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참 좋아! '잡채'

by 도시락 한방현숙
너를 보면 난 왜 행복할까?

요리보고 조리 봐도 딱 떨어지지 않는다. 난 왜 ‘잡채’를 보면 행복할까? 도대체 이 ‘생명’이 뭐라고 얘만 보면 눈이 하트 눈이 될까?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이들이야 대번에 내 마음을 이해하겠지만, 아닌 이들은 도무지 수긍이 가지 않는 대목일 것이다. 행복감에 젖어 있는 나조차 선명한 이유를 콕 찾아내기 쉽지 않으니…….

사랑의 묘약으로 불리는 호르몬 ‘옥시토신’이 반려견을 바라보고 있을 때도 나온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신생아를 바라보며 세상 행복한 기분에 젖을 때도 이 호르몬이 나온다니 반려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저 짐작될 뿐이다.

9 개월

어느덧 ‘잡채’와 생활한 지 9 개월이 다 되어가고 있다. 1년도 모자란 짧은 시간이건만 ‘잡채’의 존재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우리 식구는 모두 귀가할 때마다 설렌다. ‘잡채’는 단 한 번도 우리를 시큰둥하게 맞이한 적이 없다. 언제나 세상 처음 만나는 듯, 아주 오랜만에 상봉하는 듯 열렬히, 격렬하게 우리를 반긴다.

어쩜 개란 동물은 이리도 인간을 좋아하고 따를 수 있을까?

따라쟁이 ‘잡채’라 부르고 껌딱지 ‘잡채’라 이름 짓는다. 무심히 샤워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온 순간 한참 동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잡채’를 발견하노라면 난 잠시라도 잊었는데 ‘잡채’는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단 사실에 마음이 심쿵한다. 설거지라도 하려 하면 어느새 발밑에서 따스한 체온으로 내 발을 덮고 있는 ‘잡채’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식탁 밑에, 베란다에, 소파 아래, 침대 옆에, 화장대 밑에, TV 아래……. 내가 움직이는 곳곳마다 ‘잡채’는 뭐가 그리 바쁜지 늘 총총거리며 내 그림자가 되어 준다.

내가 이렇게 반려견과 또 다른 인생을 살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마 나는 과거 그 시절을……. 아이들이 오물조물, 귀여움과 순수함 자체로 내 안에 폭 안겨 있을 때를……. 오로지 내 우주 안에서 내가 전부임을 웃음과 울음으로만 드러낼 때를……. 그 햇살 같던 봄날을 다시 느끼고 싶은 건 아닐까?
아기 '잡채'와 놀다.
‘잡채’는 순수한 아기이다.

거짓 없이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며 날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표현을 한다.

아침에 출근할 때 물론 우울한 얼굴이지만 보채지 않는다. 산책할 양이면 겅중겅중 뛰며 고맙다고 인사한다.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면 살포시 옆에 와 조용히 엎드린다. 눈을 마주치고 웃으면 그때 장난감을 물고 와 놀자고 한다. 내가 춤을 추면 자기도 따라 춤추며 몸을 바쁘게 움직인다.
‘잡채’로 인해 많이 즐겁고, 많이 웃고, 많이 움직인다.

이제는 산책 후 제 발로 화장실을 향해 직행한다. 화장실 욕조에 들어가 네 발을 닦을 줄 안다. 그러니까 돌아가며 발을 하나씩 들어 올리겠지. 어서 내가 비누거품을 닦아내고, 야무지게 물기까지 닦아내기를 지그시 기다려 준다.

어제는 ‘잡채’와 숨바꼭질 놀이를 하였다. 공을 잡으러 부리나케 달려갔다 돌아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찾을 줄 안다. 공을 앙증맞게 입에 문 채 이곳저곳 기웃거려야, 문 뒤 숨은 사람이 침을 꼴깍거리게 만들어 봐야 진정 술래가 될 수 있음을 ‘잡채’는 안다.

50대 인간과 10개월짜리 강아지가 서로 이렇게 놀고 있다.

털 날리고, 냄새나고, 몸은 시중드느라 고달픈데 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참 모를 일이다. '잡채'는 도대체 나에게 무엇을 주는 걸까?

그 순진한 검은 눈망울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 미소가 어디서라도 생기니 참 희한할 따름이다.

목욕 '잡채'

13kg이 넘는 '잡채'를 목욕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일단 퇴근 후 내 몸이 너무 피곤하다. 만사가 귀찮아져 저녁식사 후 떡실신하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목욕이 즐거운 힐링이 되는 조화를 부릴 때가 있으니 나도 참 어쩔 수 없다.

'잡채'는 선 채로 물방울 한번 푸드덕 튕겨내지 않고 그대로 나의 손길을 기다려 준다. 물을 뿌리고 비누칠로 거품을 내고 다시 물로 헹구어 내기까지 가만히 서서 온전히 몸을 맡긴다.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드라이어기로 말릴 때까지도 도리 짓 한번 하는 일 없다.

목욕 한번 할 때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를 치는 다른 강아지들 영상을 보았기에 '잡채'가 그저 기특하기만 하다. 말리는 데도 한참 걸린다. 드라이어기로 꼼꼼히 더운 바람, 찬 바람 가려가며 쐬여도 쉽게 털이 마르지 않는다. 온 바닥을 '잡채' 털로, 여러 장의 수건을 빨랫감으로 범벅을 한 후에야 기나긴 목욕이 끝난다.

이 얘기를 들은 어느 지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혀를 끌끌 차기도 한다. 그런데 어찌하랴! 이 기나긴 수고로움 뒤에 내 기분이 한껏 좋아지는 걸! 즐거움으로 가득 차 한결 보드라워진 '잡채' 털을 만지며 웃음 짓는 걸!

고마워! '잡채'

네가 있어서 좋아!

나를 순수하게 만드는 네가 사랑스러워!

누나들이 너를 보면 행복하다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야!

너에게 간식을 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아빠 모습이 너무 웃겨!

너로 인해 가족들이 많이 웃으니 진정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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