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 짜장면 먹고 왔구나!

by 도시락 한방현숙
‘짜장면 먹고 왔구나!’

무슨 말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지나가는 사람이 ‘잡채’를 보고 한 말이다. 그러더니 아예 가던 길을 멈추고 ‘잡채’를 쓰다듬으며 귀여워한다. ‘잡채’도 경계심 없이 냄새를 맡으며 좋아라 했다. 아마 나와 같은 반려견주인가 보다. ‘잡채’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뻐하니 일단 마음이 놓였다. 중형견이지만 14Kg에 달하는 ‘잡채’의 덩치를 보면 대형견 못지않게 무서워하는 이들이 있다. 최대한 지나가는 이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노력을 하지만 멀리서부터 겁을 먹는 이들도 있기에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짜장 칠하고 왔어요.

‘잡채’의 까만 주둥이를 보고 짜장면을 먹은 후에 범벅으로 칠한 아기 입 주변이라도 떠올린 걸까? 귀여움에 살짝 웃음이 베어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잡채’를 보니 영락없었다.

“잡채! 나 몰래 언제 가서 짜장면 먹고 왔니? 맛있게 짜장면 먹고 왔구나!”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강아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늘 막내에게 전해 듣는 입장이지만,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강아지와 관련된 말들도, 강아지가 좋아하는 핫한 아이템들도, 강아지 키우기의 유행들도 딸들은 열심히 물어다 주었다. 그중에는 기발한 것도 많고, 기가 막힌 것도 많고, 격세지감으로 세상 변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많았다. 난 아직 ‘댕댕이’란 표현도 익숙하지 않은 50대 초보 반려견인이기에…….


‘설탕 묻히고 왔구나!’
“엄마! ‘잡채’ 앞발이 하얗잖아요? 그것도 하얀 장화 신었구나! 또는 설탕 묻히고 왔구나! 이렇게 표현하곤 해요.”
제 발에 설탕 묻었죠? 누런 설탕도 몇 알 딸려왔네요.

도툼하고 따스한 ‘잡채’ 발바닥은 늘 매력적이지만, 하얀 털로 감싸져 있는 발 앞부분은 진정 더 귀엽다. 지금보다 훨씬 어릴 때의 그 앙증맞은 모습이란……. 흐뭇함이 절로 나오는 발 모양이었다.

‘까만 콩 세 개에 스팸 하나’

물론 강아지의 표정을 인간의 눈으로 해석한 것이라 한계가 있겠지만 우리(인간)가 보기에 기분 좋아 보이는 표정이 분명 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며 혀라도 낼(날)름거리기라도 할 때면 그 미모에 사르르 빠져든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마음속에 저장하려 하지만 ‘잡채’는 쉬이 허하지 않는다. 이런 ‘잡채’의 표정을 이렇게 이른단다.

‘까만 콩 세 개에 스팸 하나’

하하! 정말 기가 막히게 적절한 표현이다.

까만 콩 세 개, 눈과 코 그리고 스팸 하나, 예쁜 혀 날름!
이 강아지도 스팸 하나 가졌네!
‘잡채’ 엉덩이는 식빵

이중모를 지닌 ‘잡채’는 일 년 내내 털갈이를 한다. 청소기 돌리기를 조금이라도 머뭇거린다면 집안은 온통 털투성이로 덮이고 만다. ‘잡채’가 온 이후로 집안은 점점 말 그대로 ‘개판’이 되어가고 있다. 이것을 견디지 못한다면 ‘잡채’와 살 수 없으리라.

‘잡채’ 털 받고, 거실 바닥 내어주고, ‘잡채’ 귀요미 접수하고, ‘잡채’ 냄새 포기하고…….
'잡채' 털 깎았어요.

‘잡채’ 털이 무성해지면 내가 직접 이발을 한다. 낯선 이 앞에서 바짝 긴장하는 쫄보 중의 왕쫄보인 ‘잡채’의 스트레스를 생각한다면 샵에 맡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에 대한 믿음이 커져 가는지 이번 털깎기에서는 큰 한숨을 내쉬고는 맘대로 하라는 듯 바닥에 아예 엎드려버렸다. 1시간 가까이 요기조기 온몸을 내어주더니 이제는 싫다는 몸짓을 보이기에 나도 이발을 멈추었다. 훨씬 날렵하고 매끈한 몸매의 ‘잡채’가 되었다. 꼬리털이 무성하나 ‘잡채’의 매력 보존을 위해 꼬리털은 남겨 놓았다.

‘잡채’ 엉덩이는 식빵

‘잡채’ 엉덩이가 폭신폭신 식빵이 되었다. 어찌나 말랑해 보이던지 잡아 늘이면 쭉 늘어날 것만 같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수식어를 듣다 보면 누가 지었는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정도로 참 잘들 짓는다는 생각이 든다.

떡실신 잡채! 짜장 잔뜩 묻히고...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사회적 관심과 영향도 그에 따라 나날이 커지는 것 같다. 역지사지로 배려하는 마음만이 불편과 무관심을 넘어 사이좋게 지내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든, 사람과 동물 사이든…….

진빵 '잡채' 벌써 기억이 아련하다.
조선시대 사모 쓴 듯한 '잡채'
죠스 '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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