자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스타트업이 눈여겨봐야 할 업계 트렌드가 있다면?

- AI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AI를 직접적으로 개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이커머스든 채용 스타트업이든 자사의 비즈니스에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AI는 플랫폼 같은 기술이라고 보는데, 각 기업에서 활용 방안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Q. 스타트업씬(scene)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사회구조나 경제를 바꾸기도 하고, 전통 기업을 흔들기도 하는 곳이 스타트업입니다.  비록 지금은 힘든 시기를 지나는 중이지만,  같이 힘내자, 조금만 더 버텨주십사,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간혹 숨어 계시는 분들도 있는데,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힘들수록 밖으로 나와서 주변과 소통하시면서 이 시기를 함께 버텨주시길 바랍니다.



스타트업에 깊은 애정이 느껴집니다.  



슬기로운 관계의 기술



Q. 취재를 하려면 홍보 담당자나 취재원과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일 텐데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 특별히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뭔가를 하는 건 없어요. 다만,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은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기자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기자와 소통할수록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게, 협업하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합니다.   취재원이나 홍보담당자에게 연락할 때 취재 취지와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많이 하는 편입니다.  취지가 안 맞아 기사가 나가지 않기를 바라면,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취지가 안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다른 아이템으로 접근하면서 소통을 하죠.  많은 것들을 오픈할수록 대화가 잘된다고 생각합니다.



Q. 취재 요청에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겠습니다?

- 그럼요.  거절당하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하하.  취재하려는 기사 자체가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거라 생각하여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야기를 안 해주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이 묻는데요,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고, 취재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곤 우회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신사업에 대해 취재하려고 하는데, 그 신사업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업체에서는 이야기하기를 꺼려합니다.  다른 매체의 기사에서 그냥 그 신사업이 안된다고만 했다면, 저는 그 신사업이 정확하게 뭐고,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유사 케이스를 취재해 봅니다.  그리고 유사 케이스를 통해 그 신사업 모델에 대해 우회적으로 접근해 봅니다.



Q. 스타트업 홍보 담당자가 언론 기자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팁이 있다면?

- 작은 기업에서는 담당자가 '우리 같은 작은 회사를 만나줄까?'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제 기사를 잘 읽어주고 어떤 기사가 좋았다는 피드백을 주는 분이 있다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기사를 좋게 봐주는 사람인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죠.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특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차별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면 충분히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작다고 움츠려 들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가 좋은 기업을 놓칠까 봐 더 걱정입니다. 하하하.  


대기업은 깊이를 파는데 종종 한계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더 많은 걸 이야기할 수 있어 좋습니다.  더 많이 만나면서 그다음은 무엇을 이야기할지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협업이 아닐까 합니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주니어 기자를 만날 때 연차가 낮다고 무시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제가 저연차일 때 술을 좋아하는 한 기업의 홍보담당자께서 점심 식사 자리에서 마음대로 술을 시키면서 어른이 아이한테 가르치듯 이야기를 하시는데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괜찮은 기업이었는데, 담당자와의 첫 만남 이미지로 기업까지 안 좋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 나이나 연차를 떠나 업무든 사람 관계든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법인데... 안타깝네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으니 이해해 주시고, 우리 홍보담당자들이 더 주의를 하면 좋겠습니다.



Q. 홍보담당자에게 부탁, 아니면 응원의 말을 한다면?

- 응원을 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기사를 완성하는 것이 제 임무이고 그 과정에서 홍보담당자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저는 늘 빚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이시니 언제든 편하게 연락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취재한 기사에 있어 잘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혹시라도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당황하지 마시고 연락을 주시면 이야기를 잘 듣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언론중재위원회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 보니 반론을 받았느냐를 중요하게 봅니다.  그러니 편하게 연락해 이야기를 해주시면 된다고 얘기드리고 싶습니다.



Q. 취재 시 선호하는 아이템이 있다면?

-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재무 상태가 개선이 되었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소식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Q.  요즘 머릿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고민이나 생각이 있다면?

- 회사에 대한 것이라면, 언론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아웃스탠딩도 계속 실험 중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의 비즈니스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일하는 방식, 이들로 어떻게 규모를 키울 수 있을까 등. 아, 참고로 저는 다른 어떤 회사를 다녔어도 이런 생각을 했을 겁니다. 하하하.



얘기 안 했으면 오해할 뻔했습니다. 하하하.  아웃스탠딩에 너무 충성도 높은 거 아니냐고요. 하하하

개인적으로는?

- 근성장을 꿈꿉니다. 하하하.  하루하루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원대한 목표면 힘들 텐데, 그날그날에 단백질 섭취라든지 '스쿼트(squat)' 운동이라든지, 목표에 맞게 달성하면서 근성장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헬스맨이십니다. 하하하.  몸과 마음이 건강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만족에 머무를 수 있는 순간에도 뒤에 숨을 수 있는 순간에조차도 깊이 생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려는 태도가 지금 하는 일에서 큰 기쁨을 얻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에서 성장을 추구하고 그 일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거기에 더해 그 일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이미 누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달리기 시작하고 한동안은 그다지 긴 거리를 달릴 수는 없었다.  20분이나 기껏해야 30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도 헉헉 하면서 숨이 차버리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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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계속해서 달리는 사이에 달리는 것을 몸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에 따라 거리도 조금씩 늘어갔다.  폼 같은 것도 갖춰지고 호흡의 리듬도 안정되고 맥박도 차분해져 갔다.  스피드나 거리는 개의치 않고 되도록 쉬지 않고 매일 달리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그렇게 달린다는 행위가 하루 세끼 식사나 수면이나 집안일이나 쓰는 일과 같이 생활 사이클 속에 흡수되어 갔다.  


- 무라카미 하루키,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지난해 만화가이자 방송인인 '기안84'가 지쳐 쓰러졌던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많은 팬들과 동료 연예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었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몸을 만들어 가며 42.195km를 완주한 그의 도전과 끈기에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고 시작이었던 때가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과 시작은 떨리고 힘이 들기 마련이죠.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덧 안정을 찾고 목표한 곳까지 완주도 하게 됩니다.   세상의 이치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에 가려한 길을 잊지 않고, 깊이 생각하며 멈추지 않는다면, 달리는 사이에 제대로 달릴 수 있는 호흡과 리듬, 폼이 만들어져 진짜 달리기 선수가 되어 있는 것.  이성봉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좌충우돌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기자로써 달려오는 사이 어느덧 진짜 기자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종이나 취재 욕심보다 사람과 관계를 진심으로 더 먼저 두고, 깊이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진짜 기자 말입니다.   적어도 기자로써 익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그를 보며 훗날 조카가 커서 삼촌에게 어떤 기자인지를 묻는다면, 자랑스럽게 자신이 어떤 기자인지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가 진짜 그런 기자가 되길 응원합니다.  그래서 그의 진심이 닿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또 '기자를 말할 때 마녀가 말하고 싶은 기자의 이야기'로 꼭 이성봉 기자를 말하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대감 백 스푼 얹어서 말입니다.

이상 친절한 마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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