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채’를 사랑한 나머지…….

by 도시락 한방현숙
‘잡채’를 사랑한 나머지…….

현관문이 닫히면서 내는 기계음 “닫혔습니다.”가 “잡채 왔습니다.”소리로 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을 닫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방금 내가 들은 소리가 참말인지 되뇌고 있는 내 모습이 뜬금없이 웃겼다.

참을 수 없는 '잡채'의 뒤태!

‘잡채’를 죽여야 한다는 정체 모를 집단에 쫓겨 밤새 위험천만한 곳을 뛰어다니고 날아다니며 ‘잡채’를 지키느라 심장 졸이다 꿈에서 깬 적이 있었다.

길에서 만난 수많은, 미모를 자랑하는 강아지들이 모두 ‘잡채’만 못해 보여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유모차에서 자고 있는 8개월 된 귀염둥이 아기가 순간 ‘잡채’처럼 보여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차린 적이 있었다.

거대한 '잡채'의 등빨(덩치)!

‘잡채’가 우리 집에 온 지 겨우 한 달이 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렇게 시간이 후딱 가다니...아기 '잡채'

지인들이 잡채를 먹을 때마다 우리 집 ‘잡채’가 떠올라 헛갈린다고 웃으며 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잡채와 '잡채'

가끔 ‘잡채’는 인간이 되어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분명 ‘잡채’는 강아지 탈을 쓴 댕댕이 아들이다.

두 귀가 쫑긋 서고, 발바닥이 거칠어지는 것이 왜 섭섭한 것일까? 생각해 보니 더 섭섭해졌다.

두 귀가 모두 섰다.

털 알레르기가 있다던 둘째는 첫날의 철벽을 걷어치우고 ‘잡채’와 초 밀착 생활 후 기숙사로 향했다.

‘잡채’와의 경계를 무너뜨린 나는 딸내미들 머리카락 보듯 무심한 시선으로 방바닥의 털을 보고 있었다.

‘잡채’가 잠을 잘 때는 왜 안쓰러운 생각이 드는지……. 난 이미 ‘잡채’ 엄마가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귀가하며 현관번호를 누를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들어온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있는 첫째도, 새 학교에 적응 중인 막내도 ‘잡채’ 때문에 힐링 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둘째의 친구도 '잡채' 팬이라며 친구 휴대폰 사진을 보내왔다.

'잡채'야~어쩌니? 이럴 줄 몰랐다.

사랑둥이 '잡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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